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 - 개정증보판 현대사상신서 6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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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 사두었다가 내 지식의 한계에 부딪혀 한동안 책장에서 먼지만 먹고 있던 책이었으니. 오리엔탈리즘이 무엇인지 에드워드 사이드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고 좋은 책이라는 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교만함에 덜컥 사버린 이책. 책에게 너무 미안하여 더이상 펼치길 미룰 수 없었다.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출신의 망명지식인인 사이드는 하버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도 영문학에 대한 비판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즉 18~9세기를 거치며 형성된 영국에 의한 이슬람(혹은 인도) 이미지 만들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이다. <오리엔탈리즘>에는 영국 외에도 프랑스, 미국으로 이어지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침략 근성에도 예리한 비판을 가한다. 제국주의자들은 동양을 자신들이 원하는 이미지대로 조작하여 침략을 용이하게 만드는 고도의 전략을 발휘한 셈이다.

여기에 큰 공헌을 한 분야가 바로 문학이다. 영국의 문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도와 이슬람은 현재를 부정당하고 과거만이 인정받는다. 결국 동양은 서양의 지배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고(당연하고)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 과정에 동양인 스스로의 주장은 철저히 배제된다. 오로지 제국의 주장만 있고 동양은 철저히 수용하는 입장에만 있다. 문학 외에도 지리학과 같은 분야가 제국주의 첨병으로 활약한다. 여기서 학문의 존재 근거는 국가를 위한 봉사임이 드러난다.

그런데 동양이란 단어도 귀에 거슬린다. 우리가 어째서 동양인가? 서양의 입장에서 자기네 나라의 동쪽에 있으니 동양인 것이다. 불쾌하다. 중동이나 극동 역시 마찬가지다. 동양의 입장은 철저히 무시되고 자기네의 논리와 편의대로 동양을 재단한 것을 오리엔탈리즘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그런데 이 책을 읽자니 영국, 프랑스, 미국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전략은 그대로 일본으로 이어져 식민지 조선을 억압하는 도구로써 사용되었다. 일본은 서양의 많은 저작들을 번역하고 체득했는데 오리엔탈리즘 역시도 자기네 식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현재까지 오리엔탈리즘의 종착지는 미국이다. 미국의 많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 오리엔탈리즘으로 밥벌이하며 살고 있다. 이를 우리의 많은 지식인들이 배워와 국내에서 전문가로 행세하며 퍼뜨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오리엔탈리즘인지 알지고 못한 채 마치 진실인양 수용하고 심지어 다른 동남아시아나 서아시아 국가들에 적용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도 문제는 있다. 일방적으로 서양의 문제점만 지적하고 있다. 동서양의 평화로운 교류는 언급되지 않는다. 또한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동쪽 국가들에 대해서도 전혀 말하지 않는다. 그가 설정한 오리엔엔탈리즘이 동양이라고 지칭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드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제국주의를 바라보는 그의 비판적 시각은 한국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와 시민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또한 우리 자신이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도 분명히 알려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몇 해 전 사이드가 지병으로 사망했을 때 미안한 마음이 컷었다. 이제서야 그 짐을 조금 내려놓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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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16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나드 루이스의 자서전 《100년의 기록》에 자신을 비판한 사이드의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오리엔탈리즘》을 비판적 관점으로 읽을 때 도움이 될 겁니다.

knulp 2016-02-16 17:04   좋아요 0 | URL
와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꼭 찾아읽을게요.

yamoo 2016-02-1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책을 다 읽지 않아도, 번역하신 박횽규 교수의 해제를 보면 다 본 거나 매한가지의 느낌이 들더군요. 그 열혈적 의식이 얼마나 재밌던지 전 이 책을 도서관에서 이틀만에 해치웠네요..ㅋㅋ 아주 엔날에요..^^

knulp 2016-02-16 17:05   좋아요 0 | URL
이틀요? 이야 존경합니다. 저는 정독하는 편이라 꼬박 3주가 걸린듯. 고치고픈 이 습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