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 불황을 넘어서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앨빈 토플러, 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감수 / 청림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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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금세기 들어서 산업화의 가속도는 가일층 빨라졌다. 점차적으로 좁혀지는 세계무대의 간격은 경제무대의 범위를 더욱 확장시켰으며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다극화와 전면화로 치닫는 계기는 경제발전의 속도와 평준화에서 찾을 수 있겠다.


앨빈 토플러.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미래학자로 추앙받는 살아 있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의 저서 <불황을 넘어서>는 1972년에 출판되었다. 당시 수많은 석학들의 찬사와 격찬을 한 몸에 받으며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불투명한 미래 사회를 전망하기 위한 지침서로 활용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이 책이 아직도 뜨거운 주목을 받고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전망이 30년 뒤인 현재에 놀라우리만큼 정확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1930년대 미국을 암흑의 구덩이로 몰고 간 경제대공황은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였다. 달러화에 연동하여 움직이던 경제시스템은 고정환율제도의 한계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후 미국은 강력한 경제성장정책인 마셜플랜으로 기사회생하였으나 당시의 악몽은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간 경제대공황의 모델로 미래를 예측한 그의 논리는 선견지명을 넘어 마치 미래를 옮겨 놓은 듯 정확하다. 경제, 법률, 환경,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예측은 통찰의 범주를 전체적이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불황의 파고를 넘을 경제시나리오를 고찰하고 그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짚은 그의 논점은 탁월함 그 자체다.


경제의 발전은 산업사회와 달리 속도감과 다양성이 최대의 특징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 케인즈 식 경제모델로는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는 한계상황을 봉착하게 하였으며 첨단통신기술의 발달로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데 성공하였다. 따라서 더 이상 지역 간, 국가 간의 경계는 무의미하게 되었으며 허물어진 틈사이로 다국적 기업의 출현은 배타적 행태로 야기되었다.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출현과 산업화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이전은 사회의 생태적인 모습 또한 탈바꿈하여 기존의 노동집약적 산업이 감퇴하고 지식노동사회로 변모하였다. 블루칼라계층의 감소는 노동실업을 증가하며 연기금의 고갈로 정부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었으며 경제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게 되었다. 소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요인으로 악순환의 미궁으로 빠져 들게 되었다. 또한 불안한 달러화폐의 불건전성은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로 채택하게 되었으며 유로달러의 사용을 허용하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금융환경은 더욱 세분화되고 수많은 파생상품의 출현으로 레버리지에 의한 거품경제를 유도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더욱이 중동오일달러의 압력은 석유카르텔을 형성하고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며 대체에너지개발의 모티브를 제공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화석화 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은 환경오염의 문제를 야기 시키고 이전보다 더워진 지구의 환경은 식량문제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확량의 감축은 국가 간 갈등상황으로 내달렸다.


지금까지 살펴 본 상황은 저자가 예측한 미래 즉 현재의 세계경제이다. 어느 것 하나 잘못되었거나 빗나간 것이 없을 정도로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미국 발 글로벌 경제위기는 동반추락의 재앙을 유발하였으며 배타적인 관념이 지배하는 경제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자국 내 보호 장벽에 대한 암묵적인 허용으로 숨 쉬기 조차 곤란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 나라들은 여념이 없다.


저자가 예측한 모델의 핵심은 기존 경제관념의 허무와 경제속도에 있다. 후생경제를 비롯하여 사회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변수를 포함한 행동에 의한 경제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임을 제시한다. 더불어 에코스패즘으로 발생한 문제에 선제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여 통제 가능한 범위내로 편입시키고 다국적 기업에 대한 제어와 집중으로 경제주체를 회복할 것을 권고한다.


따라서 저자가 짚은 미래사회의 문제는 다양성의 인정과 유연한 대처에 있다. 탄력적인 근무환경의 조성과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수요의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국지적인 갈등을 종식시키는 대처방안이 된다. 하물며 미래 사회로의 전망이 비관적이고 불투명하다 할지라도 오만과 탐욕을 경계한다면 지금의 불안은 점차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토플러의 예지력은 금세기를 불황의 늪에서 탈출할 돌파구로 사용될지 모르겠다. 미래학자인 벅민스터 플러가 주장한 협력과 공생의 관념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 하겠다. 배타적이고 교만한 시각에서 벗어나 역사의 반복된 실수를 자인하고 불황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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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없는 남자, 속 좁은 여자 - 그 男子, 그 女子의 대화법
이정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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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을 하면 눈이 멀고 그 향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다. 모든 세상의 기준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시작해서 끝난다. 이것도 잠시, 사랑의 묘약이 풀리면 긴장관계가 이완되어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반복된 만남과 대화로 지리멸렬한 관계가 지속되는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 대개의 경우다. 하지만 남녀관계라는 것이 일정한 공식을 가지고 대입하여 해답이 나오는 자동판매기가 아닌 것처럼 밀고 당기기의 팽팽한 신경전은 보이지 않는 중에도 계속 충돌된다. 아마 인류가 존재하는 한 남녀관계는 탐색과 견제의 끝없는 소모전이 지속될지 모를 일이다.




여태껏 우리는 남녀의 특성과 관점에 대한 생각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일반적이며 보편적 견해이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어떤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하는지 구체적인 이해와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 <눈치 없는 남자, 속 좁은 여자>의 저자 이정숙은 이러한 남녀관계의 문제를 감각적인 문체와 멜랑꼴리한 시선을 곁들인 맛깔나게 버무린 이야기를 펴냈다. 한마디로 연애전도사로 나선 셈이다.




이미 시중에 출간되어 넘쳐나는 남녀관계에 대한 도서들에서와는 달리 관념적이고 상투적인 견해와 이론중심의 논리를 탈피하고 가상의 커플들을 설정해 스토리텔링형식으로 일상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풀어 설명하였다. 또한 캐릭터의 다변화를 통해 상황에 따라 달리 대처하는 남녀관계의 관점과 시선을 중심으로 갈등상황을 해결하는 적절한 팁과 어드바이스를 첨가해 톡톡 끄집어내는 경쾌함이 돋보인다.




저자는 인간이 오랜 역사적 적응의 산물에 결과에 따라 남자는 사냥꾼의 두뇌모드로 여자는 파수꾼의 두뇌모드로 나뉘어 진화하였다고 설명한다. 남자가 사냥꾼의 기질인 전체적이고 입체적인 사물판단과 직접적이며 몰입하는 속성 강하며 동적인 것을 즐기는 것에 주력하고 반대로 여자는 파수꾼의 미시적인 관찰과 세밀하고 섬세하며 지엽적인 사실에 보다 관심을 가지며 정적인 형태로 표출된다고 이른다.




실제 남녀관계를 구별 짓는 생리적 특징 외에 심리적 특징으로 양분한다는 것이 현대사회에서는 상당부분 희석되고 중화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옅어지고 경계가 모호한 상태가 인간의 평균적인 특성을 나누는 정도는 아닌 만큼 저자의 생각이 더욱 흥미롭다. 결국은 남녀관계의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차이에서 오는 낯선 상황이 문제이다.




상대방이 지닌 내밀한 특성을 보듬어 주고 이해해주며 관점, 시선, 태도, 언어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말한다. 다시 말해 소통과 배려의 문제다. 서로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배려를 주춧돌로 한 대화가 지속된다면 소통은 물 흘러가듯 막힘이 없다. 비단 남녀관계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진리가 아닐까.




남녀관계가 쉽지만은 않다. 사랑에 상처 받고 가슴 졸이며 어리둥절한 게 만드는 요상한 녀석의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어렵고도 벅차다. 그래도 사랑은 끌림에서 오는 강력한 마법과 같아서 삶을 빛나게 해준다. 저자가 일러주는 조언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보듬어 읽다 보면 차이에서 오는 어색함을 상당부분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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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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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 이명박 정부는 감세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하여 공격적인 경제드라이브를 걸었다. 세금을 낮춰 줌으로써 부자들의 지갑을 열고 경기를 돌게 하겠다는 속내이자 골고루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이다. 더불어 양도소득세에 대한 중과세를 폐지 또는 상당부분 감액시켰다. 이 또한 실물자산과 연계한 경기 흐름, 즉 돈이 돌게 하겠다는 뜻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가 빗댄 부자 나라의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어찌 이리도 닮았는지 어리둥절하기 까지 하다. 이 책의 저자 장하준이 지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관통하는 핵심에는 신자유주의의 경제이데올로기의 허상과 부자나라의 탐욕을 호되게 까발렸다. 어느 누구도 직접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서술한 책을 익히 본적이 없다. 한마디로 까무러치리만큼 무섭다.




우리에게는 IMF라는 잊기 싫은 국가위기상황이 있었다. 그 상황 속에서 우리를 바라 본 경제선진국 즉,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우리의 튼튼하였던 관세보호라는 장막의 환경을 무장 해제시켜 버렸다. 여기에 더해 금융환경의 과도한 변화를 요구하였다. 그 속에서 체질이 허약한 기업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해 냈다. 마치 길바닥에 맨몸으로 내동댕이쳐진 것과 같이 살기 위한 절규와 몸부림의 암울한 세월을 보냈다. 이러한 과도한 참견의 주체는 IMF이다. 저자가 지목하는 사악한 삼총사의 하나이다.




이처럼 잘 나가던 전도유망한 기업이 세계무대의 평평하지 못한 경기장에 던져 지는 행위가 -소위 자유시장이라는 미명아래- 공정하지 못함은 정정당당하지 못한 페어플레이가 아님에 있다. 장하준 교수가 신자유주의이데올로기를 핏발 세워가며 비판하는 속사정도 다름 아닌 불공정하며 공평하지 못하다 환경에 있는 것이다. 아직 보호 장구에 의지하며 체질이 개선되지 못한 엉성한 개발도상국의 경제 환경을 -허울 좋은 자유무역협정으로- 수면위로 끌어 올려 제 배불리기에 혈안인 현실을 직시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감세, 작은 정부를 통한 공기업의 민영화, 시장의 자율성에 있다. 감세는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공기업의 민영화는 공공민간산업의 고비용 전환으로 살인적인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한다. 또한 시장의 자율은 거품경제로의 전이가 쉬운 불안정한 구조를 발발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4반세기동안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던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나라에서 발생한 현실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위험성을 장하준 교수는 통렬하게 경고한다. 자국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긴 세월을 보장하는 것은 경쟁관계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지적재산권이 개인의 창작과 발견에 대한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보호해야 할 가치임에는 분명하다. 장하준 교수가 주창하는 것은 보상의 실질적인 측면이 지나치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과도한 진입장벽은 우월적 지위를 허용하는 꼴로 국수화와 편협화로 세계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결과만을 예상할 뿐이다.




알고 보면 부자나라들이 부르짖는 신자유주의는 산업혁명이후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들의 진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탐욕스럽고 뻔뻔한 짓인가. 노암 촘스키가 지적한 바와 같이 그들이 떠드는 경제논리가 허황되고 황당한 교리로 구성되어 있는지 대번에 알 수 있게 한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문화적 이유 즉, 게으름에서 비롯된다니 참으로 할 말을 잃게 하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신자유주의자가 들먹이는 사유로 부정부패, 자유무역, 민족성에서 찾는다.




결국은 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적절한 국가의 통제와 유치산업의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불환화폐가치가 금본위제도의 시절보다 유동적인 이유도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진실이다. 적자재정을 통해서라도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새로운 선도 산업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재의 개발도상국이 갖추어야 할 무기이겠다.




현재 우리가 처한 작금의 경제 불황이 장하준 교수의 불투명한 미래를 반영해 주는 것처럼 내달린다. 부자나라의 탐욕의 늪에 더 이상 허덕일 수는 없을 것 같다. 장하준 교수의 글이 정책입안자의 마음 속 깊이 각인되어 고통 받는 민중들의 현안을 치유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데올로기의 허상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실제에 대처 가능한 실용적 경제노선이 절실한 때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겠다.

 

2009.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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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쁜 사마리아 인들 - 장하준
    from 행복을 찾아서... 2009-04-26 02:15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지정되었던 좋은(?)책. 단지 불온서적이라는 이유 만으로 구매했다가, 절반 정도 읽고나서, 쉽게 손을 대지 못했던 책이다. 새로 책을 몇 권 구매하면서 큰 마음 먹고 마저 읽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장하준 (부키, 2007년) 상세보기 장하준 / 대학교수 출생 1963년 10월 7일 신체 팬카페 상세보기 이 책의 원 제목은 Bad Samaritans - The Myth of Free Trade and t..
 
 
 
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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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른이 된다는 것은 두려움이란 거대한 산을 만나는 것과 같은 위압감일지 모르겠다. 누구나 한 번 즈음은 넘어가야 할 태산임에도 어느 누구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자세히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곳이 험난한 곳인지 희망이 가득한 즐거움이 가득한 곳인지 아무도 일러 주는 이가 없다. 단지 어른들의 눈높이로 아이들을 재단하려 하고 기성사회가 만든 틀 속에 가두려는 시도만을 지속적으로 할 뿐이다.




이처럼 아이가 처음으로 사회라는 제도화된 규범 틀과 대면하는 첫 세상은 학교에 입학할 즈음인 것 같다. 이제껏 통제와 명령에 익숙하지 않던 아이들은 제도화된 교육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면 아이 속에 깃든 자유의지는 매몰되는 모양새를 띤다. 서열화, 능력화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는 아이들 속에 담긴 자의식의 실현과 개성의 발굴은 공염불에 불과해 보인다.




이 책 <1학년 1반 34번>의 저자 언줘는 유년기 시절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감성어린 삽화에 스며 아름답게 녹여냈다. 마치 일기를 써 내려가듯 담담히 적은 글은 오히려 무채색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심리를 따라 변해 가는 감성구조는 관조적인 시각에 길든 우리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만드는 놀라운 힘이 숨어 있다.




우리는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오래도록 우리가 가진 꿈이나 바람을 포기한지 오래다. 쫓기듯 다가오는 치열한 경쟁사회의 틀 속에서 넘어지고 깨지기에 익숙해지고 낙오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경쟁사회에서 승자가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 바라는 것임에도 무언가 허전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 동안 잊고 지내 온 우리 마음속에 꽁꽁 숨겨둔 자유라는 또 다른 나가 비집고 나오려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자가 1학년1반34번을 통해 바라 본 세상은 기성세대가 재단한 범주 내에서 벗어나는 즉 부정과 회피이다. 이야기 속 34번은 사회화에 부적응한 주변인, 낙오자일 뿐이다.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아이의 능력이 부족해서이며 선험적으로 경험한 확률에 따라 의지박약의 부진아에 다르지 않다. 하지만 누가 34번을 부진아로 낙인찍을 수 있을까? 34번이 부진아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아이에게 억지로 끼워 맞춰 입혀야 하는 이유를 누가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34번이 자연으로부터 얻은 진리는 스스로 적응하며 변화해 간다는 것이다. 올챙이 샤오헤이를 통해 개구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은 아이에게는 신기한 세상이며 너무도 자연스럽다. 반면 34번이 아닌 타자는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강조한다. 이러한 체계는 34번의 행동을 겉돌게 하며 문제아로 몰아 붙여 어디에도 설 곳이 없게 한다. 34번이 어른들이 만든 세계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의 기준은 흑백논리에 의해 규정된 거짓인 것이다. 거짓은 잘못이며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불변의 가치로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인식된다.




아이가 원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또한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은 명확하게 구별된다. 이처럼 모순된 현실은 아이에게는 두려움과 동등한, 차원이 같다. 모든 사회 구조는 어른이 만들어 낸 보편타당하다는 논리원칙에 맞춰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아이에게 자의식이나 자유의지가 있다는 근본적인 사실마저 묵인한 채 도출해 낸 견고한 틀에 지나지 않는다. 개성을 부각시키고 숨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것이 누구나 아는 교육의 이상이자 목적이다. 전인교육을 통한 교육의 기치는 건전하고 유연한 사고를 지닌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는 것에 있다.




현실은 34번이 바라 본 것과 같이 아이들을 평균화 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며 창의성을 매몰시키게 하며 아이의 도드라진 개성은 오히려 거추장스럽기까지 한 것 같다. 아이가 가진 재능은 평균화라는 구조 속에 함몰되고 서열화를 위한 재능만이 오롯이 살아남는다. 이처럼 목적과 현실의 비현실성은 서열화의 비대칭성에서 찾을 수 있다.




서열화로 인해 발생한 선긋기는 뒤쳐진 아이에게 기회보다는 오히려 사회 속에서 배제되고 도태시키는 것이 냉혹한 살벌한 현실이다. 모든 아이가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음에도 뒤처지는 것을 참아내고 용인하지 못하는 구조이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모순된 구조를 알면서도 개선시키지 못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대안 교육의 부재와 뒤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조장하는 사회 저변에 깔린 의식에 있다.




저자가 34번을 통해 꼬집은 속내는 책임과 자유에 대한 접근방식의 오류 및 주입식 교육에서 기인한다. 간섭은 자유의지를 꺾고 책임감을 몰아낸다. 이제라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열린 교육을 통한 아이의 감성을 보듬는 자세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물론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 자질을 함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럼없이 자신의 재능을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며 순응이 아닌 적응할 수 있는 배려가 우선이 아닐까.




이 책은 단순함에서 오는 명료함이 탁월한 책이다. 행간에 숨은 강력한 메시지가 폐부 깊숙이 찌르는 아픔이 전해 온다. 어느 누구도 34번이 받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은 이가 없다. 알면서도 묵인하는 것은 기성세대로서의 책무를 져 버리는 것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의 눈에 맞춘 감성과 그에 맞는 조화를 이루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1학년1반34번과 같이 절름발이로 내모는 모순으로 점철된 기형적인 세계를 더 이상 우리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2009.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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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크 미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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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 중 타자에 대한 멸시와 조롱은 본질에서 연유하는 모양이다. 인류가 출현한 이래 보편적인 인습과 제도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 붙은 것이 인종 간 대립과 반목이지 않을까 싶다. 단지 바꿀 수 없는 것, 생래적인 차이로부터 말미암은 다름으로 구별 짓는 것은 어느 곳에나 우리 사회를 괴롭히는 고질병과도 같은 암적인 존재라 하겠다.

 


이 책 <블랙 라이크 미>의 저자 존 하워드 그리핀은 미국 남부의 전형적인 백인가정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그가 흑인으로 위장하여 겪은 흑인에 대한 차별과 백인의 사악한 감정과 경계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러한 미국사회의 인종 간 차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그 뿌리가 깊고 넓다. 그가 인종의 벽을 허물고자 목숨을 건 인종 간 끌어안기는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함 그 자체다.

 


"무엇을 위해 그런 위험한 일을 시도하였는가?" 라는 당시 주류 백인사회의 경멸적인 태도와 안일한 시선에 담대한 용기로 맞선 그의 행적은 신화적 일화로 수많은 미국인들의 가슴속 깊이 각인되어 기록되었다. 그의 위대한 도전은 인간의 비열함과 이중성에 담긴 괴기스러운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일로 기억되었다.

 


저자의 눈을 통해 보고 느끼고 짓눌린 일을 불과 몇 백 그램의 활자로 읽고 있는 자신이 내심 부끄러워지게 하고 숙연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우리에게 미국은 기회와 능력이 보장되는 꿈의 나라이다. 그곳에 아직도 봉건주의 사회에서나 있음직한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었다는 흔적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게 한다. 더구나 차별과 편견의 잣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주류백인사회의 비열한 시각은 가히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감출 길이 없게 만든다.

 


인종 간 편견과 차별의 시각은 비단 미국의 흑백 간 갈등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저자의 복잡다단한 삶이 잘 대변해 주 듯 2차 세계대전 당시 전 유럽을 공포로 몰고 간 소위 인종대청소, 홀로코스트는 미국의 흑백 간 차별과 비슷한 유형의 갈등이다. 이러한 갈등의 씨앗은 유대인에 대한 오랜 편견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미국 백인사회가 흑인에게 보여 준 차별은 독일인의 유대인에 대한 편견과는 다른 상대적인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저자가 흑인으로 변장하여 지낸 7주 동안 미국의 남부지역을 관찰하며 경험한 사실은 핵심에는 이중적 양심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백인이었던 동안 보였던 백인들의 태도와 흑인으로 바뀐 뒤 그들의 태도는 교묘함으로 위장한 위선적 태도의 일색이다. 인간의 기본권과 자유에 대해 연구하고 배운 지식인들조차도 흑인들에 대한 시선은 백인의 배려를 기초로 시작되어야 한다는 우월적 태도를 고수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삶을 산다는 것, 그것은 지옥과 다르지 않다. 마시고 싶어도 쉬고 싶어도 백인들의 따가운 눈총과 멸시를 이겨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들이 쌓아온 보이지 않는 장벽이다. 아무리 많이 배워도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멸시당하고 조롱당하는 비참한 삶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과 자유로 직결된다.

 


이러한 환경과 조건은 인종 간 갈등의 골을 깊게 드리우게 한 당시 미국 사회의 내밀한 모습이었다. 기본적인 인권조차 향유하지 못하는 흑인사회의 처참함은 바로 백인주류사회가 낳은 타자, 몰아내기 그 자체였다. 오랜 기간 동안 백인들의 노예로 살아 온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기구한 삶은 나아질 것도 물러날 것도 없는 벼랑 끝 그 자체의 원형적 삶이었다. 이러한 암흑과도 같은 그들의 삶이 저자의 의미심장한 행위로 흑인사회를 깨우고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기에 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반세기가 지난 이후 저자의 행적과 삶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것은 미국이 선택한 새로운 희망의 지도자 버럭 오바마와 무관치 않으리라 본다. 흑인의 인권과 평등을 부르짖으며 무폭력저항운동을 벌이다 순열한 삶을 살아 간 많은 흑인 지도자의 치열한 염원이 이제 그 중심에서 표출되어 승화되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고 인권을 유린하던 차별법이 개정되었다 하더라도 쉽사리 백인들의 가슴 한 곳을 차지하던 차별의 시선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화합과 소통이 요원한 근원적 이유는 피부색을 떠나 인간이 가진 음험하기 짝이 없는 악행의 산물일지도 모를 일이다. 같은 집단 성원 내에도 어떠한 구별과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진 자가 만든 질서라는 명분으로 차별이 발생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인간본성인 모양이다.

 


우리의 과거에도 현재에도 다름에 의한 차별은 사회 곳곳에서 만연하고 있다. 피부색의 차별은 동남아인들의 타자로 돌려세우고 애매한 시선과 날선 차별을 시도한다.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근거 없는 고정관념과 경제적 약자에 다름 아닌 그들을 유린하는 그것은 집단배타주의의 빗나간 모습이라 할 것이다.

 


이렇듯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총체적인 역경과 경제적 혼란을 뛰어 넘을 중요한 해결책은 다름 아닌 소통에 있다. 저자가 위선이라는 가면을 통해 바라보았던 처참한 기록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하겠다.

 


'나처럼 검은' 사람이란 바로 우리와 같은 인간(Human Like Us)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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