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명 작가님의 신작 가제 <나에 관한 너의 거짓말> 이벤트에 신청했으나  

당첨되지 못해 아쉬움이 짙었다.  

허나, 정체불명의 우편물을 받고 가제본이 배달되어 왔다는 놀라움과 즐거움에  

단숨에 삼켜 버렸다.

 

이미 접한 다른 분들처럼 나 또한 반응이 엇비슷하게 뭉개진다. 국내에 보기  

드문 정통 프로파일러 소설을 접한 느낌이다. 시리도록 차가운 문체와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구조는 읽는 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빠른 전개와  

세밀한 심리묘사가 탁월하며 인간내면의 본성을 날것 그대로 보여 준 작가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아 눈길을 잡아 붙들어 맨다.

 

 또한, 장소나 배경이 국내가 아닌 가상의 세계를 통해 만들어 진 특히, 미국을 연상케

하는 지명들은 범죄프로파일러로 유명한 도시와 친숙한 배경이라 거부감이 없다는

것도 이채롭다. 이미 미국드라마를 통해 매니아층이 생긴 범죄관련이야기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이며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프로파일러에 대한 연쇄살인범의 심리묘사를 제대로 잡아 낸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와 범죄자의 심리를 연계하여 접근한 방식과

퍼즐을 끼워 맞추듯 제시된 메타포를 통해 전체를 통찰하는 기교적 장치는

예술이다. 다중나선고리형 연쇄살인의 심리묘사와 의사기억을 통한 인간 본성을

지배하는 무의식(잠재력) 세계는 이야기의 추론적 과정을 담보하는 발판으로

작용하는 든든함이다.

 

 하지만 연쇄살인범 데니스 코헨과 형사 매코이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가

다소 매끄럽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 헐리반장, 찰리 카슨의 경우는 전형적인

권력구조의 생리에 순응한 먹이사슬을 만들어 읽는 이와의 정서적 교감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 반면, 라일라 스펜서가 매코이를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한다는 이중반전을 위해서는 조금 더 객관적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짧은 생각 한 자락이 미친다.

 

 첫째, 메코이가 데니스 코헨의 잠재적 인성이 발현되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과정과 라일라 스펜서와의 연결고리를 찾기가 힘들다. 라일라가 이 사건을 지배

하는 숨은 배후 조정자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메코이가 심리적 이탈현상을

겪는다는 불안요인을 처음부터 알고 접근하여야 한다는 의문을 남긴다.

 

 둘째, 라일라가 겪은 어릴적 트라우마인 여동생 레이첼의 범인이 데니스 코헨

이라는 가정을 통해 연결시킨 것은 매끄럽게 넘어가나 이미 메코이를 통해 예전에

사망한 데니스 코헨을 굳이 되살린 이유가 무엇인지 언뜻 이해하기가 힘든 면이 있다.

라일라 또한 심리적 상처가 아물지 못한 상태였기에 정신적 교란상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상황적 이해가 가능하지만 단순히 복수를 위한 대상을

만들기 위한 범죄심리라면 연결고리를 찾기가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머문다.

 

 따라서, 라일라와 메코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간접배경을

조금 더 풀어 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라일라가 레이첼의 죽음을 통해 겪은

심리적 크레파스를 치유하기 위해 메코이와 교감을 나누고 연민을 일으키는

구조에 반전을 깔기 위해서는 라일라가 왜 메코이와 데니스 코헨을 혼동하여

동일한 선상에서 놓게 되었는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잘 만든 책에 이러쿵 저러쿵 참견할 능력이 되는 지 모르겠으나 부족한 생각

한꼭지 보탠다. 정성들여 만들어 진 책이기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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