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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세계를 바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사 지음, 강신규 옮김 / 가나북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무턱대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라는 60년대의 이 표어는 당시의 우리나라 사회를 조망해 볼 수 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국전쟁 이후 폭발적인 베이비붐 세대의 단상은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70년대의 표어로 바뀌어 간다. 경제개발계획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구정책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좁은 땅, 한정된 자원과 식량은 이제 막 가난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우리에게 어쩌면 커다란 걸림돌이기도 했다. 그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산아제한 정책은 합계출산율을 떨어뜨리기 시작했고 IMF라는 국가적 재앙을 지나면서 이제 세계최고수준의 저출산국가로 변모해 있는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또한 먹을거리와 의학의 발달로 인해 우리 사회는 급격히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경험했던 그길을 우리도 걷고 있긴 하지만 그 속도는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 할 수 없이 빠르기만 하다. 인구가 국력을 좌우한다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의 국가 경쟁력 역시도 더 이상의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닐까.
인구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걷고 있는 그 길을 우리보다 먼저 경험하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예는 그래서 우리에게 암시하는 바가 크다. 저출산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서기 3200년 결국 마지막 일본인이 세상을 떠나므로써 지구상에서 일본인이 모두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시나리오가 예측된 바 있다. 이러한 저출산과 고령화에 의한 위기감은 다시 한번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현재의 모습을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야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 <인구가 세게를 바꾼다>는 일본의 대표 경제 신문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연재되었던 '인구가 바꾸는 세계'라는 코너를 수정 보완해 출간된 책이다. 책에는 인구에 관한 각종 데이터와 수치를 동원해가면서 여러가지 인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 놓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현재의 세계는 여러가지 복잡다단한 인구문제들이 얽혀 있는 상태이다. 민족과 종교, 식량과 에너지 부족, 환경파괴 그리고 테러에 이르기까지 많은 혼란스러운 상황들은 '인구'라는 코드에 그 모든 답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한때 미국과 함께 냉전의 양대축으로 군림했던 소련은 이제 러시아를 필두로 10개가 넘는 나라가 각기 독립국을 선포하면서 각자의 길로 돌아선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중심이 되어야 할 러시아는 빈곤과 절망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싸여 연간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는 위기를 겪고 있다. 엄청난 실업률, 줄어드는 인구와 함께 사회적 무기력은 이미 러시아 전체에 만연되어 있고 아마도 강대국 부활이라는 러시아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밖에는 남지 않을듯 하기만 하다.
중국의 경제력은 이미 영국을 넘어서 독일에 다가서고 있다. 이제 남은 나라는 일본과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 뿐이다. 하지만 중국의 미래가 그렇게 장밋빛 청사진으로만 기대되고 있지는 않는듯 하다. 폭발적인 인구를 억제하기 위해 강제도 도입되었던 '한자녀 정책'은 심각한 성비의 불균형과 함께 일할수 있는 젊은이의 수를 급격히 감소시켜 버렸다. 그렇듯 러시아와 중국은 미래의 지구를 이끌어갈 BRICs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따름이기도 하다. 같은 BRICs의 일원인 인도에게 중국의 실패한 인구정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인도는 활력이 넘치고 있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차 있기도 하다. 2035년 중국의 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보이는 인도의 파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젊은층에 대한 교육과 국가적 지원이 없는 한 인도의 미래 역시 대량실업에 이은 사회불안의 위험요소가 언제나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경제와 정보가 공유되면서 이제 국경이라는 의미가 점점 줄어들고 많은 사람들이 보다 경쟁력있는 자신의 일거리를 찾아 이민을 선택하고 있다. 어쩌면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선진국입장에서야 이민이 사회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에너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의 우수한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위적인 인구이동현상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제사회에서 마찰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민과 더불어 인구의 고령화 역시 많은 나라에 던져진 문제이기도 하다. 그것은 중국의 그것과 같이 노동력감소라는 국가경쟁력 약화로 귀결된다. 우리에게도 시급한 다가온 이 문제는 이제 정부의 노력과 예산투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또한 그것은 젊은이들의 취직포기와 장래에 대한 불확신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인구문제는 이제 한나라의 참모습과 국제관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구의 증감과 민족, 종파간의 인구격차와 인구구성의 변화가 이제 국제사회에서 그 나라의 위상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책은 그러한 모든 위기에 맞춰 현재의 인구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보고 있다. 세계최고의 인구대국 중국의 경우처럼 그들의 미래가 벌써 위험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모든이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도의 인구파워가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아님을 또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국가는 사회적으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제반 여건과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아직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4800만인 우리나라의 인구는 5000만을 채우지 못하고 줄어들기 시작한다고 예측되고 있다. 그것은 치열한 국제사회에서 우리에게 결정적인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한 재앙을 실제 맞이하기 보다는 현상황이 최대의 위기라는 위기의식을 먼저 인식하고 어떻게 타개해야 우리 사회가 활력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던져진 이 심각한 문제는 나라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실질적인 요소로 작용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