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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
심재훈 지음 / 푸른역사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엄밀히 말해 전문 연구서라기보다 역사학자의 (역사)수필에 가까워 보인다. 자신이 전문 연구자가 되기까지의 내력과 경험담을 재밌고 서술하고 있다. 인연일지, 운명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성장에 대한 이야기글. 수필이 반드시 전문 글쟁이들의 소유물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자신의 소중한 인생담과 진솔한 감정이 수필의 중요한 덕목일테니.
대체로 책의 전반부는 위와 같은 내용들이지만 후반부는 내용을 달리해 저자의 연구 영역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룬다. 중국 선진(先秦)시대나 청동기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고대 중국사를 연구하며 알게 된 고대 한국사와 일본사들을 쉬운 글로 풀어내고 있다. 사실 저자는 이 글로 인해 적잖은 심리적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의 글은 학부 시절 스승이었던 윤내현 교수의 주장을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봐도 밑도 끝도 없이 그를 배신자라고 주장하는 경우들이 많다. 소위 말하는 유사역사가들이나 그들을 따르는 무리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저자의 심재훈 교수의 주장에 동의할까? 이유는 하나다. 즉 역사는 문헌과 유물이 일치할 때 믿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대 백제가 중국 요서 지방을 공격해 점령했다고 중국 문헌에 남아 있으나 그와 관련된 유물이 없다. 그것은 다시 말해 중국 북조에 반대한 남조의 세력이 역사를 위조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진실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의 의지가 들어간 이야기(담론)이기 때문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유물만으로는 정확한 역사를 쓰기 힘들다. 언제든 조작이 가능하다. 작금의 고조선 연구가 바로 그 상황이다. 그럼에도 유사 역사가들은 고조선의 영역을 자꾸만 넓히더니 급기야는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했다고 하는 허무맹랑한 주장들을 늘어놓고 있다.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다.
특히 저자의 주장 중 나의 머리를 때린 것은 중국 문명에 대한 것이다. 유럽 각중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공유하며 자신들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간 것처럼 우리 역시도 고대 동북아 문화의 요람이었던 중국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이것은 민족적 우열도 아니고 문화의 주도권 전쟁도 아니다. 그저 고대 문화의 흐름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나는 이에 긍정한다. 한반도 문화의 대부분이 중국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우리식대로 소화하기는 했지만.
마지막으로 그에게 공감을 한 것은 비주류 역사학자라는 그의 넋두리다. 나의 개인적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늘 비주류를 자처해왔다. 그가 느낀 학계와 사회의 모순들을 나는 심정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동종교배만이 살 길 인양 자기 끼리 어울리는 그들의 모습에 비웃음만 날리던 나. 이런 사회와 학계에 맨 몸으로 부딪히는 저자의 도전 정신에 나는 감동한다. 그가 더욱 분발해 좋은 글과 활동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