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하하지 말아야 할 상황도 있다!

독립을 위해 상하이에서 폭탄을 던졌던 조선 청년 윤봉길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악몽이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외침과 함께 분신을 하여 노동권 실종의 현실을 고발한 전태일을 어떤 자본가가 좋아할 수 있겠는가. 윤봉길과 전태일의 삶이 지금도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화해를 모색한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해결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박현희,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 뜨인돌, 2011, 23쪽에서 인용함.

강요된 화해는 피해자에게 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그렇기에 화해를 하지 말아야 할 상황도 있다. 오늘 무릎을 친 대목이다.

윤봉길과 전태일의 삶이 지금도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화해를 모색한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해결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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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3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6-01-24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안타깝기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힘으로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게 안되니 우리의 힘을 기르는게 먼저 아닐까 싶어요. 노동자나 소비자의 힘을 대변할 정당이나 시민단체를 지지하는거죠. 단순하기에 꼭 실천하려 합니다.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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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선배가 그랬다. 하루키 책들은 정말 `하루키스러워서` 이젠 재미 없다고. 공감할 수 있을 듯, 없을 듯한 얘기였지만 확실한 것은 하루키의 글에는 역시 그만의 독특함이 있다. 그것을 하루키스럽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나고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들, 세상과 담쌓고 살거나 어두운 그림자가 그리워진 인물들, 그러고 읽고나면 왠지 우울감과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그런데도 왜 하루키의 글이 좋을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이 책 역시도 하루키스럽다. 여자 없는 남자들 6명이 나온다. 각각 사별, 이혼, 독신, 개인 사유 등을 이유로 여자와 멀어진 인물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장에서는 이 여자 없는 남자들이 어떠한 상태에 있는 지 종합적으로 설명해준다. 딱히 해피엔딩도 아니고 조금은 남자로서 씁쓸하다. 그럼에도 나는 재밌게 읽었다. ㅎㅎ

...

과연 여자 없는 남자들의 삶은 어떨까? 나 역시 독신의 날은 있었고 그 기간은 길었다. 개인주의적 삶을 선호하는 내게 혼자라는 외로움보다 혼자만의 시간이 많다는 편리함이 앞서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미혼자들에게 결혼하라고 성화부리는 선배가 되어 있다. 올챙이 적 생각못하는 개구리처럼.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가 불러오는 외로움은 나의 경험과 다를 것이다. 게다가 그 사람의 부정을 알았을 때는 괴로움도 크리라. 그래서 평범함을 거부하고 싶다고 자주 말하지만 평범하게 살아온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나무가 겨울을 지내며 나이테를 그리는 것처럼 나 역시도 아픔을 경험하며 인생의 나이테를 그리고 싶은데,그러자면 평범함의 굴레를 벗어야겠으나 현실의 게으름이 언제나 내 발목을 붙잡는다. 도전하는 어려운 삶보다 편안히 현실을 즐기라고.

솔직히 이 책은 물론 하루키의 나머지 책들도 나는 10대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아직 절절한 사랑과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 혹은 성적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 그의 글이 잘 읽힐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 또한 그렇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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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
나다니엘 호손 지음, 조승국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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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명저로 이름이 높은 주홍글씨. 내 또래의 독자들에게는 <큰 바위 얼굴>로 유명한 나다니엘 호돈(20세기 말의 국정 교과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음)의 저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즉 청소년 시절부터 읽어야겠다는 다짐만하다 결국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서야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만큼 심적 부담을 안고서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책이 가지고 있는 역사의 무게는 나를 압도하기는 했으나 잘 이끌어가지는 못했다. 어쩌면 대략의 줄거리를 알고 있었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이 책의 상징성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 기인한 것 같다. 각 주인공들과 배경 장치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깊은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읽는 데만 급급한 탓이었나보다. 진즉에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솔직히 나는 미국소설이 잘 와닿지 않는다. 유럽이나 일본 소설이 더 쉽게 읽히는 데 같은 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을 듯... 쩝.

언젠가 재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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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22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nulp님, 친구신청 해주셔서 감사해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knulp 2016-01-22 18:37   좋아요 1 | URL
별 말씀을요. 책을 통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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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은 <강의>에 이어서 두번째. 뭐랄까... 그의 글은 인문학적 배경을 한 수필이라고 할까? 분명히 수필같은 데 읽다보면 나와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의 글은 그런 힘이 있다. 부드러운 듯하면서 내면에 강한 힘을 가진 그임을 느낄 수 있다. 외유내강의 전형적 인물 아닐까 싶다.

 

책을 덮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 책이 남긴 느낌을 단어로 표현한다면? 평화, 조화, 자유, 평등, 사랑 등등이 떠오른다. 경제학자인 그는 경제를 통해 세상을 바꾸길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책 어디에도 경제에 대해 우호적인 부분이 없다. 그렇다고 그를 굳이 좌파라고 부를 것도 없다. 그는 그저 세상이 평화롭고 조화롭게 되기를 바라는 한 개인일 뿐이니까. 이런 그에게 죄가 있다면 여러 사람이 그의 글에 공감하여 책이 좀 많이 팔린 정도? ㅎㅎ 그의 유명세에 배아파 할 이들도 있겠지만.

...

군데군데 생경한 단어들이 발목을 잡기는 하지만 이것이 그의 글을 읽는 데 큰 방해거리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그가 가진 세계관, 인간관에 주목하게 만든다. 어렵지 않지만 남하고 다르게 글쓰는 그. 따뜻한 눈으로 세상보기를 시도하는 그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으리.

어제 밤 악몽을 꾸었다. 나는 몇 시간 뒤 사형에 처하게 될 사형수. 그의 책을 읽다 잠들어서인지, 그의 죽음을 내내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죽음과 감옥에 대한 알지 못할 불안감에 떨며 새벽에 잠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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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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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글은 무거우면서도 우울하다. 적어도 우리 부부는 그리 느낀다. 아내는 김훈의 글을 읽노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느낌이 난단다. 읽고나면 찾아오는 무기력감 때문에.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범법자 아빠를 생각하는 여주인공, 자폐아를 둔 안 실장, 겨울의 숲, 민통선 안의 배경들.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마저도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대변하듯 불안하고 안타깝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김훈의 글이 재밌을까? 다행히 나는 아내만큼의 무기력감에 젖지는 않는다. 주인공들의 상황에 나를 대입해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는 일들을 독서 중에 같이 한다. 그래서일까? 소설을 무슨 인문학 책읽듯이 한다. 즉 진도가 안나간다. 이 책만도 일주일이 넘게 걸려 읽었으니까.

안 실장 아들의 자폐증이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아린다. 학교에 가지 않고 친구를 멀리하며 자신의 세계 안에 몰입해 있는 자녀를 바라보는 자녀의 심정은 어떨까? 감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모 가슴은 충분히 아픈데...

김훈이 참 좋다. 책을 덮었지만 여전히 그의 글의 포로가 되어 여운이 머리와 가슴을 덮고 있다. 헤르만 헤세, 무라카미 하루키에 이어 나의 일부분이 만들어주는 작가다. 김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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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19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훈의 글은 천천히 읽어요. 천천히 읽을수록 더 좋은것 같아요. 읽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새록새록 더 좋아요....

knulp 2016-01-19 19:53   좋아요 0 | URL
그렇죠? 무언가 묵직한 힘을 주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다작을 하는 작가가 아니라 그의 글을 기다리기 쉽지 않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