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림고수를 찾아서 - 궁극의 무예로써 몸과 마음을 평정한 한국 최고 고수 16인 이야기
박수균 지음, 박상문 사진, 최복규 해설 / 판미동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무협지나 무술영화속에서 만나본 무림세계는 냉정하기만 하다. 오직 실력만이 모든 평가를 대신한다. 수많은 고수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어김없이 각자가 수행한 권법을 토대로 서로간의 자웅을 겨룬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바람을 가르며 누군가 나타나고 그는 순식간에 무림의 세계를 평정한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각종 권법으로 무장한 그가 바로 무림의 고수이다. 그러한 절대무림의 세계는 이렇듯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무협지를 통해 우리들에게도 친숙하게 전해져 오는 소재이기도 하다. 복수를 위해 사랑을 위해 험난한 고통을 이겨내며 무공을 연마하고 마침내 꿈을 이루는 고수는 어쩌면 영웅이 없는 시대, 우리가 원하는 영웅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러한 까닭에 이 책 <한국의 무림고수를 찾아서>는 그 제목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책을 펼쳐들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현대화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과연 영화속에서 만났던 무림의 고수라 불리워질 만한 사람이 존재할까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이 책에는 누가 누구를 이기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렸는지, 그들 개개인의 무용담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러한 영웅담이 아닌 진정으로 무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세계가 그려져 있다. 극한의 자기수양을 통해 순수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마음가짐은 누군가를 이겨야만 하는 지금 세상의 우리들에게 그것만이 모든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다. 책은 크게 '자신을 버리다'와 '자신을 이기다'라는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각각의 장에 16가지 무술의 고수들에 대한 소개가 들어있다.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권도를 비롯해 태껸, 합기도 등 한국적인 무술과 우슈, 극진 가라테 등 동양권의 무술들이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 또한 비교적 접하기 힘든 당랑권, 태극권, 팔괘장 등의 소개를 통해 무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 시도하고 있다.

 

"무술은 무술다워야 한다. 그래야 무술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첫번째로 소개된 합기도의 달인 우범용 사범은 무술은 자기자신을 완성하는 첫번째 단계라며 무술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 한다. 생사를 걸고 맞섰던 전통시대의 무예와는 달리 현대사회의 무술 수련이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버린채 꾸준한 수양을 통해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그들의 생활이 어쩌면 살아있는 도인의 모습이 아닐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한 많은 무도인들을 만나면서 책의 저자는 그들에게서 사람 냄새를 느낀다고 기술하고 있다. 말만을 앞세우는 것보다 행동과 실천을 통한 자기수양은 책에 소개된 모든 무도인들이 가진 공통점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자극적인 것에 민감하다. 그렇기에 이 책에 소개된 고수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K-1이나 프라이드에 나오는 거구의 서양격투기 선수와 싸운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져보게도 한다. 바람을 가르는 고수들의 사진들 속에서 그러한 가능성이 보여지는듯 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그러한 대결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소탈한 삶에서 묻어나는 무도인으로서 수도하고 수양을 통해 쌓아나가는 정신자세가 보다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어떠한 무술이 강하냐보다 모든 무예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고수의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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