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지 않는다는 것 - 하종강의 중년일기
하종강 지음 / 철수와영희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인생에는 여러번 거쳐야하는 통과의례처럼 누구나 성장통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장들은 한 인간이 인격적으로 성숙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처음 초등학교 입학때의 설레임과 교복을 벗고 맞이하는 그때의 마음은 그 대상과 소재는 다르지만 그 떨림의 근원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순식간에 다가오는 중년이라는 시기 역시 어느 순간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변화의 시기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70년대 후반 부터 80년대 초에 이르는 혼란의 시기를 보낸 <철들지 않는것>의 저자 하종강은 이제 우리사회의 대표적이고 매력적인 중년의 모습이 되어있다. 그는 자신이 아직도 철들지 않음을 유쾌히 여기고 즐겁게 살아감을 커다란 낙으로 여긴다. 이 책은 그의 생활에서 묻어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들의 묶음이다. 가정일에는 우리시대의 대부분의 중년가장의 모습처럼 가정일에는 문외한이며 철저히 바깥으로만 돌아 심지어 가족들이 그를 성토하는 대자보까지 게시하게 되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그는 바쁘다. 한해에 300회 이상 노동문제 강연을 다닌다는 그의 행적이 놀라워 우연히 들어가 본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정말이지 눈을 의심하게 하는 살인적인 일정들이 잡혀 있다. 하지만 이책을 읽어 내려가며 또한 그의 홈페이지를 다녀간 이들의 발자취에서 보며 그의 진솔함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몇 년만에 가족들과 철썩같이 약속한 여름휴가를 결국 지방의 어느 노조 강연장에서 보내야 했던 이야기에서는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그의 성격을 엿보았고 노동상담을 하던 여자 후배와의 만남에서는 그의 따뜻함을 엿보았다. 그만큼 이책은 개인의 사생활이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세상을 향해 항상 열려있고 또한 초심을 잃지않은 당당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보다 더 인간의 내밀한 고민으로 시선을 돌리는 새로운 '혁명'이 왜 하나같이, 좀 더 살기 편해지는 쪽으로, 부당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탄압받지 않는 쪽으로만 향해지는지,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 책 50페이지

80년 5월 이땅의 대학생이었다면은 강의실에서 적어도 학생의 본분이라는 강의를 듣고 있을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시대가 그들에게 주는 사명이었을지도 또는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격랑의 시대를 보내온 우리시대의 중년은 대부분 그 열정을 잊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적어도 하종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이렇게 보여주고 있나 보다.

우연인지 다행인지 나역시 나고 자라온 곳이 인천이라 눈에 익은 지명이 곳곳에 보인다. 신포시장, 만수시장... 살아가는 공간이 비슷하다는 것이 이렇게 동질감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99년 유례없는 폭우와 함께 송도를 수놓았던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에 그와 그의 아들이 있었다는 것은 조금은 신선한 아빠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나 역시 그날 그 현장에 있었지만 그날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진흙뿐이다. 아마도 세상이 다 떠내려가는 듯한 기분이었으니까...

철이 든다는 것은 세상의 논리대로라면 아마도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모님 앞에서는 늘 응석받이이고 싶어지는 것을 보면 경제적으로는 독립했다 하더라도 정신적인 성숙이 따라주질 못하는 반푼이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모르겟다. 결국 마음속으로는 늘 어린아이이고 싶어지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것 또한 철이 들어가고 있는 증거일 것이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 그리고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에 대한 감각이 생긴다는 것 어찌보면 철이 든다는 것은 대단히 슬픈일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중년이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본다.
그것은 조그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이제 겨우 인생의 한가운데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아직 늦지않았다. 물론 아직도 펼쳐질 그네들의 삶은 여전히 무한한 진행형이다. 이땅의 중년들이여 힘을 내소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7-07-09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합니다!! 진행형을 이끌고 있는 중년이란 이름의 나이...
30년을 노동운동에 몸담으며 살고있는 하종강이란 이름이 말하는 우리시대
올바른 꿈에 대한 이야기 같네요. 읽어보고 싶어 담아갑니다.^^

재퍼 2007-07-1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이렇게 졸필에 당선이라니... 저도 많이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