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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 불황을 넘어서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앨빈 토플러, 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감수 / 청림출판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금세기 들어서 산업화의 가속도는 가일층 빨라졌다. 점차적으로 좁혀지는 세계무대의 간격은 경제무대의 범위를 더욱 확장시켰으며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다극화와 전면화로 치닫는 계기는 경제발전의 속도와 평준화에서 찾을 수 있겠다.
앨빈 토플러.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미래학자로 추앙받는 살아 있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의 저서 <불황을 넘어서>는 1972년에 출판되었다. 당시 수많은 석학들의 찬사와 격찬을 한 몸에 받으며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불투명한 미래 사회를 전망하기 위한 지침서로 활용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이 책이 아직도 뜨거운 주목을 받고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전망이 30년 뒤인 현재에 놀라우리만큼 정확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1930년대 미국을 암흑의 구덩이로 몰고 간 경제대공황은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였다. 달러화에 연동하여 움직이던 경제시스템은 고정환율제도의 한계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후 미국은 강력한 경제성장정책인 마셜플랜으로 기사회생하였으나 당시의 악몽은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간 경제대공황의 모델로 미래를 예측한 그의 논리는 선견지명을 넘어 마치 미래를 옮겨 놓은 듯 정확하다. 경제, 법률, 환경,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예측은 통찰의 범주를 전체적이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불황의 파고를 넘을 경제시나리오를 고찰하고 그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짚은 그의 논점은 탁월함 그 자체다.
경제의 발전은 산업사회와 달리 속도감과 다양성이 최대의 특징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 케인즈 식 경제모델로는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는 한계상황을 봉착하게 하였으며 첨단통신기술의 발달로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데 성공하였다. 따라서 더 이상 지역 간, 국가 간의 경계는 무의미하게 되었으며 허물어진 틈사이로 다국적 기업의 출현은 배타적 행태로 야기되었다.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출현과 산업화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이전은 사회의 생태적인 모습 또한 탈바꿈하여 기존의 노동집약적 산업이 감퇴하고 지식노동사회로 변모하였다. 블루칼라계층의 감소는 노동실업을 증가하며 연기금의 고갈로 정부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었으며 경제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게 되었다. 소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요인으로 악순환의 미궁으로 빠져 들게 되었다. 또한 불안한 달러화폐의 불건전성은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로 채택하게 되었으며 유로달러의 사용을 허용하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금융환경은 더욱 세분화되고 수많은 파생상품의 출현으로 레버리지에 의한 거품경제를 유도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더욱이 중동오일달러의 압력은 석유카르텔을 형성하고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며 대체에너지개발의 모티브를 제공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화석화 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은 환경오염의 문제를 야기 시키고 이전보다 더워진 지구의 환경은 식량문제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확량의 감축은 국가 간 갈등상황으로 내달렸다.
지금까지 살펴 본 상황은 저자가 예측한 미래 즉 현재의 세계경제이다. 어느 것 하나 잘못되었거나 빗나간 것이 없을 정도로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미국 발 글로벌 경제위기는 동반추락의 재앙을 유발하였으며 배타적인 관념이 지배하는 경제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자국 내 보호 장벽에 대한 암묵적인 허용으로 숨 쉬기 조차 곤란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 나라들은 여념이 없다.
저자가 예측한 모델의 핵심은 기존 경제관념의 허무와 경제속도에 있다. 후생경제를 비롯하여 사회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변수를 포함한 행동에 의한 경제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임을 제시한다. 더불어 에코스패즘으로 발생한 문제에 선제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여 통제 가능한 범위내로 편입시키고 다국적 기업에 대한 제어와 집중으로 경제주체를 회복할 것을 권고한다.
따라서 저자가 짚은 미래사회의 문제는 다양성의 인정과 유연한 대처에 있다. 탄력적인 근무환경의 조성과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수요의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국지적인 갈등을 종식시키는 대처방안이 된다. 하물며 미래 사회로의 전망이 비관적이고 불투명하다 할지라도 오만과 탐욕을 경계한다면 지금의 불안은 점차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토플러의 예지력은 금세기를 불황의 늪에서 탈출할 돌파구로 사용될지 모르겠다. 미래학자인 벅민스터 플러가 주장한 협력과 공생의 관념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 하겠다. 배타적이고 교만한 시각에서 벗어나 역사의 반복된 실수를 자인하고 불황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