팔려 가기 위해 끌려가고 있던 흑인 노예 장고 일행앞에 한밤중에 느닷없이 장돌뱅이 치과의사 닥터 슐츠가 나타난다. 다짜고짜 장고를 찾은 그는 악덕 삼형제를 찾고 있는 중이라면서 그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느냐고 장고에게 묻는다. 그렇다는 장고의 대답에 곧바로 그를 노예상에게 사는 슐츠, 물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소동이 있긴 했으나, 슐츠가 주장하는대로 그건 그저 정당방위였을 뿐이니 그에게 잘못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 거침없는 언변에 어느상황에서건 느물댈 수 있는 침착함, 흑인을 대하는--모든 인간을 대하는?--공정하고도 신선한 시각, 입이건 총이건간에 상대의 헛점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슐츠의 행동에 장고는 깊은 인상을 받는다. 장고에게 있어 슐츠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특이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슐츠가 장고에게 보여준 것은 단지 그것만이 아니었다. 치과 의사 노릇이 따분해진 나머지 그보단 돈 벌이가 짭짤한 현금 사냥꾼에 나서게 되었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마인드의 슐츠가 장고에게 자신을 도와주면 돈이며 자유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백인이라면 무언가를 빼앗아 가는 존재라고만 알고 있던 장고는 자신을 노예 취급하지 않는 그를 주저없이 따라 나선다. 한편 정보를 얻을 생각으로 장고를 데려왔던 슐츠는 그가 현금 사냥꾼이 되기 위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장고에게도 악연이 깊었던 악덕 삼형제를 처단한 후, 슐츠와 장고는 찰떡궁합 파트너가 되어 현금사냥꾼 생활을 하게 된다. 슐츠로부터 현금 사냥꾼이 되기 위한 기본기를 차근 차근 익혀 나간 장고는 어느덧 슐츠를 능가하는 총솜씨를 보유하게 된다. 돈과 자유를 얻게 되면 헤어져 팔려간 아내를 찾아 남부로 가겠다는 장고의 말에 슐츠는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남북 전쟁 전의 미국 남부는, 더군다나 그가 찾아 가려는 미시시피주는 흑인 남자 혼자서 돌아다니기엔 위험한 곳이었으니 말이다. 어느덧 봄이 되고 돈이 어느정도 모인 둘은 계획대로 남부로 향한다. 그곳에서 장고의 아내가 팔려간 곳을 알아낸 슐츠는 하필이면 그녀가 있는 곳이 포악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미스터 캔디의 농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잔인하고 무모한 캔디에게 섣불리 접근했다간 장고의 아내를 되찾기는 커녕 볼 수도 없을 것이란 것을 파악한 슐츠는 냉정하게 계획을 세워 나간다. 다시 한번 파트너가 되어 미스터 캔디 앞에 나선 둘은 혐오감과 증오를 억누른 채 캔디의 마음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슐츠의 재치와 장고의 매력으로 캔디의 신임을 얻게 된 둘은 그들의 계획에 한발 한발 다가서게 된다. 하지만 난관을 용켸 헤쳐 나가면서 목표를 눈앞에 두고 있던 두 사람은 뜻밖의 암초를 만나게 되는데...


 

누가 봐도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타란티노표 서부극이다. 장고~~~ 라는 귀에 익은 OST가 흘러 나오는 가운데, 황량한 사막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흑인 노예들을 비춰주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단지 오래된 서부극의 향수를 그려내려는 것인가 라는 의아심을 조금뒤 슐츠라는 사내의 등장으로 불식시키고 있었다. 오래 되기는 커녕 요즘 만든 영화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을만치 신선감이 넘쳐주었으니 말이다. 남북전쟁 전 시대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라고 감탄을 자아낼 만큼, 타란티노는 그만의 감각으로 서부 무법시대를 새로운 캐릭터로 무장해 보여주고 있었다. 어찌나 신선했는가 하면 초반 20분 가량은 그냥 멍하니 입 벌리고 쳐다만 봤다고 보심 된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전개로 관객들을 사로 잡아서 말이다. 전작 < 버스터즈>에서 나찌를 신나게 두들겨 패더니만, 이번 영화에서는 포악한 남부 농장주를 역시나 신명나게 패주고 있었는데, 아마도 타란티노 본인이 자신의 사명을 과거의 부정의를 바로잡는데 올인하고 있는게 아닐 정도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뭐, 타란티노의 복수극이야, 워낙 유명한 것이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봐지는 것이라서, 일단 영화를 보면 이해를 하실 것이고... 그외 이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명불허전, 배우들의 연기였다.

 

우선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슐츠를 연기한 크리스토프 왈츠다. 독일계 미국 이민자이자 떠돌뱅이 치과 의사인 닥터 슐츠를 연기한 그는 초반부터 확실히 영화의 인상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그가 등장하면서부터 비로서 영화가 살아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별다른 긴장감없이 등장하는 도입부 씬에서조차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더라. 그 이유는 아마도 영화를 보시면 이해가 되시지 않을까 싶고. 분명 나쁜 사람인데--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니까--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었던, 아니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가장 공감이 가는 사람이 그라는 것은 흥미로웠다. 장고를 구원해주고, 이끌어주며, 도와주는 존재로써의 역이었는데, 조연임에도 캐릭터가 워낙 존재감 있어서인지, 끝나고 나서도 쉽게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얄밉게 깐죽대는 장면조차 그 나름의 표현력으로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만들던데, 그가 이 역으로 올해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도 놀랍지 않다 했다. 물론 이번에는 다른 경쟁자들이 워낙 쟁쟁해서 타기 힘들다고는 하지만서도, 후보에 오를만한 연기였으니 말이다. 하여간 그의 연기를 본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았는가 한다. 그외에 장고를 연기한 제이미 폭스는 노예에서 자유인으로 변신하면서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해 가는 인물로 본인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장면들에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호연으로 평생 처음 해본다는 악역을 살벌하게 소화해낸 레오나르도 드 카프리오 역시 그가 달래 명배우인가 재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에 놀라운 변신을 보여준 사뮤엘 잭슨...난 처음 그가 누군가 했다. 나중에 그가 사뮤엘 잭슨이라는 것을 알고는 깜작 놀라고 말았는데, 너무도 완벽하게 늙은 노집사로 변신을 해서 말이다. 능구렁이 같은 노집사 역을 깜쪽같이 해내고 있던데, 슐츠가 백인임에도 아무런 댓가 없이 흑인인 장고를 돕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였다면, 그는 흑인임에도 백인보다 흑인을 경멸하는, 슐츠와는 정반대로 구시대를 표상하는 인물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런 사각 구도가--장고와 슐츠: 미스터 캔디와 노집사--가능하다고, 개연성 있다고 여기게 만들도록 한데는 무엇보다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에 있었지 않는가 한다. 표면적으로는 아내를 구출하기 위한 여정을 그린 영화였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네 남자가 만들어 내는 앙상블이였기에 아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뭐, 어쨌거나 복수를 하기 위해선 무언가 명분이 필요했을터이니, 아내 구출, 나쁘지 않다. 지금 이 영화가 전 세계적 박스 오피스 1위라고 하던데, 그럴만도 하다. 그만큼 재미 면에서는 보장이 되는 영화니 말이다. 대사는 재치와 재기 넘치는데다, 배우들의 연기는 감칠맛 나고, 행여 관객들이 지루해할까 곳곳에서 유머와 폭탄과 폭력을 터뜨려주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정의가 실현되는 카타르시스 역시 시원하게 보여주고 있었으니, 타란티노의 복수극으로 이만하면 성공한 케이스가 아닐까 한다. 내 생각엔 타란티노의 작품들 중에서 <펄프픽션>다음으로 수작이지 싶더라. 버스터즈 다음으로 무엇을 내놓을까 저으기 궁금했었는데, 그가 아직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어서 반가웠다. 복잡하지 않으면서, 환타지가 분명한데 묘하게 현실감 있으며, 허를 찔러대는 기발함에, 웃기고, 시원하며, 통쾌한 영화를 원하신다면 보셔도 좋을 듯...다 여기에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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