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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장성민 지음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은 다시 한번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단순한 국가의 수반이 아닌 국가의 모든 권력이 김정일 한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북한 특유의 권력구조에 기인한 바가 클 것이다.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핵무기가 그의 유고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변국들은 그의 건강이상에 대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북핵은 한반도를 주변 강대국들의 힘겨루기 무대로 만들어 버렸다. 평화상태가 아닌 휴전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현재 북한의 동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제 또하나의 관심은 김정일의 후계구도로 모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김정일이 김일성에게서 권력을 그대로 승계 받았던 것처럼 그의 세 아들중 하나가 차기 북한의 권력을 손에 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단순히 권력의 부자세습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과정에서 내부적인 갈등으로 인해 핵 통제권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미국은 언제나 북한 권력층의 동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이 현재의 형국이다.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이 책 <전쟁과 평화>는 지금 현재의 북한 권력에 대해 심층있게 조망해보고 김정일 개인과 그의 가족, 그리고 그가 포기하지 않으려는 핵의 의미, 김정일 이후 북한의 미래, 북한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입장 등을 통해 현재 한반도에 드리워져 있는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평화의 길을 모색해 보려는 의미를 지닌 책이다. 16대 국회의원이자 세계와 동북아포럼 대표인 저자 장성민은 그 어떤 것도 불확실한 예측이기에 단언할 순 없지만 북한의 권력을 철저히 현실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저 가십거리로 김정일이라는 인물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보다는 그가 어떠한 배경속에서 성장했으며 또한 어떠한 과정을 거쳐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었는지 보다 사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렇기에 결국 책은 무엇보다 김정일이라는 인물 자체에 포커스를 최대한 맞추려 노력한다. 그리고 책을 통해 바로 그것이 북한의 권력구조를 이해하는 시작임을 깨닫게 된다.
"김정일을 직접 만나본 세계 지도자들이나 정치인, 외교관들은 물론 심지어는 기자들까지도 왜 그에 대해서 새로운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일까."
김정일은 모두가 알다시피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있기전까지 그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만큼 철저히 자신을 감춰왔고 그는 그렇게 외부세계가 자신과 북한 자체를 모르게 하는 것이 체제유지의 비결이라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붕괴는 그의 그러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비밀스러운 인물이 바로 김정일이지만 그를 실제 만나본 사람들은 그가 머리가 비상하고 지적호기심이 많으며 국제정세에도 밝고 아주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라는 공통적인 견해를 밝힌다. 결국 그의 실제 모습은 능란한 외교적 수사력과 치밀한 전략을 지닌 두가지 모습을 지닌 인물이며 우리가 같으로 알고 있는 모습은 그저 허상일뿐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김정일에 대한 분석은 그의 후계구도로 이어진다. 저자는 책 속에서 다양한 구도를 언급하고 있다. 정남, 정철, 정운 세아들 뿐만 아니라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을 거치는 경우까지 그 어떠한 것도 지금으로선 속단키 어렵다.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3남인 정운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그 역시도 확인된 바는 없다. 책에서도 다만 그러한 가능성중의 하나가 정운일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몇 년동안 미국은 북한을 가리켜 '악의 축'이니 '깡패국가'니 하며 적국으로 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시행정부는 결국 북한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는 수순을 밟고 말았다. 그것을 가리켜 저자는 북한의 표현대로 이른바 '선군외교가 획득한 개가이자, 전시외교로 거둔 약소국 외교의 쾌거'라 말한다. 그것은 생존과 체제유지를 위한 총력전 형태를 띤 전형적인 북한 외교의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핵은 현재 북한이 가진 최대의 무기이자 최후의 방어선으로 표현된다. 김정일에게 현재 핵을 포기하라는 것은 곧 체제포기와 다를바가 없기에 그가 가진 핵이야 말로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유지시켜줄 수 있는 믿음이기도 하다. 결국 그에게서 핵을 떼낸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요원한 것일 수 밖에는 없다. 저자는 현재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통해 김정일이 핵을 손에 쥘 수 밖에 없었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혈맹이라는 지난 날의 믿음이 사라진 지금 김정일에게 핵 이외의 선택은 없어 보일 뿐이다.
물론 식량조차 자급하지 못하는 북한 경제의 현실 속에서 핵과 수령제 사회를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은 분명 모순이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개혁, 개방의 의지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국가들인 베트남과 중국마저도 개혁과 개방의 노선으로 돌아서 자본주의체제에 편승하고 있지만 저자의 표현대로 현재의 북한은 분명 고립무원의 섬이다. 주체와 자주만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최소한 경제만이라도 개방이라는 신사고를 지향하여야 하는 것이 김정일 이후 북한의 나아갈 방향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핵 만으로 모든 것을 막으려는 북한의 의지는 강하기만 하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북핵위기에 대한 몇가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공식적인 외교협상은 실패했다. 하지만 미국에새로운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그간 강경 일변도의 부시 행정부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결국 결단은 양국의 지도자가 만나 직접 대화로 풀어내는 것 밖에는 남아있지 않다고 진단하는 저자의 견해에 수긍이 갈 수 밖에는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북한이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매우 단합되어 있어서 붕괴의 위험은 없다."
은둔의 왕국 북한은 좀처럼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을 통해 전해지는 저자의 대체적인 견해로 보인다. 체제에 반대하는 강력한 집단이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현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대안이 준비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 쿠데타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김일성이 사망했을때도 그랬기에 김정일 이후 급작스런 노선의 변화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결국 한반도의 평화는 북한 자체의 점진적인 체제의 변화로 부터 일어나야 하고 그것만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북한의 생존 시나리오로 보여진다.
현재의 북한을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복잡한 현재의 동북아 정황을 파악하는 시작일듯 하다. 그저 강건너 불구경하듯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보다 냉철히 파악하는 시각이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시점이기에 그러할 것이다. 한치 앞도 모르는 현 시국에서 추정보다는 보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이 책의 내용들이 북한의 권력자와 그 정치적 영향력에 관해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