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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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재미는 파편처럼 흩어진 범죄의 조각들을 그러모아 하나로 연결시키는 과정에 있다. 그렇게 모아진 흔적의 편린들은 하나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윤곽을 만든다. 여기서 다시 필요, 불필요로 나누어 추스르고 헤아리면 답이 완성되는 결과다. 그래서 그 과정이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이러한 구조에 탐닉하고 몰입하는 재미는 어떤 장르보다 추리소설이 앞서 있는지 모른다. 재미도 있거니와 숨 막히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또한 매력이다. 이처럼 추리소설은 고도의 두뇌 플레이와 묘한 호승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스웨덴의 작가가 쓴 작품은 읽은 것 중 기억의 굴곡에 깊이 각인된 책을 굳이 꼽으라면 단연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시리즈다. 생소한 지명과 낯선 이름이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으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이야기의 구조에 흥에 겨워 밤새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그런데 이 책 <얼음공주>또한 상당히 다르면서도 유사한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작품이다. 저자 카밀라 레크베리의 인생 경험과 정서적 섬세함이 골고루 배어 완성시킨 합작품이다.

 

세간에서는 그녀를 두고 애거서 크리스티를 잇는 차세대 천재작가라고 평한다. 압도적인 평가와 시선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진한 이가 있겠는가마는 그녀가 완성시킨 짜임애 있는 추론능력은 긴장감을 동반한 농익은 자태를 맘껏 뽐내고 남는다. 처참한 범죄의 현장이 남긴 흔적의 조각들을 따라 수사망을 좁혀 나가는 흥미진진함은 추리소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즐거움이다. 근래에 들어 그 수요층이 두터워진 미국 드라마 CSI에서나 볼 수 있는 스릴과 심리적 긴장감이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다.

 

이야기는 스웨덴의 작은 항구도시 피엘바카에서 펼쳐진다. 살을 에는 추위와 동토의 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치는 조용한 마을에 젊은 상류층 여인 알렉스의 자살사건은 초미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현장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명제처럼 이야기의 궤적이 흘러가는 방향은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내몬다. 하지만 이 책에서 펼쳐진 긴장구조는 의도적인 보이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이중함정의 덫을 쳐 놓고 긴강의 고삐를 죄어 올 것 같은 기분이다. 뭔가 존재할 것 같은 묵직한 긴장감이 의심의 가지를 모락모락 자라게 만든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져 버린 구조탓일까? 아니면 미디어가 생산해 내는 극악무도한 범죄수사과정을 너무도 상세하게 보고 들어서 식상해져 버린 탓일까? 모든 일반적인 관점을 투사해서 본다면 이 책의 얼개는 한 꺼풀 낮춘 추리소설이자 로맨스소설로 비쳐진다. 이 책의 주인공 에리카와 파트리크의 러브라인이 형성하는 멜랑꼴리한 상황도 그렇고 에리카를 둘러싼 연정의 삼각관계도 그렇다. 차라리 살인으로 빚어진 진정한 사랑찾기에 나서는 모습이니 말이다.

 

그러나 자세히 가만가만 드려다 보면 이 작가의 비범함이 고스란히 스며 있음을 은연중에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심리 본성에 내재된 분노, 원망, 갈등, 번민에 대한 집착이 씨앗이 되어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유발하는 인과관계는 인간이 만든 심리적 원인이다. 인간이 가진 음습한 본성에 덮인 두꺼운 막을 걷어내면 나약하기 짝이 없는 벌거숭이가 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주변인이 범인으로 밝혀진다면 더욱 충격의 무게가 크다. 이 책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추리과정을 유지하는 이유도 의외의 결론을 갖추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증오나 미움도 사랑의 한 형태다. 사회적 시선과 명예, 위치를 지키기 위해 타자의 권리를 묵살한다면 그 죄책감은 엄청날 것이다. 일평생 드러내지 못한 죄책감의 그림자에 억눌려 산다면 냉소와 자책만이 남는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후 피해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되찾겠다고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면 그 두려움과 공포심은 극한의 상태로 향해 갈 것이다. 이런 모든 최악의 외부적 압력은 인간의 판단력을 흐리고 이성을 상실케 한다. 간단하고 단락적인 피드백의 결과다. 이것이 작가가 짚은 신선한 추리소설에 포갠 인간을 향한 통찰이다.

 

이렇듯 피해자의 충격이나 파장이 최고치에 달할 소재로 아동 성폭력에 초점을 맞추어진 것의 속내는 사회적 시선과의 공감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매개체로 이야기를 맞추어 간다는 것은 감성적인 면보다 이성적으로 무장할 여지가 높다. 아울러 피해자들에게 닥친 물리적, 심리적 트라우마의 전이가  전염병처럼 퍼져 영향을 끼치기 매우 쉬운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크고 작은 각기 다른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누구나 상처는 있기 마련이다.

 

가볍게 잡아 넘긴 책에서 기대하지 못한 뜻밖의 느낌을 받았다. 또, 이 책의 의도와는 다르게 엉뚱한 발상을 떠올려 끼적였는지 모르겠다. 선입견처럼 박힌 애거서의 오마주를 기대하였을 수도 아니면 숨 막히는 대결구조를 상상했는지 몰라도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서평임을 밝혀둔다. 오히려 읽을 내내 사회문제와 인간관계에 대해 성찰하고 고민하는 시선이 담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익숙한 대결구조보다 이렇게 조금 이완되고 느슨해진 긴장구조가 나름 재밌기도 하고 신선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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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1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ㅣ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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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으로 추앙받는 시장의 마법사 워렌 버핏은 금세기가 낳은 최고의 부자이자 경영구루다. 오늘날의 성공은 도전과 열정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지칠 줄 모르는 삶, 바로 위대함이다. 그를 최고의 부자로 만든 이유는 습관처럼 굳은 검소함과 삶에 대한 집중이었다. 그를 닮고자 배우고자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동과 가르침에 열광한다. 이를 통해 세상을 통찰하는 지혜를 터득하고 부를 다스리는 겸손을 배우고자 함이다.  

“집중이야말로 탁월함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다”(1권, p-566) 

이 책 <스노볼>은 1,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아직 현존하여 활동하고 있는 인물을 대상으로 만든 근간에 보기 드문 전기다. 객관적인 시각과 균형감을 갖추어야 한다는 태생적 과제를 안고 출발한 책이기에 진실함이 관건일 테다. 하지만 이 책을 아우르며 관통하는 통찰의 시각은 불과 몇 페이지만 읽어도 기우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챈다. 5년여 시간동안 버핏의 생활에 파고들어 그의 행동, 습관, 생각 등을 근접한 거리에서 파악하고 철저하게 분석했다. 그러하기에 유일무이한 전기로 이 책이 세간에 미칠 영향력과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워렌 버핏은 1930년에 출생했다. 이 책은 연도별로 그가 걸어 온 발자취를 되짚었다. 현재의 그를 세운 원동력이 무엇인지, 지혜의 힘이 무엇인지를 인생 전반을 통해 찾고자 하였다. 굵직굵직한 사건에서부터 그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들의 일화까지 크고 작은 일들을 광범위하게 훑어 통찰하였기에 부피가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분량의 방대함에 비해 버핏의 유머와 삶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에 읽는 재미가 있으며 감칠맛이 난다.  

워렌 버핏은 검소와 절약을 미덕으로 삼았다. 어린 시절부터 버핏의 아버지 버핏 집안의 영향으로 근검과 절제된 생활을 체득하고 익혔다. 이러한 영향으로 스스로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기 훨씬 어린 나이에 강인한 생활력을 통해 세상을 구르고 넘어지며 배웠다. 이때 배운 검소한 삶과 절제의 정신이 그의 인생 전반을 지배하며 작동하는 디딤돌로 작용하였다.  

이처럼 그를 일으킨 성장엔진이 절약이었다면 그의 동력에너지는 불굴의 열정일 테다. 한 번 빠져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성취하고 이루어 내는 결연한 의지와 집착이 그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 세계의 경영인이 그를 존경하는 기업가로 꼽는 대표적인 이유 중에 하나이자 이 책에서 소개된 내면의 점수판의 배경이다.  

유년기의 버핏이 절약을 배웠다면 학창시절 버핏은 삶의 지혜를 배웠다. 그의 판단과 기준에 배울 가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이 들면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배우고 흡수하고자 하였다. 이런 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스승은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벤자민 그레이엄이었다. 그의 투자이론과 경영이론이 어린 버핏에게는 커다란 감동이었다. 그레이엄교수가 만든 “담배꽁초”이론이 버핏에게 넘어 와 가치투자로 이어지는 전신이 되었던 것도 이러한 결과다.   

버핏은 자산 가치보다 저평가된 회사의 주식을 사 들여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를 하는 간단한 방식을 취한다. 내재된 안전마진을 믿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내를 가지고 기다린다. 그의 투자원칙은 인내와 단순명료함이 결합된 소신의 산물이다. 거창한 투자분석이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옳다고 생각하는 결정에 대한 포지션을 버리지 않고 거머쥔다는 것에 있다.  

이것이 ‘스노볼’처럼 커지고 커져 복리의 마술을 부려 현재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되었다. 버핏은 원칙에 반하는 행동을 철저히 배척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정직이라는 진정성으로 그의 투자행위가 기업을 파괴하고 사회공동체를 뒤흔드는 파렴치한 행동으로 나아가지 않은 이유 또한 그것이다.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더 많은 수익과 부를 창출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변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며 시장의 냉소주의를 물리치며 ‘난소로또’를 떠올리며 탐욕을 경계하였다.  

나무는 하늘 끝까지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버핏은 자기가 새로 자라나는 어린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일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버핏은 단 한 번도 사업에 대한 집중성을 놓친 적이 없었다. (2권, p-680) 

워렌 버핏은 벤 그레이엄 외에도 앤드류 카네기의 사상에도 영향을 받아 매료되었다. 그레이엄이 원칙을 만드는 계기였다면 카네기는 소신을 완성시키는 바탕이 되었다. 카네기가 바라 본 세상의 향한 원칙과 소신에 대해 그는 불평에 맞서 싸우고 아첨과 겸손을 구별하는 힘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버핏은 인맥관리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겼다. 그의 분신과도 같은 찰리 멍거와의 인연은 영원처럼 함께 했다. 가는 곳마다 버핏은 날카로운 눈으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서길 바랐다. 그것은 버핏 그룹이라는 철옹성의 견고한 슈퍼개미들을 일구어 낸 버크셔 헤서웨이의 사람들이었다. 그는 인간관계를 통해 진실된 마음을 얻고 사랑을 얻었으며 인생을 통찰하는 에너지를 얻었다.


그는 투자에 관한 원칙을 분명하게 지켰다.  

투자의 제1원칙 돈을 잃지 말라  

투자의 제2원칙 제1원칙을 잊어버리라.

투자의 제3원칙 빚을 지지 말라 

손실 가능성과 효율성 및 안전성을 살피고 기대 수익을 통한 안전 마진을 설정하는 신중함으로 내재가치가 높으나 저평가된 주식에만 투자하였다. 소위 말하는 그레이엄과 토드가 개발한 ‘담배꽁초’이론이다. 이러한 투자의 소신은 경제효율성의 법칙을 보기 좋게 깨트리며 경제학의 일반적인 이론에 인간의 행동심리가 지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따라서 그의 이런 투자방식은 단기이익에 사로잡힌 시장의 조급함을 통렬하게 지적하며 시장의 가치를 보호하고 기업의 항상성을 추구하는 방식의 투자이며 요체다.   

실제 워렌 버핏은 지독한 현실주의자였다. 자신의 엄청난 부를 자식들에게 상속하는 것을 반대하며 빌 게이츠 재단에 재산의 대부분을 기부하였다. 노력 없는 성공은 공으로 얻은 것이기에 인생의 가치를 근면과 집중에서 찾았다. 부단히 노력하고 또 집중하다보면 위대한 기회가 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러한 기회를 끊임없이 살피고 노력하였기에 버핏은 남들보다 탁월한 기회를 분별하는 안목을 갖추었던 것이다. 그래서 워렌 버핏을 일컫어 미다스의 손이라고 한다. 그의 손을 거치기만 하면 꺼져 가던 불꽃도 활활 다시 타올라 생명의 불씨를 되살린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워렌 버핏을 통해 많은 것을 보았다. 1956년 단돈 100달러로 시작해서 주식투자만으로 거부가 된 그의 놀라운 성과보다 그가 닦은 명성이 더 값어치가 있고 빛나 보인다. 자기에게 투자하고 열정을 믿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성공한다는 명명백백한 진리를 몸소 실천한 그의 삶이기 때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무엇인지를 선연히 사람들의 가슴 속에 아로새긴 그의 아름다운 삶,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그의 부가 아닌 바로 삶을 향한 열정과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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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명 작가님의 신작 가제 <나에 관한 너의 거짓말> 이벤트에 신청했으나  

당첨되지 못해 아쉬움이 짙었다.  

허나, 정체불명의 우편물을 받고 가제본이 배달되어 왔다는 놀라움과 즐거움에  

단숨에 삼켜 버렸다.

 

이미 접한 다른 분들처럼 나 또한 반응이 엇비슷하게 뭉개진다. 국내에 보기  

드문 정통 프로파일러 소설을 접한 느낌이다. 시리도록 차가운 문체와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구조는 읽는 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빠른 전개와  

세밀한 심리묘사가 탁월하며 인간내면의 본성을 날것 그대로 보여 준 작가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아 눈길을 잡아 붙들어 맨다.

 

 또한, 장소나 배경이 국내가 아닌 가상의 세계를 통해 만들어 진 특히, 미국을 연상케

하는 지명들은 범죄프로파일러로 유명한 도시와 친숙한 배경이라 거부감이 없다는

것도 이채롭다. 이미 미국드라마를 통해 매니아층이 생긴 범죄관련이야기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이며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프로파일러에 대한 연쇄살인범의 심리묘사를 제대로 잡아 낸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와 범죄자의 심리를 연계하여 접근한 방식과

퍼즐을 끼워 맞추듯 제시된 메타포를 통해 전체를 통찰하는 기교적 장치는

예술이다. 다중나선고리형 연쇄살인의 심리묘사와 의사기억을 통한 인간 본성을

지배하는 무의식(잠재력) 세계는 이야기의 추론적 과정을 담보하는 발판으로

작용하는 든든함이다.

 

 하지만 연쇄살인범 데니스 코헨과 형사 매코이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가

다소 매끄럽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 헐리반장, 찰리 카슨의 경우는 전형적인

권력구조의 생리에 순응한 먹이사슬을 만들어 읽는 이와의 정서적 교감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 반면, 라일라 스펜서가 매코이를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한다는 이중반전을 위해서는 조금 더 객관적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짧은 생각 한 자락이 미친다.

 

 첫째, 메코이가 데니스 코헨의 잠재적 인성이 발현되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과정과 라일라 스펜서와의 연결고리를 찾기가 힘들다. 라일라가 이 사건을 지배

하는 숨은 배후 조정자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메코이가 심리적 이탈현상을

겪는다는 불안요인을 처음부터 알고 접근하여야 한다는 의문을 남긴다.

 

 둘째, 라일라가 겪은 어릴적 트라우마인 여동생 레이첼의 범인이 데니스 코헨

이라는 가정을 통해 연결시킨 것은 매끄럽게 넘어가나 이미 메코이를 통해 예전에

사망한 데니스 코헨을 굳이 되살린 이유가 무엇인지 언뜻 이해하기가 힘든 면이 있다.

라일라 또한 심리적 상처가 아물지 못한 상태였기에 정신적 교란상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상황적 이해가 가능하지만 단순히 복수를 위한 대상을

만들기 위한 범죄심리라면 연결고리를 찾기가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머문다.

 

 따라서, 라일라와 메코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간접배경을

조금 더 풀어 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라일라가 레이첼의 죽음을 통해 겪은

심리적 크레파스를 치유하기 위해 메코이와 교감을 나누고 연민을 일으키는

구조에 반전을 깔기 위해서는 라일라가 왜 메코이와 데니스 코헨을 혼동하여

동일한 선상에서 놓게 되었는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잘 만든 책에 이러쿵 저러쿵 참견할 능력이 되는 지 모르겠으나 부족한 생각

한꼭지 보탠다. 정성들여 만들어 진 책이기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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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스노우 볼>은 워렌 버핏의 경영철학이

녹아 있는 평전이다. 2권으로 이루어 진 책은 총 1,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현재 6부능선을 올라섰지만 분량에 반해 조금도 지루함이 없다.

대개의 인물사가 그렇듯 그 사람의 발자취에서 훝어 써 내려간다는

사실에 기인해 보면 사실 재미를 논하기 그렇다.

 

평범한 일상의 낱알 하나 하나가 모여 커다란 현재를 이루었기에

그렇지 싶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은

끈기, 인내, 긍정, 도전의 마인드가 습관처럼 배어 있다는 사실이겠다.

 

경영구루로 세계인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은 그의 성공비결은

원칙과 굽힐 줄 모르는 열정에 있다. 그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어떻게 현재의 부를 거머졌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결과를

도출해 낸 과정을 터득하였나하는 데 있다.

 

관성처럼 인이 밴 검소함과 긍정마인드는 그가 카네기의 철학에서

감명을 받았듯, 그의 스승 벤 그레이엄의 영향을 받았듯 현실의 기회를

솎아 내는 그의 비범한 능력보다 열정에 무게가 더 실린다.

 

이처럼 아직 그의 인생 중 전반부에 올라섰지만,  책은 상당히 흥미롭고

입체적이다. 신변잡기를 까발리는 로맨스소설도 아닌데 말이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분량에 놀라고 가격에 한번 놀라겠으나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시라. 후회하지 않을 시간을 선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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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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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을 간혹 받곤 한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분명하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겠으나 재밌기도 하고 순수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한 없이 아이가 뿜어내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이 한결 가벼워 보이는 기분이 든다. 이처럼 판타지에서나 있을 법한 상상의 세계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만드는 마법과 같은 힘이 느껴진다.

 

이 책<그레이브 야드 북>은 기발한 상상력이 빚어 만든 재미난 이야기다. 죽은 자와 산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상천외한 모험의 세상이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꿈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상스토리는 언제 읽어도 물리지 않는다. 빠른 전개와 복합적인 갈등구조, 신비로운 캐릭터의 등장, 다양한 창조물들이 넘쳐나는 흥미로운 세상은 여태껏 맛보지 못한 새로움으로 가득하다.

 

이야기는 오랜 믿음으로부터 그들을 지켜 내려는 고대 바빌론 조직의 무자비함으로 시작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노바디 오언스를 둘러 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현실은 대립으로 점철된 세상이다. 대개 엇비슷한 판타지 소설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대립은 갈등을 낳고 갈등은 도전과 지혜를 통해 극복한다. 이렇게 승화된 스토리라인은 전형적인 판타지서사구조다. 평범한 구조라 읽기도 쉽고 이해도 빠르며 잠시 앉아 푹 빠져 들기에 제격인 책이다.

 

아울러 이 책의 배경이 묘지라는 것도 엉뚱한 발상이 주는 묘한 재미가 있다. 죽은 자의 안식처가 주는 고정관념을 이용해 능수능란하게 펼쳐지는 캐릭터들의 심리묘사는 몰입으로 이끈다. 이러한 작가의 지배적 시점의 구사는 이 책을 읽는 맛을 더 한다. 게다가 죽은 자들과의 교감을 공포심을 배제하고 소통한다는 아이디어는 순수한 영혼으로 세상을 보는 맑음 영혼의 숨결처럼 들린다.

 

이러한 판타지 소설이 추구하는 진정한 맛은 상상력의 확장과 모험과 도전을 통한 믿음을 발견하고 한 아름 선사해주는 것에 있다.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흔한 소재에 생기를 불어 넣는 영감은 호기심이라는 선물이 준 보석이다. 비록 그것이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가상의 세계일지라도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럴듯한 착각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겠다.

 

저자는 키플링의 <정글북>에 많은 신세를 졌다고 속내를 비쳤다. 알다시피 <정글북>은 동물과 인간의 사랑을 아름답게 소묘한 성장소설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 드러난 캐릭터들 또한 정글북의 그것과 구조나 기교가 매우 흡사하다. 이러한 낯익은 캐릭터 설정은 식상한 맛을 불러 일으킬수도 있겠으나 의도된 오마주이기에 설정과 방향을 안전하게 유지해 주는 효과를 가져다 주는 이점도 있겠다. 실제 이 책의 주인공 노바디(보드)를 돕는 사일런스, 루페스쿠 선생, 리자 마녀, 묘지의 영혼들은 정글북의 바키라(흑표범), 발루(곰), 늑대형제등과 쉽게 오버랩된다.

 

이처럼 <정글북>의 스토리라인을 맹아(萌芽)로 차용하여 새롭게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는 성장소설이 주는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진감 넘치는 지하세계, 영혼들과의 사랑, 모험을 향한 화려한 서스펜스 등은 이 책을 사로잡는 백미이자 압권이다.

 

노바디 오언스가 주는 상징성은 세상을 향한 도전이다.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고 세상을 향해 소리 높여 외칠 수 있는 도전은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성장의 발판이다. 누구나 삶을 배우고 인생을 통찰하는 지혜를 배운다. 지혜의 밑바탕은 바로 잠재력이다. 사일런스가 노바디에게 던진 잠재력의 의미는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비켜갈 수 없는 성취해야 하는 목표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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