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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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

대 기업들의 이익이 얼마인지로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가진 누군가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지, 손님에게 받은 팁으로 살아가는 웨이트리스가 일자리 잃을 걱정을 하지 않고도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낼 수 있는 지를 가지고 평가한다. 우리는 노동의 가치와 존엄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제를 만들려 한다.˝ 

- 2008년 버락 오바마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중에서.
- 최장집,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폴리테이아, 2012에서 재인용.

나는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이런 연설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이 척박한 토양에서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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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 - 개정증보판 현대사상신서 6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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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 사두었다가 내 지식의 한계에 부딪혀 한동안 책장에서 먼지만 먹고 있던 책이었으니. 오리엔탈리즘이 무엇인지 에드워드 사이드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고 좋은 책이라는 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교만함에 덜컥 사버린 이책. 책에게 너무 미안하여 더이상 펼치길 미룰 수 없었다.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출신의 망명지식인인 사이드는 하버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도 영문학에 대한 비판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즉 18~9세기를 거치며 형성된 영국에 의한 이슬람(혹은 인도) 이미지 만들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이다. <오리엔탈리즘>에는 영국 외에도 프랑스, 미국으로 이어지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침략 근성에도 예리한 비판을 가한다. 제국주의자들은 동양을 자신들이 원하는 이미지대로 조작하여 침략을 용이하게 만드는 고도의 전략을 발휘한 셈이다.

여기에 큰 공헌을 한 분야가 바로 문학이다. 영국의 문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도와 이슬람은 현재를 부정당하고 과거만이 인정받는다. 결국 동양은 서양의 지배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고(당연하고)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 과정에 동양인 스스로의 주장은 철저히 배제된다. 오로지 제국의 주장만 있고 동양은 철저히 수용하는 입장에만 있다. 문학 외에도 지리학과 같은 분야가 제국주의 첨병으로 활약한다. 여기서 학문의 존재 근거는 국가를 위한 봉사임이 드러난다.

그런데 동양이란 단어도 귀에 거슬린다. 우리가 어째서 동양인가? 서양의 입장에서 자기네 나라의 동쪽에 있으니 동양인 것이다. 불쾌하다. 중동이나 극동 역시 마찬가지다. 동양의 입장은 철저히 무시되고 자기네의 논리와 편의대로 동양을 재단한 것을 오리엔탈리즘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그런데 이 책을 읽자니 영국, 프랑스, 미국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전략은 그대로 일본으로 이어져 식민지 조선을 억압하는 도구로써 사용되었다. 일본은 서양의 많은 저작들을 번역하고 체득했는데 오리엔탈리즘 역시도 자기네 식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현재까지 오리엔탈리즘의 종착지는 미국이다. 미국의 많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 오리엔탈리즘으로 밥벌이하며 살고 있다. 이를 우리의 많은 지식인들이 배워와 국내에서 전문가로 행세하며 퍼뜨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오리엔탈리즘인지 알지고 못한 채 마치 진실인양 수용하고 심지어 다른 동남아시아나 서아시아 국가들에 적용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도 문제는 있다. 일방적으로 서양의 문제점만 지적하고 있다. 동서양의 평화로운 교류는 언급되지 않는다. 또한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동쪽 국가들에 대해서도 전혀 말하지 않는다. 그가 설정한 오리엔엔탈리즘이 동양이라고 지칭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드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제국주의를 바라보는 그의 비판적 시각은 한국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와 시민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또한 우리 자신이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도 분명히 알려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몇 해 전 사이드가 지병으로 사망했을 때 미안한 마음이 컷었다. 이제서야 그 짐을 조금 내려놓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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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16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나드 루이스의 자서전 《100년의 기록》에 자신을 비판한 사이드의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오리엔탈리즘》을 비판적 관점으로 읽을 때 도움이 될 겁니다.

knulp 2016-02-16 17:04   좋아요 0 | URL
와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꼭 찾아읽을게요.

yamoo 2016-02-1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책을 다 읽지 않아도, 번역하신 박횽규 교수의 해제를 보면 다 본 거나 매한가지의 느낌이 들더군요. 그 열혈적 의식이 얼마나 재밌던지 전 이 책을 도서관에서 이틀만에 해치웠네요..ㅋㅋ 아주 엔날에요..^^

knulp 2016-02-16 17:05   좋아요 0 | URL
이틀요? 이야 존경합니다. 저는 정독하는 편이라 꼬박 3주가 걸린듯. 고치고픈 이 습관.ㅎㅎ
 
금서, 시대를 읽다 - 문화투쟁으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백승종 지음 / 산처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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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태백산맥>은 ˝원고지 분량으로 치면 200자로 1만 6,500장을 썼답니다. 이것은 여담인데, (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문학관에 가면 그 원고가 두 벌이나 있어요. 누런 원고지는 작가가 직접 쓴 것, 하얀 원고지는 그의 며느리가 정서한 것이랍니다. 작가에게는 아들 하나가 있는 그가 장가를 가게 되자 예비 며느리에게 이 작가가 이랬답니다. ˝우리 집안에 시집오려면 <태백산맥>을 필사해야 한다. ˝참 지독한 시아버지죠. 며느리는 그 말에 따라 무려 3년 반 동안 원고지 1만 6,500장을 그대로 베껴 썼다고 합니다. 이렇듯 작가와 그 가족의 정열이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 바로 소설 <태백산맥>이죠.˝
백승종, <금서, 시대를 읽다>, 산처럼, 2012, 258쪽에서 옮김.

이 대목을 읽으며 잠시 웃었다. 작가 조정래는 참 독한 시아버지다고 생각하면서 ㅋㅋㅋ 그런데 이를 실천한 며느리 또한 시아버지 못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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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15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ㄷㄷㄷ 요즘 시아버지도 시어머니 다음으로 며느리를 괴롭히는 가족이라는 인식이 많아졌어요. 요즘 같았으면 며느리가 시아버지 때문에 이혼을 요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

knulp 2016-02-15 23:36   좋아요 0 | URL
ㅍㅎㅎ 그렇죠? 조정래 작가는 과연 이상한 시아버지일지 궁금합니다. 시자만 들어가면 사람이 달라진다죠.ㅋ

지니 2016-02-1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아버지에 그며느리 인듯 하네여~^^
3년 반 이나 걸렸지만 태백산맥 이라면 손은 아팠겠지만 한번 잡으면 술술 읽히는 책이다보니 며느리도 즐기면서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knulp 2016-02-15 23:38   좋아요 1 | URL
며느리도 대단하죠? 저도 재밌게 읽은 책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ㅋㅋ 3년 동안 안헤어진 걸 보면 결혼 당사자들 사이는 좋았나봐요^^

지그재그 2016-02-15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난 며느리 생각은 없지만 필사 해봐야겠어요~

knulp 2016-02-15 23:39   좋아요 1 | URL
ㅎㅎ 손가락 골절 오지 않을까요? 부디 힘내시길!^^

yureka01 2016-02-16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안했을겁니다.역시 시아버지에 걸맞는 며느리였네요.

knulp 2016-02-16 02:20   좋아요 1 | URL
저도 유레카님처럼 생각합니다. 가족 참 멋진 조합같습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16-02-16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시아버지에 그며느리에 한 표입니다^^
며느님은 필사의 경력으로 시아버지의 책을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싶기도 하구요
시아버지는 며느리 덕분에 깨끗한 원고지의 태백산맥을?^^
조정래 작가의 남다른 자식 훈육이 돋보이는 듯 합니다
 
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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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의 부식은 제련과정에서 재료에 가해진 억압과 단련을 스스로 풀어헤치고 본래의 광석상태로 돌아가려는 자연현상이며, 금이 썩지 않는 까닭은 제련과정에서 외부의 에너지가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훈, <강산무진>, 문학동네, 2006년, 152쪽에서 인용

철 제품들이 녹스는 것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자연현상이다. 반면 압력이 가해지지 않은 금 제품들은 돌아갈 자연상태가 없다. 모양만 변한 것이기에. 소설을 읽다 무릎을 친다. 그렇다면 인간이 죽어 없어지는 것 또한 본래의 자연 상태로 돌아가기 위함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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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2-13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인간이 죽어 없어지는 건 또한 본래의 자연 상태로 돌아가기 위함이던가?

knulp님.. 어렸을적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엄마에게 이렇게 위로해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 돌아간다는 것은 원래 본래 있던곳을 찾아가는거자너.. 그러니까 할머니는 편안하실거야..

knulp 2016-02-13 05:29   좋아요 0 | URL
어렸었지만 상당히 현명하셨녀요. 저는 글로 깨우친 걸 님은 단번에 아셨다니. ㅎㅎ 저희도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겠죠?^^

서니데이 2016-02-13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nulp님 , 좋은 주말 되세요.^^

knulp 2016-02-13 19:56   좋아요 1 | URL
신나게 놀다 왔습니다. 물론 가족과 함께. 서니데이님도 즐건 주말 되세요~~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 '인도'라는 이름의 거울
이옥순 지음 / 푸른역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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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만에 다시 읽었다.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있는 요즘 이 책이 나를 다시 읽어달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인도에 7년 이상 거주하며 현지인들과 직접 부딪히며 공부한 전문가의 입장에서 영국이 만들고 우리가 받들인 곡해된 오리엔탈리즘에 도전한다. 여기서는 동양 전체보다 인도에 국한하여 논의된다.

영국은 인도를 지배하며 인도의 정체된 사회와 역사를 강조한다. 이는 비위생적 현실과 미개한 수준과 맞물려 인도와 인도인을 차별하는 근거로 삼는다. 이는 제국 일본이 조선의 식민지화를 합리화하는 근거로도 이용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문제는 2세기에 걸쳐 만든 영국식 오리엔탈리즘은 인도의 탈식민 이후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가난하고 후진적 인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건강한 걸까? 류시화의 신비적 인도관은 괜찮을까? 이렇게 이 책은 영국은 물론 우리의 오리엔탈리즘도 문제삼는다.

내가 알고 있는 인도에 관한 지식들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영국에 의해 만들어진, 그리고 우리는 이 지식을 마치 진실인양 받들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지식 수준이요, 우리가 그러처럼 닮고 싶어하는 서양(특히 영굴)의 맨얼굴이다.

이 책 참 좋다. 내가 참 좋아하는 형태의 글쓰기와 내용이다. 한국 역사학계에서 비주류일지 모르는 그녀가 참 존경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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