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이매진>을 리뷰해주세요.
진중권의 이매진 -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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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대부분 타성에 젖은 관람습관에 의해 그저 유행에 편승하는 영화들을 그저 소비의 형태로만 대하고 있는 듯하다. 그저 보이는 데로 즐기는데만 전력하려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 이론적 틀을 세우고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롭게 영화를 감상하든 분석적으로 영화를 감상하든 그 고정된 틀은 언제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언제나 우리 사회 격렬한 사회적 논쟁의 정점에 서 있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중권이 미학자로서 영화를 보는 색다른 시선을 한권의 책에 담아냈다. 이 책<이매진imagine>은 영화라는 대중문화의 한 장르에 대해 기존의 시각과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볼것을 권유하는 듯한 책이다. 미학자인 그의 시선은 영화속에 담겨있는 화면에 주목한다. 영화의 내용도 인물도 감독도 아닌 화면이 보여주는 그 이미지에 주목하여 영화를 바라볼 뿐이다. 그림의 액자처럼 부수적인 것이지만 작품의 밖에서 작품을 보충하고 있는 파레르곤parergon이라는 그가 언급한 하나의 단어는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단어로 적당해 보인다.

"디지털 기술이 시네마의 내용과 형식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또 과학과 인문학의 담론이 어떻게 영화적 상상력으로 변용되는지 살펴보자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한 연재였다."
영화잡지 <씨네21>에 1년간 기고된 글을 모은 이 책은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는 것처럼 영화에 대한 비평이라 할 수는 없는 듯하다. 그랬기에 영화가 담고 있는 상징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더더욱 없을 수 밖에 없다. 대신 철저히 미학적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보려 하고 있다. 가령 우리가 한편의 영화를 바라보는데 있어 영화속에 무수히 들어있는 원인과 결과 그리고 그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선형적 구조만을 쫓는다면 저자는 화면속에 들어있는 알레고리 즉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다른 구체적인 대상을 이용해 표현하는 점에 시선을 맞추고 있는 식이다. 또한 영화에는 변화하는 시대의 다양성이 담겨 있다. 물론 '라이언일병 구하기'의 화면에서처럼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겉으로 드러나는 기술적 진보는 언제나 우리의 시선을 그것에만 집중하게 하지만 그보다는 영화를 보면서 체험했던 사실적인 현장감은 영화를 보고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우리의 뇌리에 담겨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효과를 내는 기술의 차이였다 생각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기억을 조직하는 미학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즉 이전까지 영화가 시각에 호소하는 전통적 이미지였다면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통해 몸소 체험하는 촉각적 이미지로 전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성조기가 휘날리는 영화의 내용과는 전혀 관련없이 기술적 차원이 아닌 이전과는 다른 측면에서의 시도가 기술적 요소와 제대로 부합된 영화라는 해석이 나오게 된다.

"우리 현실을 열등하게 재현한 것이 아니라 다른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
영화를 비롯한 카메라 매체의 가장 큰 특징은 있는 그대로의 화면을 충실히 전달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은 더이상 영화가 렌즈속에 나타난 피사체를 고정하는 역할에 가둬놓지 않는다. 이미 헐리우드 상업영화는 그러한 틀에서 빠져 나온지 오래다. 저자는 그것을 두고 영화가 원본을 증언하는 복제에서 생성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300'에서 보여지는 현란한 디지털 기술의 절정이나 '슈렉'에서 보여지는 그래픽의 사실성을 통해 그저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가 궁금할 뿐이다. 관객은 도취되어 영화를 바라보는 이성은 사라지고 황홀한 정신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정말 디지털 기술의 총아 CG는 영화가 지닌 관객과의 고유한 상호작용성을 무디게 만드는 것일까?

책에 소개된 '영국식 정원살인사건'부터 '베를린 천사의 시'까지 10개의 주제하에 담겨 있는 영화들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도 있지만 대부분 상업적으로 성공하여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들이 많이 선별되어 있다. 그것은 그만큼 일단 영화로의 접근이 쉽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만큼 책은 그리 쉽지 않다. 쉬이 읽어내려가기 어려울 만큼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바탕에 독일의 문예비평가 발터 베냐민이 있다. 그는 몽타주 효과를 통해 대중에게 충격과 각성을 전하는 영화야말로 예술을 진정으로 해방할 수 있다고 했으며, 그 혁신은 내용도 형식도 아닌 기술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베냐민이 언급한 그 기술적 진보가 바로 저자가 이 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보였다. 저자 진중권은 1930년대에 이미 정보혁명, 과학혁명의 패러다임을 예언한 발터 베냐민을 통해 글쓰기와 비평 활동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끊임없는 베냐민에 대한 언급은 그의 글에 대단한 탄력을 주는듯 하다. 수없이 이어지는 예술 용어들의 향연속에서 베냐민에 대한 궁금증이 이는 것을 보면...

현대의 영화는 관습적인 영화들의 내러티브와 스타일의 특징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혹은 그것들을 의도적으로 깨뜨림으로써 더욱더 커다란 미학적 의미를 획득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상업영화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시선으로는 그것들을 제대로 발견하기는 여전히 어려워만 보인다. 그나마 화면이라는 이미지를 매개로 해 과학과 인문학 담론의 영화적 상상력으로의 변용이라는 이 책의 주제처럼 영화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은 흥미로워 보인다.

대중문화의 한갈래로서 영화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첨단 정보시대에도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물론 그 바탕은 영화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시각과 청각이라는 감각을 자극하는 가장 빠른 전달력을 지녔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감각으로 같은 것을 보았더라도 생각하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 또하나 같은 영화를 보고 이만한 엄청난 양의 담론들을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과 그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일 따름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그저 바라만보는 영화가 아닌 그 속에서 찾을수 있는 또하나의 재미를 보여주는듯 합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너무 어려운 감이 적잖네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앙드레 바쟁 <영화란 무엇인가>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하지만 기억을 현재화하는 에데 아마 영화만큼 탁월한 매체는 다시 없을 것이다.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집단의 정체성을 형성시킨 근원적 사건을 눈앞에 다시 생생하게 현전시키기 때문이다." (P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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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장성민 지음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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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은 다시 한번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단순한 국가의 수반이 아닌 국가의 모든 권력이 김정일 한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북한 특유의 권력구조에 기인한 바가 클 것이다.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핵무기가 그의 유고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변국들은 그의 건강이상에 대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북핵은 한반도를 주변 강대국들의 힘겨루기 무대로 만들어 버렸다. 평화상태가 아닌 휴전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현재 북한의 동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제 또하나의 관심은 김정일의 후계구도로 모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김정일이 김일성에게서 권력을 그대로 승계 받았던 것처럼 그의 세 아들중 하나가 차기 북한의 권력을 손에 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단순히 권력의 부자세습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과정에서 내부적인 갈등으로 인해 핵 통제권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미국은 언제나 북한 권력층의 동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이 현재의 형국이다.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이 책 <전쟁과 평화>는 지금 현재의 북한 권력에 대해 심층있게 조망해보고 김정일 개인과 그의 가족, 그리고 그가 포기하지 않으려는 핵의 의미, 김정일 이후 북한의 미래, 북한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입장 등을 통해 현재 한반도에 드리워져 있는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평화의 길을 모색해 보려는 의미를 지닌 책이다. 16대 국회의원이자 세계와 동북아포럼 대표인 저자 장성민은 그 어떤 것도 불확실한 예측이기에 단언할 순 없지만 북한의 권력을 철저히 현실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저 가십거리로 김정일이라는 인물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보다는 그가 어떠한 배경속에서 성장했으며 또한 어떠한 과정을 거쳐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었는지 보다 사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렇기에 결국 책은 무엇보다 김정일이라는 인물 자체에 포커스를 최대한 맞추려 노력한다. 그리고 책을 통해 바로 그것이 북한의 권력구조를 이해하는 시작임을 깨닫게 된다.

 

"김정일을 직접 만나본 세계 지도자들이나 정치인, 외교관들은 물론 심지어는 기자들까지도 왜 그에 대해서 새로운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일까." 
김정일은 모두가 알다시피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있기전까지 그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만큼 철저히 자신을 감춰왔고 그는 그렇게 외부세계가 자신과 북한 자체를 모르게 하는 것이 체제유지의 비결이라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붕괴는 그의 그러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비밀스러운 인물이 바로 김정일이지만 그를 실제 만나본 사람들은 그가 머리가 비상하고 지적호기심이 많으며 국제정세에도 밝고 아주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라는 공통적인 견해를 밝힌다. 결국 그의 실제 모습은 능란한 외교적 수사력과 치밀한 전략을 지닌 두가지 모습을 지닌 인물이며 우리가 같으로 알고 있는 모습은 그저 허상일뿐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김정일에 대한 분석은 그의 후계구도로 이어진다. 저자는 책 속에서 다양한 구도를 언급하고 있다. 정남, 정철, 정운 세아들 뿐만 아니라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을 거치는 경우까지 그 어떠한 것도 지금으로선 속단키 어렵다.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3남인 정운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그 역시도 확인된 바는 없다. 책에서도 다만 그러한 가능성중의 하나가 정운일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몇 년동안 미국은 북한을 가리켜 '악의 축'이니 '깡패국가'니 하며 적국으로 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시행정부는 결국 북한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는 수순을 밟고 말았다. 그것을 가리켜 저자는 북한의 표현대로 이른바 '선군외교가 획득한 개가이자, 전시외교로 거둔 약소국 외교의 쾌거'라 말한다. 그것은 생존과 체제유지를 위한 총력전 형태를 띤 전형적인 북한 외교의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핵은 현재 북한이 가진 최대의 무기이자 최후의 방어선으로 표현된다. 김정일에게 현재 핵을 포기하라는 것은 곧 체제포기와 다를바가 없기에 그가 가진 핵이야 말로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유지시켜줄 수 있는 믿음이기도 하다. 결국 그에게서 핵을 떼낸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요원한 것일 수 밖에는 없다. 저자는 현재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통해 김정일이 핵을 손에 쥘 수 밖에 없었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혈맹이라는 지난 날의 믿음이 사라진 지금 김정일에게 핵 이외의 선택은 없어 보일 뿐이다.

 

물론 식량조차 자급하지 못하는 북한 경제의 현실 속에서 핵과 수령제 사회를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은 분명 모순이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개혁, 개방의 의지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국가들인 베트남과 중국마저도 개혁과 개방의 노선으로 돌아서 자본주의체제에 편승하고 있지만 저자의 표현대로 현재의 북한은 분명 고립무원의 섬이다. 주체와 자주만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최소한 경제만이라도 개방이라는 신사고를 지향하여야 하는 것이 김정일 이후 북한의 나아갈 방향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핵 만으로 모든 것을 막으려는 북한의 의지는 강하기만 하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북핵위기에 대한 몇가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공식적인 외교협상은 실패했다. 하지만 미국에새로운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그간 강경 일변도의 부시 행정부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결국 결단은 양국의 지도자가 만나 직접 대화로 풀어내는 것 밖에는 남아있지 않다고 진단하는 저자의 견해에 수긍이 갈 수 밖에는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북한이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매우 단합되어 있어서 붕괴의 위험은 없다." 
은둔의 왕국 북한은 좀처럼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을 통해 전해지는 저자의 대체적인 견해로 보인다. 체제에 반대하는 강력한 집단이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현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대안이 준비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 쿠데타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김일성이 사망했을때도 그랬기에 김정일 이후 급작스런 노선의 변화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결국 한반도의 평화는 북한 자체의 점진적인 체제의 변화로 부터 일어나야 하고 그것만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북한의 생존 시나리오로 보여진다.

 

현재의 북한을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복잡한 현재의 동북아 정황을 파악하는 시작일듯 하다. 그저 강건너 불구경하듯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보다 냉철히 파악하는 시각이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시점이기에 그러할 것이다. 한치 앞도 모르는 현 시국에서 추정보다는 보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이 책의 내용들이 북한의 권력자와 그 정치적 영향력에 관해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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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변화 : 미국은 왜 오바마를 선택했는가 - 가장 미국적인 인물이 밝히는 미국의 가장 감추고 싶은 치부들
뉴트 깅리치 지음, 김수진.김혜진 옮김 / 지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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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것만 같던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 전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까지도 지배하고 있는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는 상상한 것 이상으로 세계 곳곳의 많은 나라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간 우리에게 비춰져왔던 미국의 모습은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의 민주주의 바로 그것이었고 그러한 미국은 언제나 자신들의 이념을 내세워 세계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언제나 다른 나라의 변화만을 강요해온 미국이지만 위기는 미국에도 찾아왔고 미국 역시 이제는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공화당 출신의 뉴트 깅리치 전 연방 하원의장은 현재의 미국을 지배하는 정치 사회적 시스템이 부패와 붕괴 그리고 재앙의 지름길에 놓여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러한 불합리한 시스템이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의 미국엔 그 어떤 희망도 없을거라 단언하며 생존을 위한 변화를 추구해야 함을 이 책 <진정한 변화>를 통해 밝히고 있다.

 

깅리치는 정치인이고 공화당 소속의 주축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속한 공화당의 입장도 그렇다고 민주당의 입장도 대변하지 않는다. 두 정당 모두가 현재의 미국을 잘못 이끌어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우선 그는 자신의 공화당에 대한 철저한 비판으로 책을 시작한다. 1950년대이후 민주당은 언제나 의석수에서 공화당보다 다수의 위치에 잇었다. 하지만 깅리치가 주축이 된 1994년의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다. 그는 그것이 우연이 아닌 철저히 계산된 전략의 결과물이라 자평한다. 하지만 오랜기간 소수당으로 지내왔던 공화당에게는 그 승리가 결국 단발성으로 그치고 만다. 그 과정을 통해 저자는 자문단 중심의 공화당구조를 비판하기에 이른다. 민주당 역시 강력한 노조의 입김때문에 제대로된 정책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결국 자신들의 자리 지키기에 급급했던 미국의 정치들이 오늘의 상황을 만들게 된 것이라 그는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교육정책의 실패와 디트로이트의 몰락으로 증명하고 있다.

 

저자 깅리치는 미국의 위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건국이후 많은 위기가 있었음에도 그때마다 난국을 헤쳐나왔던 것은 자신들에게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 냈으며 그때마다 성공적으로 변화를 이루어 냈기 때문에 오늘의 미국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모든 바탕에는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에 기반을 두고 그것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형태로 권력을 조직화해야 한다면서 성공적인 줄리아니 뉴욕시장의 정책과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을 비교하여 비판하고 있다. 저자 깅리치가 이 책을 통해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해 비판하는 대상이 바로 실패한 정부관료주의의 모습이다. 워싱턴의 엘리트들이 합의한 성공에 대한 정의가 평균적인 미국인들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진정한 변화라는 책의 제목처럼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려면 그에 걸맞는 진정한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깅리치는 현재 미국사회의 여러가지 정책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자신이 주장하는 해결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몫이라 할 수 있는 균형적인 예산집행과 사회보장, 이민정책, 사법제도 그리고 국가안보와 의료체계, 교도소 문제까지 그의 다양한 문제제기와 현실을 통해 오늘날의 미국이 어떠한 시스템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미국 국민은 현재의 실패를 만회하도록 다함께 헌신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대변해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지니고 있다."
책은 어쩌면 가장 전형적인 미국인에 의해 쓰여졌기에 철저히 미국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그랬듯이 미국인들에게는 희망이 있고 선천적으로 옳은 것을 추구하는 대중들이 있기에 미국이 세계 제일의 자유롭고 성공한 나라로 남을 수 잇다는 그의 말은 그러한 그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수많은 공공정책의 실패를 통해 특정 이익단체들을 위한 미국정부의 불합리한 면모가 보이기도 한다. 견고한 관료주의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소위 철밥통이라 불릴만큼 공무원 사회는 그 누구의 간섭도 제재도 없이 견고할 뿐이다. 그 안에서 어떠한 불합리와 부조리가 양산되는지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저 먼 이야기일 뿐이다.

 

분명 미국은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어쩌면 그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 역시도 미국 국민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국민들을 위하지 않는 체제를 바꾸는 무서운 힘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변화 역시 국민들이 주축이 되는 것이다. 국민들 모두가 진지하고 새로운 건강한 토의로 부터 모든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이제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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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저작권 침해 중 - 재밌고 이해하기 쉬운 저작권 이야기
오익재 지음 / 성안당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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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넘쳐나는 공유의 세상 인터넷은 이제 우리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 어떤 매체보다도 강력한 위력을 지닌 그 공간안에서 우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지 공짜로 얻을수 있게 되었다. 개인의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인터넷 블로그나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의 다양한 콘텐츠는 우리들을 더더욱 그 세계안으로 끌어들이는듯 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수많은 콘텐츠의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음악까지 우리는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조차 모른다. 간혹 마음에 든다면 자신의 블로그로 담아오면 그만이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며 그것에 대해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블로그에 댓글이 달리는 것을 반가워하며, 보다 많은 이들이 찾아주기를 바랄뿐이다.

 

사실 인터넷의 발달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혜택은 이루말할 수 없을만큼 많다. 하지만 그만큼 해당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스스럼없이 행하는 MP3음악 다운로드는 음반시장에 치명타를 주어 더이상 음반이 아닌 음원이라는 해당산업의 트렌드마저 변화시켜버렸고, 불법적인 영화 다운로드는 영화시장 자체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그러한 것에 여전히 둔감할 뿐이다. 분명 그러한 문화상품들에는 제작자들의 땀과 정성이 묻어있을터이지만 저작권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부족은 여전하기만 하다. 이 책 <당신은 지금 저작권 침해중>은 그러한 우리들의 현실에 대해 진단하고 저작권의 범위와 사례에 대해 자세히 풀어놓고 있는 책이다. 책을 통해 그저 어슴프레 알고 있던 저작권이란 용어의 의미에 대해 조금은 가까이 다가설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저자는 컨텐츠와 저작권이라는 다소 경직된 소재를 이야기형식을 빌어 조금은 가볍게 접근하고 있다. 저작권을 연구하는 한저작이라는 가공의 인물이 대학에서 저작권에 대한 강의를 맡게 되면서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우선 재미있을뿐더러 빠른 이해가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책에는 인터넷 뿐만 아니라 사진, 출판, 만화 그리고 방송이나 마케팅 또한 캐릭터까지 다양한 분야의 문화에 대한 저작권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평소 우리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분야까지도 저작권이라는 용어가 언급되는 것을 보며 놀랍게까지 보일 뿐이다. 특히 인기프로그램 무한도전 방송내용의 실례를 통해 모호하게만 보였던 패러디의 정의와 그 범위에 대한 내용을 언급한 것이나 제임스 딘이라는 상표를 통해 새로운 개념인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들은 저작권으로 발생한 다양한 논란이 얼마든지 있을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으며 저작권이 너무도 광범위함을 느낀다. 그 개념에 대한 인식부족은 남의 저작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사람은 물론 자신이 가진 저작권에 대한 인식 조차 없는 사람들이나 모두 같아 보일 뿐이다. 결국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성인들까지도 저작권에 대한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인터넷상의 음악이나 사진, 영화 등을 불법적으로 다운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것은 저작권을 가진 이들의 권리를 아무런 죄의식조차도 없이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일 결국 최근 몇몇 로펌에 고소가 접수되면서 무차별적인 사건이 양산되기에 이르렀고 사회적 이슈로 까지 일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언론 및 매체들이 저작권의 침해에 대한 위험을 전파하고 있지만 결국엔 우리의 관심이 만약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피해에 대한 예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뉴스에 의하면 정부 주도로 조금씩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형국인 듯하다. 자유에 의무와 함께 권리가 수반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저작권은 지켜야 할 질서이자 엄연한 법의 영역이다. 그저 공짜라는 인식을 갖기 보다는 서로가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건강하고 안전한 인터넷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행할 것은 아마도 다른 이의 소중한 정보에 대한 권리를 지켜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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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읽는 중국 역사이야기 1 - 합본호
박덕규 지음 / 일송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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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중국이라는 나라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지리적 영향이 크긴 하겠지만 그들 자신을 세계의 중심인 중화라 일컫는 그들과의 대결은 대륙으로 나가고자 하는 우리에겐 역사적 숙명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중국의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우리의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수많은 나라가 생겨나 패권을 다투다가 통일이 되고 다시금 흩어져 혼란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중국의 역사이다. 그러한 여러 왕조의 흥망사는그 누구도 오랫동안 중원의 주인이 되지는 못했음을 보여주고 았다. 지금의 중국역시도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이야기>시리즈는 그러한 복잡다단한 중국의 역사를 왕조별로 보기 쉽게 14권으로 나누어 엮어 놓은 책이다. 이 시리즈는 1960년대에 중국의 중국소년아동출판사라는 곳에서 발간된 中國歷史故事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중국내의 조선족을 위해 다듬어진 후 여러번의 번역작업을 거쳐 완성되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누구나가 손쉽게 중국의 역사를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편저자의 취지에 따라 국내에 소개되어진 책이다. 그렇듯 여러번의 과정을 거쳤기에 통사적으로 중국사를 접근해보려는 이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듯 하다.

 

이 책 <춘추春秋시대>는 그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왜 춘추시대가 첫번째일까라는 의문이 일수도 있으나 편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그 의문을 말끔히 해소시키고 책을 시작한다,
"...기원전 4000년부터 기원전 700년대까지의 3천년 역사를 사가史家들은 대개 정사라 보지 않는데도... 이 책의 원저에서 춘추시대부터 집필한 것을 통해 그대로 따랐음을 밝힌다." 
최초 혈연에 의지한 봉건적 질서아래 유지되었던 주周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결속력이 희미해지고 각 지역의 제후들은 조금씩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결국 서융의 침입으로 낙양으로 도읍을 옮겨 동주東周시대가 시작되면서 주周의 정치적 통제력은 거의 상실되고 제후국들은 독립적인 국가로 변모해 간다. 바로 그 시대를 공자의 책 <춘추>에서 따와 춘추春秋시대라 부른다. 춘추시대는 중국이 조금씩 영토국가로 정리되고 통합되어가던 시작이다. 이 책 역시도 그 흐름을 춘추시대의 패주覇主에서 찾는다. 패주는 수많은 니라들의 제후들을 대표할만큼의 세력을 과시한 제후의 차지였기에 패주는 당대의 세력판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주周왕실에 대한 충성이 명분이긴했지만 그들의 출현은 혈연과 신분에만 의존하였던 기존의 권위와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러한 것을 보여주듯 춘추시대 초기에는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고 인정했지만 이후 본격적인 힘의 대결이 시작되면서 군사력과 함께 인재의 발굴은 성패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200여개의 나라가 10개의 나라로 정리되는 춘추시대를 보고 있노라면 때로는 동맹으로 때로는 적으로 맞서게 되면서 권력을 향한 집념과 포섭 그리고 도태된 이들에 의해 행해지는 배신과 복수가 아마도 그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라 할 수 있을듯 하다. 치열하게 시대를 살아갔던 그들의 삶은 어쩌면 우리가 사는 지금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은 인간사가 아닐까라고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관포지교管鮑之交로 부터 시작하여 순망치한脣亡齒寒, 와신상담臥薪嘗膽, 토사구팽兎死狗烹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주인공들이 있다. 그들의 고사故事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결국 그 이야기들이 우리들에게 오늘을 살아갈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환공齊桓公으로부터 시작된 춘추의 패자는 진秦과 진晉을 거쳐 초楚, 오吳, 월越 등으로 이어진다. 책은 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듯 와신상담의 주인공인 월越나라 왕 구천勾踐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책 속의 숨가쁜 이야기들은 언제 보아도 흥미진진하고 살아 숨쉬는듯 하기만 하다. 어쩌면 이 책이 읽기 편안한 흥미위주의 서술이기에 그러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14권이라는 적지않은 분량이지만 통사적으로 중국을 이해해보고자하는 이 시리즈가 분명 우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뒤죽박죽으로만 보이는 중국사를 정리하고 가까이 접근해 보는 좋은 시도로 보여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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