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의 복수 -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가 경고하는 인류 최악의 위기와 그 처방전
제임스 러브록 지음, 이한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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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세기 폭발적인 세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인류가 선택했던 화석연료는 이미 오존층의 파괴로 스스로 그 일을 행한 인류에게 재앙수준으로 다가와 있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오르기만 하는 원유가격은 이미 화석연료의 종말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위기감으로 다가오기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때문에 세계각국은 바이오 디젤을 위시한 친환경 에너지의 적극적 사용을 권장하고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자는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자 제임스 러브룩은 이른바 '가이아 이론'을 내세워 이미 인류가 스스로 자행한 지구에 대한 훼손행위가 도를 넘었으며 이젠 너무 늦어버렸다는 다소 충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그는 이 책 <가이아의 복수>를 통해 인류에게 닥친 최악의 위기와 그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미래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제임스 러브록이 말하는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진화하는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이다. 이미 1970년대 초에 '가이아 가설'을 통해 지구는 어떠한 생물들이 모여 살건 간에 지표면 조건을 그들에게 알맞게 능동적으로 유지한다고 추정했고, 그러한 그의 가설은 그때까지의 기존 과학계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독창적인 주장이기도 했다. 즉 지구를 단순한 하나의 행성을 넘어 긴밀하게 결합된 생물, 지표면 암석, 바다, 대기 전체로 이루어진 자기조절 시스템하에 움직이는 살아 있는 생물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러브록이 보는 가이아 이론은 지구는 지금 있는 생명에 가능한 알맞게 늘 유지되도록 표면 조건을 조절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러브록은 자신 스스로를 '행성의사'라 일컬으며, 자신의 환자인 살아있는 지구가 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인류의 삶 자체가 건강한 지구에 의존하고 있기에, 무엇보다도 그안에 사는 우리의 주요 관심사가 지구의 건강악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인식해야 하는 것에서 온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가 살기위해 농작물을 경작하는 것이 살아있는 지구의 피부 조직을 젓겨 내는 것이고, 그로 인한 오염이 우리들 뿐만 아니라 지구에게도 유해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지구는 이미 노쇠했고 기력 또한 쉽게 회복할 수 없기에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용이하게 스스로 온도조절하던 젊고 튼튼했을 때의 모습을 잃었음을 직시 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가이아의 땅과 물을 식량과 연료생산을 위해 징발하는 것을 중단하고 공기를 오염시키는 행위를 중단한다 하더라도 이미 인류가 지구에 입힌 피해를 지구 스스로가 회복하기까지는 1천년 이상이 걸릴것이며, 그것은 다시 말해 그러한 조치들이 취해진다 하더라도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구하기에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러브록이 보는 전망은 우울하기만 하며, 시련의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극한의 위기에 까지 내몰릴 것이다. 하지만 러브록은 인류는 강인하기에 에측되는 기후의 격변으로 인해 인류가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정작 걱정되는 것은 인류 발전의 토대가 되어 왔던 문명의 위기라 이야기 한다. 즉, 우리들 인간이 지구에 살고 있는 여타 다른 동물들에 비해 그다지 뛰어난 점이 없으면서도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해 왔던 요인은 바로 문명이며 그를 통해 인류는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매워 왔기에 문명의 종말은 결국 인류의 종말과 다를 것이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지구의 많은 과학자들은 에너지 절약과 환경파괴에 맞서 다양한 대체 가능 에너지들을 개발하고 있다. 물의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 바람을 이용한 풍력,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조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들에 대해 러브록은 비효율적이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에는 너무나 부족함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류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 바이오디젤 역시 그를 우리가 원하는 만큼 얻으려면 지구 몇배의 면적에 해당하는 경작지가 필요하며, 이미 너무나 많은 경작지를 파헤지고 개발한 우리에겐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러브록이 제안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원자력이다. 그는 화석에너지에 비해 폐기물의 처리가 용이한 것을 핵에너지의 두드러진 장점으로 꼽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핵에너지를 폭 넓게 이용하자는 주장은 이미 대중에게 팽배해 있는 원자력의 위험도를 극복하기 너무나 힘듬을 이야기 히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2차대전의 종말을 결정지었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폭을 모든 인류가 알고 있으며, 핵무기는 냉전의 시대 양대 진영에게 서로의 우위를 나타내는 것을 넘어 문명이 하루 이침에 종말 될 수도 있는 위기를 여러번 보여 주었으며, 체르노빌의 공포는 또한 그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대중의 인식이 잘못된 보도에서 비롯되었으며, 결코 원자력은 위험한 것이 아니고 절대적으로 안전함을 이야기 한다. 또한 원자력 역시 일시적인 수단일뿐 항구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다만 우리의 필요조건을 충족 시키면서 그것을 다른 에너지원에서 나오는 청정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미래를 게획해야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가이아를 통해서 나는 과학과 기술을 지닌 인간이 크게 이로울 수도 있고 크게 해로울 수도 있는 형질이라고 본다. 우리는 가이아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가이아의 일부이므로 우리의 지성은 가이아에게 새로운 위험일 뿐아니라 새로운 능력과 힘이기도 하다."
책의 말미에서 러브록이 제시하는 대안들은 어쩌면 현실성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지구의 인구를 1840년 수준인 5억으로 돌려놓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러브록은 그것이야 말로 이미 죽어가는 가이아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 하고 있다. 또한 도시와 경작지를 줄여 남은 땅을 가이아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도 현재의 우리로선 어렵기만 한 일이다. 결국 그것은 그만큼 우리에겐 남은 선택이 얼마 되지 않음을 경고하는 것으로만 들리기 까지 한다. 일부 우주 비행사들은 지구를 고향이라 이야기했고 창밖에 비춰진 지구를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이야기 한다. 그것은 우리가 지구를 바라보는 시선을 그들처럼 느껴야 할 것이며, 결국 생명에 대한 본능적인 인식 역시도 살아 있는 생물에 국한 할 것이 아니라 지구 역시도 살아있는 가이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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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오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토머스 키다 지음, 박윤정 옮김 / 열음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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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러한 과정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나는 가족과의 관계로 부터 점차 학교나 직장에서 만나는 타인과의 유대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러한 관계들은 개인의 성격과 성향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게 하나하나 배우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학습된 사고들은 점점 뇌리 깊숙히 자리해 자신에게는 하나의 진리와 믿음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의 메사추세스 대학에서 인간의 사고 형성과 의사결정을 연구하고 있는 토마스 키다는 이 책 <생각의 오류>에서 사고와 기억이라는 존재의 오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가지 습관이나 심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보는 시도를 가진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우리의 기억과 생각속에 자리잡고 있는 무한한 여러가지 논리와 사고들은 일단 틀이 잡히게 되면 쉽게 바꿀수도 쉽게 바뀌어지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사고와 믿음들이 머릿속에 자리잡는데는 자신이 눈으로 직접 보아왔으며 인간이 만들어냈고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않을 만큼의 확고부동한 진리로 자리잡고 있는 현대과학과 여러가지 수학적 통계수치가 그 큰 원인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자신이 믿고 싶어하지 않는 사실들에 대해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거나 아니면 그것에 반하는 증거가 아주 많을때라도 그 믿음에 대한 것들을 버리지 않는 경향을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각을 함부로 믿는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책에서 말하는 생각의 오류가 우리들 자신에게 자리잡게 되는 가장 커다란 우리들의 습성일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러한 오류가 우리들에게 믿음으로 작용하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와 그 분석에 주요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한 것중에 하나가 우리들이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고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한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고등학교때 농구선수 생활을 하던 후배가 하나 있었다. 그 후배는 물론 주전멤버이긴 했지만 득점보다는 주로 보조역할을 하던 슈터였다. 그런데 가끔 던지는대로 슈팅이 적중하는 경기에서는 그 누구도 말릴수 없을만큼 슛이 폭발하는 날이 있다고 했다. 그럴때는 경기중에 다른 선수들의 패스가 집중되고 그때마다 슈팅을 성공시켰기에 그 경기의 중요한 승부수가 찾아올 때 감독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마지막 슈팅을 오면 팀의 보조슈터인 그 후배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그 슛의 성공여부는 이 자리에서 논하는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무엇이 감독으로 하여금 팀의 주득점원보다 그를 선택했는지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것을 이 책에서는 운과 우연의 일치를 간과하는 오류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실제 과학적인 데이터상에서는 던질때마다 득점을 기록하는 '물오른 손'은 없다고 판명한다. 또한 우리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이미 우리가 학교에서 확률과 통계라는 과학적인 이론과 원칙을 배웠기 때문이다. 결국 그러한 현상은 무작위로 찾아오는 단순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무작위로 찾아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본질적으로 무작위한 현상에 다른 원인을 인위적으로 갖다 붙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생각의 오류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상 무슨 일을 하거나 혹은 새로운 업무가 주어졌을때 자신의 습관을 중요시하기도 한다. 흔히 징크스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것은 미신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에게는 일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습관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신은 미신이다. 조작적 조건화 이론이라는 미신은 결국 우리가 불확실성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는 당장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 능력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때로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극복하고 좀더 편안한 일상을 누리고자 미신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미신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의 오류중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기대는 우리가 갖고 있는 평소의 인식에 대단히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것은 또한 욕망이라는 것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게 기대와 욕망은 합쳐져 우리의 인식속에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의 믿음을 견고하게 유지할만한 것들만 받아들이려 한다. 그것은 뿌리를 무시하고 가지와 잎만을 바라보는 오류일것이다. 그것은 상관이 없는 것에서 연관성을 찾는 오류일것이다. 두가지의 명백한 사실이 실제로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음에도 앞서 말한 기대와 욕망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한 여섯가지의 오류들은 단순히 혼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된 오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렇다고해서 그러한 오류들을 쉽게 간과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단순한 오류하나가 가끔은 우리들에게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모든 오류는 인간이 만들어냈기에 얼마든지 그 오류들을 극복하고 자신의 믿음과 결정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가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 또한 그러한 사실들일 것이다. 이러한 오류들을 극복하고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최상의 선택을 하는 것이 바로 비판적 사고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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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광인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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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늘 개혁과 혁신이라는 단어는 김탁환의 일명 '백탑파'시리즈를 아우르는 공통적인 코드였다. 앞선 <방각본 살인사건>에서 처음 등장했고 <열녀문의 비밀>을 거쳐낸 젊은 그들 백탑파는 탑골 백탑아래 모여 모여 시문을 나누고 경세를 논하던 새로운 지식인 집단이었다. 그들은 기존의 성리학 중심의 전통 수구집단에 맞서 실용지식과 현실적인 이치를 추구하며 그들의 이상을 펼칠 기회를 현명하고 결단력있는 왕 정조와 함께 펼치려 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기존의 보수세력에 제지를 당하며 그 기세가 한풀 꺾이기도 한다.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 세번째 작품 <열하광인>은 그러한 정조의 문체반정을 계기로 삼아 탄생한다.

백탑아래 시문을 논하던 그들의 열망과 비원은 선진문물과 결합하고 또한 그러한 사상이 집대성되어 탄생한 결정체가 바로 연암의 <열하일기>이다. 그리고 이 서책은 도성의 젊은 서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품과 격을 문제 삼은 정조에 의해 금서로 분류되고 만다. 정조는 이명방에게 <열하>를 지지하는 백탑서생들에게 자송문을 받아올 것을 하명한다. 그것으로 그들의 의지를 꺾고자 했음이다. 이명방은 정조와 독대한 자리에서 열하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어한다.

"<열하>는 단순한 연행의 기록이 아니다. <열하>는 대국의 광대하고 세밀한 문물에 대한 예찬이 아니다. <열하>는 소중화에 침윤된 조선을 향한 예리한 비판이 아니다... <열하>는 <열하>이다. <열하>이전에 <열하>와 같은 서책이 없었고 <열하>이후에도 <열하>와 같은 서책은 없으리라. 이 꽉 짜여진 동어반복에 숨이 막혀오는 서책, 그것이 바로 <열하>인 것이다."

연암의 제자이자 백탑파 시리즈의 주인공 금부도사 이명방은 이 문제의 금서 <열하>에서 가르침을 얻고 그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한 독회 열하광의 한사람이다. 그들은 이미 <열하>를 이연이나 읽어 왔으며 상세한 주석을 붙인 <열하주해>까지 펴낸 비밀모임이기도 하다. 그날도 어김없이 비밀모임을 갖기 위해 홍인태의 서재 '억권루'의 대문 앞에서 정체를 알수없는 자객을 만나게 되고 열하광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리게 된다. 그렇게 쫓기던 이명방은 홍인태와 함께 열하광의 일원인 역관 조명수의 죽음을 목격한다. 함께 술자리를 하던 걸승 덕천마저 눈앞에서 사라진 이후 이명방은 정조의 명대로 정유 박제가와 연암 박지원 그리고 검서관인 청장관 이덕무를 방문한다. 그러나 자송문 쓰기를 거부하던 이덕무는 혼미한 정신속에서 써 내려간 자신의 자송문을 찢어버리곤 쓰러져 버린다. 명방은 그에게 준비해간 환약을 넣어주지만 이덕무는 다음날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다. 여섯의 열하광중 명방과 명방의 연인 명은주 그리고 홍인태만이 남았다. 이 연쇄살인의 현장에 그때마다 개입된 명방은 범인으로 몰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정조에게서 하루의 말미를 얻는다. 명방이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홍인태마저도 폭약으로 인해 사라져 버린다. 절망한 명방앞에 명방의 다정한 벗이자 조선 최고의 탐정 김진이 마침내 나타난다.

이전의 작품에서 정조가 백탑 서생들에게 다정다감하고 보다 개혁적인 힘을 주었다면 이 작품 <열하광인>에서 비춰지는 정조의 모습은 약간 달라 보인다. <열하>를 금서로 단정하고 <열하>를 소품으로 한 글을 짓는자는 과거에 응시할 권리조차 박탈하며 강력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정조 역시도 <열하>가 상당히 합당하며 높은 글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완물상도에 젊은 서생들이 빠져드는 경계하기 위해 자송문을 받기도 하고 연암을 경계하기도 했던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명방은 사라져간 백탑의 꿈을 자신이 평생 소원하던 매설을 지으면서 기억해 본다. 그리고 꽃과 함께 사라져 간 김진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군왕이 군왕의 편이었다면, 지금 나는 내 기억의 편이라고. 그리고 그 기억을 함께 나눈 백탑 서생의 편이라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 이들 앞에서 죽음으로써 분노를 씻어내고 싶다고 말했던 자도 있었다. 나는 이 한권의 이야기오 그 겨울 밀어닥친 울분의 뜨거움과 깊이를 대대손손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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