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을 간혹 받곤 한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분명하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겠으나 재밌기도 하고 순수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한 없이 아이가 뿜어내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이 한결 가벼워 보이는 기분이 든다. 이처럼 판타지에서나 있을 법한 상상의 세계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만드는 마법과 같은 힘이 느껴진다.

 

이 책<그레이브 야드 북>은 기발한 상상력이 빚어 만든 재미난 이야기다. 죽은 자와 산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상천외한 모험의 세상이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꿈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상스토리는 언제 읽어도 물리지 않는다. 빠른 전개와 복합적인 갈등구조, 신비로운 캐릭터의 등장, 다양한 창조물들이 넘쳐나는 흥미로운 세상은 여태껏 맛보지 못한 새로움으로 가득하다.

 

이야기는 오랜 믿음으로부터 그들을 지켜 내려는 고대 바빌론 조직의 무자비함으로 시작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노바디 오언스를 둘러 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현실은 대립으로 점철된 세상이다. 대개 엇비슷한 판타지 소설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대립은 갈등을 낳고 갈등은 도전과 지혜를 통해 극복한다. 이렇게 승화된 스토리라인은 전형적인 판타지서사구조다. 평범한 구조라 읽기도 쉽고 이해도 빠르며 잠시 앉아 푹 빠져 들기에 제격인 책이다.

 

아울러 이 책의 배경이 묘지라는 것도 엉뚱한 발상이 주는 묘한 재미가 있다. 죽은 자의 안식처가 주는 고정관념을 이용해 능수능란하게 펼쳐지는 캐릭터들의 심리묘사는 몰입으로 이끈다. 이러한 작가의 지배적 시점의 구사는 이 책을 읽는 맛을 더 한다. 게다가 죽은 자들과의 교감을 공포심을 배제하고 소통한다는 아이디어는 순수한 영혼으로 세상을 보는 맑음 영혼의 숨결처럼 들린다.

 

이러한 판타지 소설이 추구하는 진정한 맛은 상상력의 확장과 모험과 도전을 통한 믿음을 발견하고 한 아름 선사해주는 것에 있다.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흔한 소재에 생기를 불어 넣는 영감은 호기심이라는 선물이 준 보석이다. 비록 그것이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가상의 세계일지라도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럴듯한 착각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겠다.

 

저자는 키플링의 <정글북>에 많은 신세를 졌다고 속내를 비쳤다. 알다시피 <정글북>은 동물과 인간의 사랑을 아름답게 소묘한 성장소설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 드러난 캐릭터들 또한 정글북의 그것과 구조나 기교가 매우 흡사하다. 이러한 낯익은 캐릭터 설정은 식상한 맛을 불러 일으킬수도 있겠으나 의도된 오마주이기에 설정과 방향을 안전하게 유지해 주는 효과를 가져다 주는 이점도 있겠다. 실제 이 책의 주인공 노바디(보드)를 돕는 사일런스, 루페스쿠 선생, 리자 마녀, 묘지의 영혼들은 정글북의 바키라(흑표범), 발루(곰), 늑대형제등과 쉽게 오버랩된다.

 

이처럼 <정글북>의 스토리라인을 맹아(萌芽)로 차용하여 새롭게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는 성장소설이 주는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진감 넘치는 지하세계, 영혼들과의 사랑, 모험을 향한 화려한 서스펜스 등은 이 책을 사로잡는 백미이자 압권이다.

 

노바디 오언스가 주는 상징성은 세상을 향한 도전이다.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고 세상을 향해 소리 높여 외칠 수 있는 도전은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성장의 발판이다. 누구나 삶을 배우고 인생을 통찰하는 지혜를 배운다. 지혜의 밑바탕은 바로 잠재력이다. 사일런스가 노바디에게 던진 잠재력의 의미는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비켜갈 수 없는 성취해야 하는 목표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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