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잊혀진 이름 빛나는 유산 - 가야사 연속강좌
가야사정책연구위원회 엮음 / 혜안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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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서처럼 가야는 상대적으로 한국고대사에서 잊혀진 이름이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한자리 차지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가야사 전문가들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김부식이 삼국 중심으로 고대사를 재편하면서 가야와 발해가 소외되고 우리의 고대사는 왜곡되어 버렸다. 가야는 기원전 2세기 말부터 대가야 멸망(562년)까지 약 700여년 가까이 지속된 나라이다. 고려나 조선보다도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문헌이 없고 후대 역시도 불친절하여 제대로 된 기록을 남겨주지 않았다. 이것이 왜소해져 버린 가야사의 핵심적 이유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가야사를 가야인들의 눈으로 보지 않고, 신라나 백제의 시각으로 인식하거나 한일관계사의 일환으로 보면서 가야는 주체적 역사가 아닌 주변 강대국에 부속된 역사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것은 역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가야사 개관(김태식), 가야 신화(백승충), 가야 토기(박천수), 가야의 철(송계현), 임나일본부 문제(이영식), 가야 고분(홍보식), 우륵과 가야금(권주현), 신라에서 빛난 가야인(주보돈)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즉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 쓴 책인 것이다. 그럼에도 토기와 같은 것은 제법 전문적이어서 대강 읽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전반적으로는 친절한 글쓰기를 한 탓에 술술 읽힌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무난히 읽을 수 있으리라. 다소 전문적인 용어들이 나오지만 그것이 독서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사실 각 주제별로 단행본이 몇 권씩 나와 있을 정도로 연구가 진척되어 있다. 그러나 삼국에 비해 가야사 연구는 위에서 밝힌 바처럼 사료의 부족으로 더 이상의 진척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이다. 과거 일본 연구자들이 임나일본부설 등을 주장하며 제국 일본에 부역하는 자세를 보였으나 지금은 많이 극복된 상태이며 주체적 가야사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약 20여 명 정도의 연구자들이. 그 소수의 연구자들이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펴낸 책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를 언급하며 가야산 연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역사학자들은 정치인들의 역사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로 인한 트라우마가 큰 탓도 있다. 모쪼록 이 책이 가야사 이해에 대한 작은 소임을 다 할 수 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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