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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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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은 언제나 우리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도 그럴것이 시중에는 온갖 장르에 걸쳐 수없이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이내 사라져간다. 그러한 책의 홍수속에서 우리는 과연 자신에게 필요한 좋은 책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저 베스트셀러라는 허울에 빠져 선택 아닌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아마도 그때문이 아닐까. 그만큼 좋은 책을 선택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럴때 누군가 감명깊게 읽었던 책을 소개해 주는 것처럼 책에 대한 책은 우리에게 좋은 메세지가 되어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 다른 이의 독서 스타일과 자신의 스타일을 비교할수도 있거니와 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같이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탄탄한 이야기 구성으로 출간하는 책마다 좋은 반향을 얻고 있는 인기작가 김탁환의 독서기록인 이 책 <뒤적뒤적 끄적끄적>은 그런 면에서 책이 주는 감동이 무엇인지 우리가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책이 될 수 잇을 것이다.

 

저자 김탁환은 그간 많은 소설을 통해 그가 가진 역사관과 삶의 방향에 대해 보여주었다. <불멸>을 통해 잊혀져가던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조명해보기도 했고 <방각본 살인사건>부터 시작된 백탑파 시리즈는 상당한 매니아층을 만들어내며 그에게 열광하게 했다. 지난해 출간된 <혜초>의 경우 기획과정부터 힘들었던 취재과정 그리고 집필과정까지 책이 만들어지는 모든 순간들이 소개되며 책을 쓴다는 것이 작가에게도 그리 쉽지 않은 작업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가 이 책에 주목할 만한 이유는 어쩌면 이 책이 책과 관련된 철저한 저자 개인의 일상에 대한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글을 쓰는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는 모두 100권의 책이 소개되고 있다. 각박한 일상에 지쳐 신음할 때 위로를 준다는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부터 50년이 지난 미래의 모습을 가늠해보는 페이스 팝콘의 <미래생활사전>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통해 저자의 독서세계를 엿볼 수 있다. 한 권의 책은 크게는 개인의 삶의 방향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것은 물론 답답하고 힘든 난제에 부딪혔을때 그러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저자 역시도 책의 곳곳에서 그러한 지난 시절의 모습을 회상하며 그 책이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그 책이 어떻게 자신에게 닥친 난제의 열쇠가 되었는지 기억해 낸다. 낯선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책들이 아마도 그러했던 것 같다. 단어는 비틀리고 문장은 비명을 질러댔다라고 기억할 만큼 글이 만들어지지 않던 때 에르노의 책들은 그에게 침묵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애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를 통해서는 추리소설에서 그 자신이 작가가 아닌 소설속의 숨긴자의 입장이 되는 것을 배우기도 했음을 전하기도 한다. 또한 법정 스님의 <인도기행>이나 유길준의 <서유견문>을 통해서 현실을 떠나 보다 자유롭고 평온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글쓰기의 방법이 됨을 전하기도 한다.

 

책에 소개된 모든 작품을 언급할 수 없지만 책을 통해 무엇인가를 느끼고 또한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180여권에 이르는 <완월희 맹연>을 읽어낸 뚝심이나 <삼국지>의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 순욱이라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인물을 기억하고 그의 슬픔을 헤아리는 시각은 분명 저자만이 가진 책을 보는 남다른 시선이다. 아마도 그것이 그를 작가로 있게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책은 늘 소설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던 저자의 개인적인 일상을 엿볼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또한 창작의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도 책을 통해 좋은 책을 소개받은 것에 무한한 감사를 해야 할 것 같다. 당장 오늘부터 읽고 싶은 책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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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폴라의 유혹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3
남궁문 지음 / 시디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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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세상은 혼자 왔다 조용히 혼자 사라지는 절대고독의 공간일런지 모른다. 세상의 모든 일은 어찌됐든 자신의 책임이며 또한 그 누구도 그것을 대신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그러한 사실은 그리 가까이 다가와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것은 늘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원리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지만 이내 다가오는 또다른 하루에 우리는 그것을 금방 잊어버린다. 그렇듯 우리에게 삶은 익숙함의 연속이며, 그안에서 우리는 좀처럼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찾지 못한다. 그럴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만나는 새로움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프랑스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고 스페인 북부를 횡단해 성 야고보의 무덤에 이르는 800Km가 넘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기나긴 고행의 길이다. 중세 유럽인들의 종교적 열정과 속죄의 순례길이었던 그 길이 이제는 또다른 의미의 순례길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 책 <아마폴라의 유혹>은 벌써 이 산티아고 길을 세 번이나 걸었던 화가 남궁 문이 세번째 펴낸 책이다. 스페인에서 유학했던 경험으로 그는 2001년 처음 그 길을 걸었고 이듬해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책까지 펴냈다고 한다. 그는 2004년초에도 그 길을 걸었고, 이 책의 배경이 된 2007년에도 그 길을 걸었다고 한다. 세번의 경험이 다른 것은 각각 여름, 겨울, 봄으로 바뀐 계절뿐이다. 그는 40일이 넘는 그 고행의 길을 무엇 때문에 세번이나 걷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는 어떠한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
 
"... 그리고 항상 내 뇌리에 자리잡고 있었던 그 붉은 아마폴라가 핀 들판을 걸어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조바심까지 나던 나였으니까..."
이미 시중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많은 책들이 나와있다. 많은 이들이 산티아고 순례를 통해 새로운 자신과 만났다고 이야기 한다. 작가 파울로 코엘료 역시 어느날 일상에서 벗어나 그 길을 걸었고 그 순례의 경험을 통해 세계적 작가로 거듭나게 되었고, 독일의 유명MC 케르켈링 역시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흐트러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되었다 이야기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 남궁 문은 특히 유별나 보인다. 그 힘들다는 고행의 길을 세 번이나 걸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세번째 여행을 하게 된 것은 친구의 권유에 의한 함께하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친구의 갑작스런 사정으로 인해 그는 역시나 이전에 그러한 것처럼 혼자서 대부분의 길을 걷는다. 결국 저자는 화려한 아마폴라 꽃을 통해 여행의 기쁨을 만끽한다. 마치 오줌을 저릴 것같은 전율까지 느껴진다는 아마폴라가 그래서 이 책의 타이틀이 되었나 보다. 

 

무엇보다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은 여행책자의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사진을 통해 우리는 마치 자신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사진은 물론이고 화가라는 작가의 특이한 이력으로 인해 다양한 그림을 함께 할 수 있는 행운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거기에 그림과 사진을 조합한 포토샵 이미지들이 더해지면서 상상과 실제의 공간을 넘나드는 착각속에 우리를 빠져들게 만들기도 한다.

 

"길에 나 지신을 내팽개친다는 심정으로..."
세번째 길 임에도 하룻 밤 누울 곳이 없기도 하고 넘치는 욕심때문에 지쳐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길에서 만나는 동행자들로 인해 힘을 얻는다. 여행마저도 꽉 짜여진 일정표대로 소화하는 우리에게 때론 친구로 때론 경쟁자로 그 길을 걷는 그들이 부러울 뿐이다. 혼자 걸어가지만 그 속에도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존재한다. 저자 역시 길 위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풍경 만큼이나 빠질 수 없는 책의 커다란 부분으로 작용하기에...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지침서로는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자세한 일정도 디테일한 계획조차도 언급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아마폴라의 붉은 빛 만큼이나 우리들을 유혹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소개에 급급한 책 보다는 좀 더 강한 흡입력으로 우리들을 산티아고 길로 이끄는 듯 하다. 그렇게 보까딜료와 오렌지 그리고 하모니카와 함께 하는 저자의 자유로운 여행은 부러움을 넘어 많은 매력들을 발산해 낸다. 아마도 그러한 면들이 현대인들에게 걷기여행을 보다 새로운 여행의 모델로 제시하고 또한 각광받게 한 것은 아닐까...

 

언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삶의 언저리를 휘감아 돈다. 하지만 결국 용기다. 모든 것을 던지고 떠나는 용기 앞에서 어쩌면 조금은 두려워하는 모습을 쉽게 만난다. 그런면에서 계절별로 그 길을 걷고 그때마다 책을 펴낸 저자의 용기에 감탄할 따름이다. 세상의 끝에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마지막 그림이 무척이나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이 남은 듯 저자는 가을의 산티아고 길을 떠나려 한다. 가을 산티아고 길의 정취는 어떠한 또다른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줄까 기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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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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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쩌면 언제나 같은 패턴이다. 바짝 마른 입술에서 나오는 갈라진 목소리처럼 그의 글은 딱딱하게 한이 서려있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날카로운 수사도 그 흔한 인용조차도 없이 그저 시간의 흐름만을 쫓는듯 무미건조한 진행은 언제나 그랬듯 우리를 그저 차가운 절망의 나락으로 인도할 뿐이었다. 희망도 없이 내일에 대한 그 어떤 기약도 없이 보이는 그대로 그는 표현하길 좋아한다. 그 자신 조차도 겨우겨우 적막이 지나간 세월의 흔적아래에서 조금은 담담히 현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자전거를 탈때나 겨우 즐거움을 표현하는 작가 김훈이 오랫만에 에세이집을 펴냈다. 지금껏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려 하던 그가 이 책 <바다의 기별>을 통해 자신의 삶과 가족 그리고 언제나 힘들기만한 치열한 글쓰기의 일상과 일평생 그의 밥벌이였던 기자시절에 대한 기억 등을 조용히 들려주려 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작품을 통해서 작가와 만난다. 작가의 글은 그의 사상이며 또한 영혼이기에 그가 써낸 작품은 독자와 작가가 소통하는 공간이며 독자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세계를 탐구해 나간다. 그런면에서 보면 작가 김훈은 누구보다도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절망과 고통만을 보여주는 말라버린 그의 글에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어쩌면 그가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않은 우리의 치부를 들춰내는 남다른 능력을 가졌기 때문만은 아닐까. 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전하면서 그는 조용히 아버지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문학기행>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어쩌면 그가 보여주는 가장 완곡한 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만든다. 딸의 성장을 바라보며 느끼는 경이 그리고 장모의 죽음을 통해 그는 생명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각자가 지닌 생명은 당연히 개별적이겠지만 누구나가 맞이하는 죽음은 보편적이다. 하지만 결코 분리되지 않는 생로병사를 통해 결국은 죽음 역시도 개별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그는 절망하기도 한다.

 

'고향과 타향'을 통해 그가 일산에 산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원래 베스트셀러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니었는데 몇 년전 어느 날 서점에서 <남한산성>이 손에 들렸고 단 하루만에 다 읽어 버렸다. 그리고 한동안 소설이 주는 그 절망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적이 있다. 누구나 다 아는 그 처절한 이야기를 그렇게까지 살아 숨쉬는 글귀로 표현한 그가 무서웠다. 무엇보다 무서운 글귀는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였다. 그래서 책을 던져 버렸다. 그 기억이 조금 사라질 무렵 후배가 사는 일산의 어느 주점에 갔다가 자리 앞에 놓여 있는 작은 깃발을 하나 보았다. '김훈 선생님이 좋아라 하는 자리예요.'라는 글귀가 자그맣게 적혀 있었다. 순간 떠오른 것은 작가 김훈이 아니라 우습게도 태권 V의 김훈이었다. 김훈도 모르냐는 주점 종업원의 경멸하는듯한 시선 때문에 때아닌 김훈 매니아 행세를 했던 생각이 갑자기 나기도 한다.

 

가끔 그의 글 서문에 나타나는 만경강이 늘 궁금했다. <칼의 노래>와 <밥벌이의 지겨움>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에서 그는 그의 글을 만경강에 바친다는 표현을 썼다. 마침 책 속에 수록된 '시간의 무늬'라는 글을 통해 조금은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힌트를 주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어렵고 난해한 글 속에서 그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일 뿐이다. 짧고 간결한 소설 작품을 통해 보이는 것만이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것임을 그가 알려주었기에 어쩌면 생명과 시간이 맞닿아있는 그 공간이 어쩌면 그에겐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게 하는 곳이 아니었을까라고 그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도심을 뒤흔드는 소방차의 행렬을 보며 그것이 인간이 인간에게 베푸는 절박한 신뢰이며 사랑이다라고 표현한 것은 어찌보면 대단히 감성적인 작가적 표현으로 들렸다. 하지만 그것이 그저 막연한 환상이나 기대가 아닌 유년시절의 기억에서 부터 기자시절 그들과 함께 겪은 체험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는 그가 가진 인간에 대한 기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듯 했다. 오치균과의 대담은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작업인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회상'과 '말과 사물'이다. 그가 살아왔던 힘든 나날들을 그는 되내이며 그는 절망의 기억들이 그리 오래전 이야기가 아님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똑같은 절망속의 한 인간 이순신을 만난다. <난중일기>는 그의 영혼을 흔들었다고 표현할 만큼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술회한다. 그는 그제서야 소통과 단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언어는 인간을 소통하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도 하지만 우리시대의 언어는 이미 정의라는 이름으로 무기화되어 오히려 소통을 단념한 단절이 되어가고 있다고 그는 아쉬워 한다. 하지만 언어가 가진 허약한 소통력만이 우리를 좀 더 나은 세계로 인도해줄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말자고 그는 강조한다. 

 

"만약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나에게 사명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고귀함을 언어로써 증명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는 그 아름다움에는 이 세상의 더러운 악과 폭력 그리고 인간의 야만성이 공존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이야기한다. 그는 소설을 쓴다는 것이 불완전한 세계에서 사는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서 쓰는 것이며, 자신의 소설 역시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며 언어가 가진 어쩔수 없는 취약성에 대해 말한다.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여전히 배우는 사람이라 말하는 그에게서 여전히 글쓰기 그 내면의 고통에 대한 이해가 느껴지는 듯 하다. 그는 여전히 빈약하다 하지만 그가 빚어내는 치열한 작가로서의 삶을 통해 그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소통의 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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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림고수를 찾아서 - 궁극의 무예로써 몸과 마음을 평정한 한국 최고 고수 16인 이야기
박수균 지음, 박상문 사진, 최복규 해설 / 판미동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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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나 무술영화속에서 만나본 무림세계는 냉정하기만 하다. 오직 실력만이 모든 평가를 대신한다. 수많은 고수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어김없이 각자가 수행한 권법을 토대로 서로간의 자웅을 겨룬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바람을 가르며 누군가 나타나고 그는 순식간에 무림의 세계를 평정한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각종 권법으로 무장한 그가 바로 무림의 고수이다. 그러한 절대무림의 세계는 이렇듯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무협지를 통해 우리들에게도 친숙하게 전해져 오는 소재이기도 하다. 복수를 위해 사랑을 위해 험난한 고통을 이겨내며 무공을 연마하고 마침내 꿈을 이루는 고수는 어쩌면 영웅이 없는 시대, 우리가 원하는 영웅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러한 까닭에 이 책 <한국의 무림고수를 찾아서>는 그 제목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책을 펼쳐들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현대화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과연 영화속에서 만났던 무림의 고수라 불리워질 만한 사람이 존재할까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이 책에는 누가 누구를 이기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렸는지, 그들 개개인의 무용담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러한 영웅담이 아닌 진정으로 무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세계가 그려져 있다. 극한의 자기수양을 통해 순수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마음가짐은 누군가를 이겨야만 하는 지금 세상의 우리들에게 그것만이 모든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다. 책은 크게 '자신을 버리다'와 '자신을 이기다'라는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각각의 장에 16가지 무술의 고수들에 대한 소개가 들어있다.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권도를 비롯해 태껸, 합기도 등 한국적인 무술과 우슈, 극진 가라테 등 동양권의 무술들이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 또한 비교적 접하기 힘든 당랑권, 태극권, 팔괘장 등의 소개를 통해 무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 시도하고 있다.

 

"무술은 무술다워야 한다. 그래야 무술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첫번째로 소개된 합기도의 달인 우범용 사범은 무술은 자기자신을 완성하는 첫번째 단계라며 무술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 한다. 생사를 걸고 맞섰던 전통시대의 무예와는 달리 현대사회의 무술 수련이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버린채 꾸준한 수양을 통해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그들의 생활이 어쩌면 살아있는 도인의 모습이 아닐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한 많은 무도인들을 만나면서 책의 저자는 그들에게서 사람 냄새를 느낀다고 기술하고 있다. 말만을 앞세우는 것보다 행동과 실천을 통한 자기수양은 책에 소개된 모든 무도인들이 가진 공통점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자극적인 것에 민감하다. 그렇기에 이 책에 소개된 고수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K-1이나 프라이드에 나오는 거구의 서양격투기 선수와 싸운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져보게도 한다. 바람을 가르는 고수들의 사진들 속에서 그러한 가능성이 보여지는듯 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그러한 대결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소탈한 삶에서 묻어나는 무도인으로서 수도하고 수양을 통해 쌓아나가는 정신자세가 보다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어떠한 무술이 강하냐보다 모든 무예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고수의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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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미국여행지34
권기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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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강대국 미국의 영토는 광활한 대지위에 펼쳐진 꿈의 땅이며 또한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전세계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꿈을 안고 모여든 그곳은 때로는 동경의 대상으로 때로는 상반된 거부감이 공존하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대립과 아픔 그리고 새로운 출발이라는 역사를 20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모두 겪어내며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구상에서 유례없는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낸 합리적인 나라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세계의 모든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와 문화, 예술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 그 중심 역할을 하는 나라가 또한 오늘날 미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본토에만 4개의 표준시를 채택할 만큼 넓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그들의 영토가 있다.

 

여행작가이며 사진작가인 권기왕의 책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미국 여행지34>는 그러한 광활한 영토를 지닌 미국의 모습을 다섯 개의 테마로 묶어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구성을 잠깐 살펴보면 1장과 2장인 미국을 만든 도시와 테마가 있는 도시를 통해서는 과거와 현재 를 대표하는 도시 그리고 당당하고 거리낄 것 없는 미국의 모습을 전하며, 장대하고 아름다운 국립공원을 다룬 3장을 통해서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비로운 미국의 대자연을 소개한다. 도저히 존재하기 힘든 자연현상을 체험할 수 있는 4장과 디즈니와 케네디 우주센터로 대표되는 미국의 꿈과 미래를 상징하는 흥미로운 주제들을 5장에서 담아내고 있다. 드넓은 미국의 영토만큼이나 묵직한 책에는 이렇게 미국의 구석구석을 전하려 애쓰는 작가의 노고가 엿보인다. 많은 여행서적들이 저자 개인의 감상을 우선하지만 이 책은 그럴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사진가라는 작가의 직업답게 그 보다는 세세하게 하나라도 더 담아내려 독자들에게 사진을 찍어야 할 뷰 포인트부터 카메라의 각도와 밸런스 조절, 그리고 빛의 각도까지도 전하며 여행지를 마음속에 담아올 수 있게 배려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작가 역시도 보다 많은 사진을 통해 현재의 살아있는 미국을 있는 그대로 전하려 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볼 것 많고, 즐길 것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작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미국은 정말 볼 것이 많은 나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미국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뉴욕부터 현대 건축물의 전시장 시카고 까지 오늘날의 미국은 다양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은 산타페이, 서배나 그리고 내슈빌 등의 도시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미국을 가 본 많은 사람들에게 조차도 그리 친숙한 이름의 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책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기대가 되고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도시가 시애틀이었다. 오래전이지만 한달 가량이나 머물렀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영화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은 이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가 되어 버린듯 하다. 이 책에서 시에틀을 소개할때도 역시 그 영화와 함께 하는 것을 보면. 사진속의 스페이스 니들과 스타벅스 1호점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책을 통해 잠깐이나마 옛 기억을 되살려 볼 수 있게 되어 흐뭇해진다. 다만 시애틀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지하도시와 지상과 지하를 오가는 버스의 소개가 빠져 조금은 아쉬운듯 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그 큰 땅덩어리를 자동차로 비행기로 다닌 작가의 열정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순 없을 것이다.

 

책 한권을 통해 숨가쁘게 동부의 대도시에서 중부의 산악지대로 다시 서부의 해안으로 미대륙을 몇번이나 횡단한 기분이다. 어쩌면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여행이 아니라 한권으로 보는 미국여행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작가는 미국을 여행하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을 만나보는 것이라 이야기 한다. 또한 이념이나 체제 그리고 사상을 뛰어넘어 그저 보여지는 미국의 생생한 모습을 바라볼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거대한 대륙안에 모든 자연의 신비를 품고 있는 나라,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대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프롤로그의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는 미국이란 나라에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 계기를 전한다. 나 역시도 아는 사이건 모르는 사이건 눈만 마주치면 인사하는 그들의 습관 때문에 연신 손을 흔들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흐뭇한 기억과 함께 다양한 모습이 살아있는 미국의 모습을 만나는 내내 즐거움이 가득했던 책으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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