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이매진>을 리뷰해주세요.
진중권의 이매진 -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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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대부분 타성에 젖은 관람습관에 의해 그저 유행에 편승하는 영화들을 그저 소비의 형태로만 대하고 있는 듯하다. 그저 보이는 데로 즐기는데만 전력하려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 이론적 틀을 세우고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롭게 영화를 감상하든 분석적으로 영화를 감상하든 그 고정된 틀은 언제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언제나 우리 사회 격렬한 사회적 논쟁의 정점에 서 있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중권이 미학자로서 영화를 보는 색다른 시선을 한권의 책에 담아냈다. 이 책<이매진imagine>은 영화라는 대중문화의 한 장르에 대해 기존의 시각과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볼것을 권유하는 듯한 책이다. 미학자인 그의 시선은 영화속에 담겨있는 화면에 주목한다. 영화의 내용도 인물도 감독도 아닌 화면이 보여주는 그 이미지에 주목하여 영화를 바라볼 뿐이다. 그림의 액자처럼 부수적인 것이지만 작품의 밖에서 작품을 보충하고 있는 파레르곤parergon이라는 그가 언급한 하나의 단어는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단어로 적당해 보인다.

"디지털 기술이 시네마의 내용과 형식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또 과학과 인문학의 담론이 어떻게 영화적 상상력으로 변용되는지 살펴보자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한 연재였다."
영화잡지 <씨네21>에 1년간 기고된 글을 모은 이 책은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는 것처럼 영화에 대한 비평이라 할 수는 없는 듯하다. 그랬기에 영화가 담고 있는 상징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더더욱 없을 수 밖에 없다. 대신 철저히 미학적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보려 하고 있다. 가령 우리가 한편의 영화를 바라보는데 있어 영화속에 무수히 들어있는 원인과 결과 그리고 그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선형적 구조만을 쫓는다면 저자는 화면속에 들어있는 알레고리 즉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다른 구체적인 대상을 이용해 표현하는 점에 시선을 맞추고 있는 식이다. 또한 영화에는 변화하는 시대의 다양성이 담겨 있다. 물론 '라이언일병 구하기'의 화면에서처럼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겉으로 드러나는 기술적 진보는 언제나 우리의 시선을 그것에만 집중하게 하지만 그보다는 영화를 보면서 체험했던 사실적인 현장감은 영화를 보고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우리의 뇌리에 담겨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효과를 내는 기술의 차이였다 생각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기억을 조직하는 미학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즉 이전까지 영화가 시각에 호소하는 전통적 이미지였다면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통해 몸소 체험하는 촉각적 이미지로 전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성조기가 휘날리는 영화의 내용과는 전혀 관련없이 기술적 차원이 아닌 이전과는 다른 측면에서의 시도가 기술적 요소와 제대로 부합된 영화라는 해석이 나오게 된다.

"우리 현실을 열등하게 재현한 것이 아니라 다른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
영화를 비롯한 카메라 매체의 가장 큰 특징은 있는 그대로의 화면을 충실히 전달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은 더이상 영화가 렌즈속에 나타난 피사체를 고정하는 역할에 가둬놓지 않는다. 이미 헐리우드 상업영화는 그러한 틀에서 빠져 나온지 오래다. 저자는 그것을 두고 영화가 원본을 증언하는 복제에서 생성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300'에서 보여지는 현란한 디지털 기술의 절정이나 '슈렉'에서 보여지는 그래픽의 사실성을 통해 그저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가 궁금할 뿐이다. 관객은 도취되어 영화를 바라보는 이성은 사라지고 황홀한 정신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정말 디지털 기술의 총아 CG는 영화가 지닌 관객과의 고유한 상호작용성을 무디게 만드는 것일까?

책에 소개된 '영국식 정원살인사건'부터 '베를린 천사의 시'까지 10개의 주제하에 담겨 있는 영화들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도 있지만 대부분 상업적으로 성공하여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들이 많이 선별되어 있다. 그것은 그만큼 일단 영화로의 접근이 쉽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만큼 책은 그리 쉽지 않다. 쉬이 읽어내려가기 어려울 만큼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바탕에 독일의 문예비평가 발터 베냐민이 있다. 그는 몽타주 효과를 통해 대중에게 충격과 각성을 전하는 영화야말로 예술을 진정으로 해방할 수 있다고 했으며, 그 혁신은 내용도 형식도 아닌 기술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베냐민이 언급한 그 기술적 진보가 바로 저자가 이 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보였다. 저자 진중권은 1930년대에 이미 정보혁명, 과학혁명의 패러다임을 예언한 발터 베냐민을 통해 글쓰기와 비평 활동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끊임없는 베냐민에 대한 언급은 그의 글에 대단한 탄력을 주는듯 하다. 수없이 이어지는 예술 용어들의 향연속에서 베냐민에 대한 궁금증이 이는 것을 보면...

현대의 영화는 관습적인 영화들의 내러티브와 스타일의 특징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혹은 그것들을 의도적으로 깨뜨림으로써 더욱더 커다란 미학적 의미를 획득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상업영화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시선으로는 그것들을 제대로 발견하기는 여전히 어려워만 보인다. 그나마 화면이라는 이미지를 매개로 해 과학과 인문학 담론의 영화적 상상력으로의 변용이라는 이 책의 주제처럼 영화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은 흥미로워 보인다.

대중문화의 한갈래로서 영화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첨단 정보시대에도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물론 그 바탕은 영화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시각과 청각이라는 감각을 자극하는 가장 빠른 전달력을 지녔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감각으로 같은 것을 보았더라도 생각하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 또하나 같은 영화를 보고 이만한 엄청난 양의 담론들을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과 그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일 따름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그저 바라만보는 영화가 아닌 그 속에서 찾을수 있는 또하나의 재미를 보여주는듯 합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너무 어려운 감이 적잖네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앙드레 바쟁 <영화란 무엇인가>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하지만 기억을 현재화하는 에데 아마 영화만큼 탁월한 매체는 다시 없을 것이다.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집단의 정체성을 형성시킨 근원적 사건을 눈앞에 다시 생생하게 현전시키기 때문이다." (P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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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읽는 중국 역사이야기 1 - 합본호
박덕규 지음 / 일송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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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중국이라는 나라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지리적 영향이 크긴 하겠지만 그들 자신을 세계의 중심인 중화라 일컫는 그들과의 대결은 대륙으로 나가고자 하는 우리에겐 역사적 숙명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중국의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우리의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수많은 나라가 생겨나 패권을 다투다가 통일이 되고 다시금 흩어져 혼란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중국의 역사이다. 그러한 여러 왕조의 흥망사는그 누구도 오랫동안 중원의 주인이 되지는 못했음을 보여주고 았다. 지금의 중국역시도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이야기>시리즈는 그러한 복잡다단한 중국의 역사를 왕조별로 보기 쉽게 14권으로 나누어 엮어 놓은 책이다. 이 시리즈는 1960년대에 중국의 중국소년아동출판사라는 곳에서 발간된 中國歷史故事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중국내의 조선족을 위해 다듬어진 후 여러번의 번역작업을 거쳐 완성되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누구나가 손쉽게 중국의 역사를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편저자의 취지에 따라 국내에 소개되어진 책이다. 그렇듯 여러번의 과정을 거쳤기에 통사적으로 중국사를 접근해보려는 이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듯 하다.

 

이 책 <춘추春秋시대>는 그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왜 춘추시대가 첫번째일까라는 의문이 일수도 있으나 편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그 의문을 말끔히 해소시키고 책을 시작한다,
"...기원전 4000년부터 기원전 700년대까지의 3천년 역사를 사가史家들은 대개 정사라 보지 않는데도... 이 책의 원저에서 춘추시대부터 집필한 것을 통해 그대로 따랐음을 밝힌다." 
최초 혈연에 의지한 봉건적 질서아래 유지되었던 주周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결속력이 희미해지고 각 지역의 제후들은 조금씩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결국 서융의 침입으로 낙양으로 도읍을 옮겨 동주東周시대가 시작되면서 주周의 정치적 통제력은 거의 상실되고 제후국들은 독립적인 국가로 변모해 간다. 바로 그 시대를 공자의 책 <춘추>에서 따와 춘추春秋시대라 부른다. 춘추시대는 중국이 조금씩 영토국가로 정리되고 통합되어가던 시작이다. 이 책 역시도 그 흐름을 춘추시대의 패주覇主에서 찾는다. 패주는 수많은 니라들의 제후들을 대표할만큼의 세력을 과시한 제후의 차지였기에 패주는 당대의 세력판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주周왕실에 대한 충성이 명분이긴했지만 그들의 출현은 혈연과 신분에만 의존하였던 기존의 권위와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러한 것을 보여주듯 춘추시대 초기에는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고 인정했지만 이후 본격적인 힘의 대결이 시작되면서 군사력과 함께 인재의 발굴은 성패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200여개의 나라가 10개의 나라로 정리되는 춘추시대를 보고 있노라면 때로는 동맹으로 때로는 적으로 맞서게 되면서 권력을 향한 집념과 포섭 그리고 도태된 이들에 의해 행해지는 배신과 복수가 아마도 그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라 할 수 있을듯 하다. 치열하게 시대를 살아갔던 그들의 삶은 어쩌면 우리가 사는 지금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은 인간사가 아닐까라고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관포지교管鮑之交로 부터 시작하여 순망치한脣亡齒寒, 와신상담臥薪嘗膽, 토사구팽兎死狗烹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주인공들이 있다. 그들의 고사故事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결국 그 이야기들이 우리들에게 오늘을 살아갈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환공齊桓公으로부터 시작된 춘추의 패자는 진秦과 진晉을 거쳐 초楚, 오吳, 월越 등으로 이어진다. 책은 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듯 와신상담의 주인공인 월越나라 왕 구천勾踐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책 속의 숨가쁜 이야기들은 언제 보아도 흥미진진하고 살아 숨쉬는듯 하기만 하다. 어쩌면 이 책이 읽기 편안한 흥미위주의 서술이기에 그러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14권이라는 적지않은 분량이지만 통사적으로 중국을 이해해보고자하는 이 시리즈가 분명 우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뒤죽박죽으로만 보이는 중국사를 정리하고 가까이 접근해 보는 좋은 시도로 보여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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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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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세상살이가 그리 쉽지는 않다. 더군다나 지금의 우리앞에 닥친 어려운 경제적 난국은 더욱 우리를 움츠려들게 만들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삶에 있어 누구나 한두번의 위기가 다가온다고 했던 옛 말처럼 그것이 보다 나은 미래로 가기위한 고비라 생각하고 조금은 신중한 마음으로 그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야 할 것이다. 결국 그러한 어려움이나 위기를 돌파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있다고 봤을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려하는 타성적인 무사안일보다는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지성일 것이다. 개인적인 아픔을 딛고 인류사에 <사기史記>라는 커다란 선물을 전해준 사마천은 그런면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본받아야할 지성의 모습이기도 하다. 史記는 그 자체만으로 보더라도 단순한 일개 역사서의 범주를 넘어서는 역작이라 할 수 있다. 이후의 많은 사서에 영향을 준 것은 물론이며 이후 사서의 역사 서술방식까지도 정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 <난세亂世에 답하다>는 EBS에서 방송되었던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 특강을 책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저자는 사마천의 역작 史記에 담긴 인간사의 흥망성쇠를 통해 현대를 사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좀 더 슬기롭고 현명한 내일을 기대해보자고 말한다. E.H 카가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해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했던 것처럼 인간이 하나의 사회 혹은 국가를 이루어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면 그 안을 살아갔던 인간들 역시 어느 정도의 시대적 상황이 다른 것을 제외한다면 역시나 똑같은 삶을 언제나 살아가고 있기에 인간과 인간의 관계라는 그것에서부터 역사가 주는 교훈을 얻을수 있을 것이다. 책은 史記에 담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서술하기보다는 어떠한 역사적 사실들을 기술한뒤 그것이 현재의 우리와 어떠한 연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史記에는 본래 중국문명의 형성기부터 사마천이 살던 전한前漢 당시까지의 역사가 담겨 있다. 아마도 그 시기는 이전의 혼란스러웠던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한 왕조에 의해 정치적 통합은 물론 경제의 안정과 황제에 의한 중앙집권적 지배가 강화되어가는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제목에 '난세'가 들어간 것처럼 당시의 중국은 반천년에 걸친 춘추전국시대와 유방과 항우의 쟁패라는 난세를 지나왔다. 책에 그 두 시대가 많이 언급된 것은 단순히 난세의 정치적 흥망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의 시대적 요구였던 개혁이 바로 지금의 우리에게도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마천 역시 그 시대의 생존방식을 개혁이라는 커다란 명제 속에서 파악하려 했다. 주周왕조 초기 무려 1,800여개에 달하던 제후국은 춘추시대에 들어오면서 24개로 줄어들었고, 전국시대에 들어오면서 단 7개로 줄어든다. 물론 그 수많은 제후국들이 사라져간 이유들 중에는 당시의 척도이던 군사력으로 인한 것도 있었지만 의외로 내분으로 망하거나, 민심을 잃어 망한 경우도 많았다. 결국 그것은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만큼이나 빠른 개혁을 시대는 요구했기에 그 속도에 맞춰 개혁을 성공시킨 나라들만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단순히 史記라는 사서의 기록만이 아닌 끊임없는 변화와 자기개발만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생존전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듯 하다. 저자 역시 시대와 대세를 읽는 통찰력을 얻는 것이 史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교훈이 아닐까 이야기 한다.
 
물론 혼란의 시대에 그 분수령이 되었던 것은 인재의 발굴이다. 총 130권에 이르는 史記중에서 제후를 다룬 세가世家가 30권인데 비해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이야기인 열전列傳이 70권이나 되는 것을 보면 사마천의 시각 또한 역사를  만드는 것이 제왕이나 제후만이 아닌 구체적인 개개인의 인간이라 여겨 그들에 의해 역사가 창조되고 움직인다는 것을 열전을 통해 밝히려 한 듯 하다.  여기서 우리가 다시금 주목해야 하는것이 인간관계이다. 시기와 질투, 배신과 복수는 인간의 삶을 바꾸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어쩌면 사적인 감정이랄수도 있지만 史記에서 이르는 것처럼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언제나 그 성패를 좌우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사마천 역시도 이릉을 변호했던 것 때문에 궁형宮刑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맞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갈등과 절망, 울분과 좌절감을 딛고 자신의 삶의 전부를 역사적 진실로 보편화 시켰다. 결국 이릉의 사건이 없었다면 史記는 역사의 기록과 평가라는 사서의 본질에 입각한 책으로 남았을런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춘 역사인식을 통해 역사 전반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일관된 입장을 史記라는 사서에 담아낸다. 결국 한차원 높은 비판의식 아래 저술된 작품이 史記이기에 오랫동안 사랑받는 고전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통해 오늘을 사는 지혜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배운다. 인간의 심리부터 인간관계, 인재의 발굴, 국제정세를 보는 눈, 시대를 읽는 코드인 여론 그리고 돈과 관련된 경제문제까지... 고전古傳은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의 삶에 생명력을 불러 일으킬수 있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화려하고 감각적인 정보매체에 익숙해져버린 지금의 우리들에게 고전은 그저 어렵고 따분게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이 책  <난세에 답하다>에 소개된 史記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고전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적 삶의 가치와 의미를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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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묻고 답하다 - 세상을 읽는 119개의 키워드, 노교수의 핵심 강의 노트
니시베 스스무 지음, 정경진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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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늘상 바쁘기만 하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판단할 겨를도 없이 새로운 정보를 맞이할 뿐이다. 그러한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을 통해 얻어낸 정보의 주입으로 인해 현대인들은 결국 어느 순간 판단의 근거를 잃어버리고 마는 형국에 처해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공유라는 인터넷의 정보가 가져다준 일부 왜곡된 정보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터넷이 스스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수고스러움을 덜어주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동시에 그러한 노력이 없이 이루어지는 과정이기에 개인은 본질을 찾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여러가지 또다른 사실들을 만날수도 없고 또한 만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어쩌면 그러한 새로운 사실과 만나고 기뻐하고 하나하나 체득해갔던 예전의 과정들이 좀더 순수한 의미로서 학문의 과정은 아니었을까.

 

현대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어느 한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직업이라는 수단을 통해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직업의 의미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자신의 분야 이외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관심으로 일관하지는 않을까. 오랫동안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일본의 노교수 니시베 스스무는 이 책 <학문, 묻고 답하다>를 통해 그러한 소위 현대인의 전문주의에 대해 경계를 나타낸다. 그리고 그러한 전문주의가 자신의 좁은 분야에만 빠져 다른 지식에 대해 전혀 모르는 '무지한 지식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식인을 양산하고 있음을 우려한다. 이 책은 그러한 노교수의 걱정에서 비롯되어 보다 폭넓은 지식으로 대상을 그저 보이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윤곽을 갖고 바라볼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배우고 부딪히고 느끼는 여러가지 학문과 대상에 대해 풀이하고 있다. 커다란 여덟개의 주제는 정치, 국제관계, 도덕, 사교, 삶, 역사, 철학, 실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주제 아래에는 좀 더 세분화된 주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다. 물론 각 세부 주제들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익히 들어왔고 또한 배워왔으며 지금 현재에도 체득해 나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정치라는 커다란 주제에는 정치, 권리, 의무, 자치, 의회 등이 도덕이라는 주제에는 자유, 매너, 지혜, 전통 등이 삶이라는 주제에는 질병, 나이듦, 죽음, 사춘기 등이 들어있는 식이다. 119개에 이르는 각 주제들이 워낙 방대하고 또한 세세하다 보니 각각의 주제에 대해 저자의 풀이나 해석이 어쩌면 조금은 포괄적이며 모호하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각각의 주제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할 핵심 포인트들을 일깨워주려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일본의 학자가 쓴 글이기에 책은 다분히 일본적인 색채가 많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천황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맹목적으로 미국을 따르는 일본의 정치행태를 꼬집는 항목을 통해 조금은 일본인의 시각을 벗어보려는 모습이 비춰지기도 하는듯 하다.

 

권리와 의무 그리고 의회와 권력, 권위 등을 통해 현재 우리의 정치행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용서받지 못할 행위들을 일삼고 있는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이 공복(供僕)이라는 정의에 대해 그리고 개별이익의 추구자가 아닌 공공이익의 추구자라는 가장 기본적인 정의에 대해 과연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보통 책을 보기 시작하면 전체적 맥락의 이해를 위해 책의 목차부터 살펴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그러한 과정들을 생략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이해를 해야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아무 부분이나 펼쳐놓고 읽어도 크게 무리가 따르지 않기 때문인것 같다. 또한 각각의 연관되는 주제를 통해 앞뒤의 주제를 계속해서 연결해주기에 어느 부분을 읽던 흥미를 느낄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글로벌, 이데올로기에 이어 미국이라는 주제가 나오는 시점은 웬지 절묘해 보이기까지 하다.  

 

학문이란 우리가 평생 배워도 모자랄 대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배운다는 자세로 세상을 대해야 할 것이다. 물론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좀 더 세상을 편안하게 살아가는 방법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떠한 한 분야의 특정 측면에만 매달리는 것은 전체마저도 단순화시켜버릴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를 위해 이러한 119개의 많은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는지도 모른다. 단순한 문제와 답이 아닌 좀 더 커다란 시각으로 대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노교수의 시각은 그래서 우리에게 세상을 좀 더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라는 권유로 보이는듯 하다.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닌 세상을 살아나가는 법을 이 책을 통해 배워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으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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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인 이야기 - 서양문명을 탄생시킨 12인의 영웅들
칼 J. 리차드 지음, 박태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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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약육강식의 지구에서 인간이 그 주인으로 등장하게 된데에는 무엇보다도 인간이 이룩해낸 문명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리와 군집을 이루어 살던 인간의 모습은 다른 동물들과 그리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좀 더 강해지기를 원했고 그것은 현세와 미래를 넘나드는 기대감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간의 문명은 인간의 삶을 바꾸어 놓기 시작한다. 발달된 문명은 인간의 삶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시작한다.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러한 철학적 사고로부터 그리스 문명은 시작되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현재에 이르기까지도 그러한 것들은 인간생활을 규정짓는 하나의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현재의 우리가 사회와 국가를 이루고 사는 대부분의 모든 원리가 그리스 로마 문화에서 비롯되었으며 하나하나의 어휘나 용어 자체도 그리스 로마문화에서 유래되었다 할 것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인 이야기>는 그러한 현대 문명의 원류가 된 그리스와 로마 문명의 중심에 서서 오늘날까지도 사상과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열 두명의 인물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그들은 단순히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아니라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인류의 역사에서 누구보다도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들이기도 하다. 책은 열 두명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서술되었지만 그들의 삶 뿐만아니라 그들이 살아갔던 시대를 통사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그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인류의 문명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되었고 그들의 사후 후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를 통해 그리스와 로마 문명이 인류에게 선물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문학의 시조라 일컬어지는 호메로스부터 탈레스, 테미스토클레스, 페리클레스, 플라톤, 알렉산드로스, 스키피오, 카이사르, 키케로, 아우구스투스, 바울 그리고 고대문화 최후의 위인이라 말할수 있는 아우구스티누스에 이르는 열 두명의 이름을 내세워 열 두개의 챕터로 그리스와 로마 사회를 서술하고 있다. 물론 책에 언급된 열 두명의 인물들 모두가 완벽한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그들은 그들이 살고 있던 시대를 자신의 시대로 남길만큼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나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처럼 자신의 꿈과 희망을 향해 권력의 중심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 있는가하면 호메로스, 탈레스, 플라톤과 같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며 인류의 역사에 기여한 인물들도 있다. 

 

"모든 소설은 호메로스에게 빚을 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삶은 그리스 로마 문명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질 만큼 발전한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가치판단 기준이나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보편성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다만 조금 멀리 볼 수 있는 시각과 현대의 기계문명으로 인한 삶의 윤택함 정도가 그 혜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책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리스 로마 문명이 오늘날의 현대문명에 끼친 영향에 관한 것인듯 하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가 단순히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고 그러한 영향은 지금까지도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탈레스의 과학 역시도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과학에 까지 영향을 끼친 것은 어떠한 과학적 사실이라기보다 과학적 전망과 그 접근법이었다는 것을 설명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는 그 구체적인 사례들이 여러번 언급되고 있다. 그리스 문명을 그 영역 밖으로 전파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사후 분열된 60여개의 폴리스의 동맹이 인구에 따라 대표자 수를 다양하게 책정하는 미국 건국시의 모델로 언급된 것이나, 서양 철학의 시조라 할 수 있는 플라톤의 혼합정체론이 근대 공화주의자들에게 경제 계급들 간의 권력의 균형이라는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었고 그것이 마침내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각 권력의 균형적인 모습을 탄생하게 한 원류가 되었음을 통해 그러한 것들이 좀더 구체적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그리스와 로마 문명은 예술, 철학, 과학, 정치 등 모든 면에 있어 인류에게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쳤고 또한 구체적으로도 많은 유산을 남겼다. 어쩌면 그만큼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지역과 문화는 앞으로도 존재하기 어려울듯 하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삶의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해준 문명이기에 지나간 시간처럼 앞으로의 역사 역시 그들의 삶과 방식에 대해 끊임없는 연구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이 남긴 유산 모두가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업적과 함께 그들이 남긴 비통한 과오를 동시에 조명하는 것이 그 시대에 대한 좀 더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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