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0℃ 최고의 나를 만나라
김범진 지음, 임승현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잊고 사는 나날이 많은 것 같다. 돌아보건대 사실 우리에겐 그간 우리들의 삶중에서 주어졌던 선택의 순간에서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했던가. 대학을 들어갈 때도 그저 점수에 맞춰, 군대를 갈때도 그저 줄 선대로, 직장을 들어갈 때도 그저 나를 받아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러던 와중에 나는 잊혀지고 나에 대한 정체성마저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는 현실까지 와 버린 것 같다. 이러한 우를 범하기 쉬운 때에 만난 <1250℃ 최고의 나를 만나라>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묻혀지고 잊혀진 나만의 가능성을 찾아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거북이 슬론은 무얼하든지 가장 느리게 행동하였기 때문에 그의 할아버지는 그에게 '느리다'의 슬로(slow)와 원(one)을 합쳐 슬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신중하고 따뜻한 영혼을 지녔으며,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힘을 가진 그런 거북이였다. 그러나 슬론은 느리다는 주위의 비아냥과 놀림을 견딜 수 없어 굳은 다짐을 하고 달라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이웃 마을의 토끼 라잇과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된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대로 거북이 슬론의 승리로 돌아갔고 슬론은 '위대한 경주의 승리자'가 되어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후 슬론은 프로팀 육상선수가 되고 역시 다른 프로팀 선수가 된 라잇과 재대결을 벌이게 된다. 라잇이 슬론과의 경주에서 지게 된 배경에는 늦은 아침 잠을 자는 토끼들의 습성 때문이었는데 라잇은 훈련을 거듭해 그 토끼잠을 줄이는데 성공하고 슬론을 상대로 복수전에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토끼들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 토끼잠은 필요없는 행위라며 토끼잠을 거부하게 된다. 이어지는 세번째 대결은 더 이상 토끼잠을 자지않는 토끼 라잇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등껍질마저도 우주선에 쓰이는 첨단소재로 바꾸고 경주에 임한 슬론의 대결은 무의미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이제 더 이상 거북이는 토끼의 상대가 아님이 증명된 것이다.

이어지는 두번의 패배는 슬론을 비통에 빠지게 한다. 그가 끝없는 우울과 좌절을 겪으면서 방황할 때 그는 할아버지의 소개로 한 도공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도공과의 대화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앞에서 도공은 슬론에게 1250℃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800℃로도 충분한 불길속에서도 질좋은 도자기가 구워지지만 1250℃가 넘는 불속에서만이 흙이 최상의 자신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최고의 명품으로 탄생한다는 이야기를 들려게 된다.

"그 뜨거워진 영혼이 당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최상의 것들을 끌어낼 것입니다. 자신이 생각도 못했을 만큼 아름다운 최상의 것을요. 그때가 바로 내 안에 있는 최고의 나를 만나게 되는 순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실된 순간이지요."

슬론은 이제 자신이 그간 원하든 것이 무엇이었고 진정 신이 그에게 준 선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것은 '최고의 나를 발견하고, 내가 만들 수 있는 최상의 가치를 세상에 내 놓으라'라는 것이었다. 거북이 슬론이 원래부터 원하던 삶은 신중한 사색과 따뜻한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젊은 날의 일시적인 방황을 뒤로 하고 그길을 이렇게 멀리 돌아 오게 되었다. 이제 슬론이 쓰기 시작한 책은 '느리게 사는 행복'이라는 책 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달리기를 할 때와는 또 다른 행복으로 그에게 다가오게 된다.


어쩌면 '토끼와 거북이' 외전일지도 모르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잃어버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우연히 라잇과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되고 자신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승리를 거두는 과정에서 슬론은 자신을 잊고 우쭐해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아마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미래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오판이었고 거기서 슬론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 버리게 된 것이다. 우리들 역시 어쩌면 슬론이 겪었던 그러한 오판과 한줌되지 않는 우월감으로 자신을 잊지 않았는가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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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퍼님, 잘 읽었습니다.^^
반복하는 오판과 한줌 되지 않는 우월감, 반성해야겠어요.

재퍼 2007-08-24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우리 모두가 그러한 우를 범하고 있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