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 유재현의 아시아 역사문화 리포트, 프놈펜에서 도쿄까지 유재현 온더로드 1
유재현 지음 / 그린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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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세계로 뻗어 나아가고 있고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겉으로 보이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국력은 몰라보게 달라졌으며 이젠 한국이라는 나라를 세계인들도 어느정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하고 생각해 본다. 예전에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던 시선 즉, 20세기 세계의 권력을 틀어쥐기 위해 열강들이 난립하고 끊임없는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인해 전 세계가 그들의 제국주의 패권주의 경연장이 되었을때 우리 역시도 그 한틈에 끼어 고통받고 신음하는 나약하고 기댈때 없는 나라없는 국민이었다.

그 전쟁의 포연이 사라지고 우리에게 남은 건 두동강난 국토였지만 우리는 바쁘게 일했고 그 결과는 우리에게 이젠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 주기 시작했고 우리는 지금 이렇게 존재한다. 우리들은 그것이 우리가 이뤄낸 산물임을 자랑스러워 한다. 그리고 이젠 예전 제국주의 열강들이 바라보던 시선으로 동남아인들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 책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는 저자가 직접 인도차이나 지역을 여행하며 그들에게 주어진 오늘이 결코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아마도 그것은 2차대전이 종료하던 해방정국을 전후해 아시아는 모두 똑같은 출발점에서 기인했음에서 연유한다. 그 무렵 아시아는 열강들의 힘에 무너져 이미 자신만의 꿈을 꾸지 못하는 어두운 현실에 직면해 있었다. 그것은 제국주의가 빚어낸 산물이었으며 아시아는 그렇게 그들의 식민지라는 이름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대동아공영을 외치며 진군하던 일본의 군대가 무너진 후 일본은 미군의 힘을 빌어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비록 패배한 그들에겐 치욕이었겠지만 그들에겐 다른 선택이 없었고 그것은 그들에게 또다른 번영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그러한 아시아의 아픔은 일본을 거쳐 필리핀, 태국, 그리고 한국으로 이어진다. 전쟁의 참화를 몸으로 겪었던 우리 역시 그러한 기지촌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에게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아픔으로 여전히 남겨져 있다.  

아시아는 그렇게 아픔이 남겨진 역사를 지닌채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 수 없는 쿠데타 속에서도 여전히 태국의 살아있는 신으로 추앙받는 푸미폰 국왕은 그렇게 여전히 태국의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망령으로 살아남아 있고 그렇게 태국의 혁명을 기념하는 민주기념탑은 그 수많은 아픔을 간직한 채 묵묵히 서 있다. 학창시절 단체관람으로 보았던 영화 '킬링필드'는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고 크메르라는 나라는 잊혀지기 힘든 기억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한 독재자에 의해 그렇게 철저히 밟힌 민중은 2백만의 학살이라는 이름으로 서양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그 진실은 이제 역사와 함께 묻혀 버렸다. 그렇게 크메르는 캄보디아로 다시 태어났고 이제 그 기억은 툴슬랭이라는 전시관에 그 상흔을 전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베트남전쟁이다. 아마도 미국이 실질적으로 패전한 2차대전 이후의 첫번째 전쟁이었으며 승리한 쪽도 패한 쪽도 모두에게 상처로 남은 전쟁이었다. 또한 베트남전쟁은 우리에겐 잊을 수 없는 기억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는 밑바탕을 일궈낸 우리들의 전장이기도 했으며 수 많은 뜨거운 젊은 피들을 묻어버린 잊을 수 없는 땅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베트남전쟁은 서양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들 베트남 민중의 힘으로 일궈낸 승리이기도 했다. 그것은 그들 민족의 해방운동이었으며 그들이 펼친 투쟁의 산물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제 우리의 자본을 해외에 진출하며 값비싼 국내 노동력을 대신해 유입되는 저렴한 이주노동자로 인해 또다른 인종주의가 살아날 것을 우려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어쩌면 잊고 있는 하위제국국가로 가는 필수요소이며 이제는 그러한 인종주의가 적극적으로 배양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는 그러한 단계를 거쳐 보지 않았기에 그것은 우리에게 그들을 우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섵부른 환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며 나아가 그것은 국수주의라는 어리석음으로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방콕에서 프놈펜, 하노이, 마닐라, 타이베이 그리고 서울을 거쳐 도쿄까지 아시아는 단순히 지역적으로 가깝기만한 개념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보아왔고 또한 겪어왔으며 그러한 아픔의 시간을 함께 나누었기에 이제 아시아는 다 같이 손을 잡고 걸어야 할 공동체 일지도 모른다. 아픔을 기억할줄 아는 역사만이 내일로 나아가는 올바른 식견을 가질수 있는 길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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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7-08-29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동아시아 관련해선 주로 박노자씨 책 위주로 봤었는데 이 책도 읽어봐야 겠단 생각 드네요 ^^

모1 2007-08-29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을 배우기 위해 정말 읽어야 할 책인듯 하지만...이런 책 읽으면 화가나서 선뜻 손이 안가요. 에휴~~

재퍼 2007-08-29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적으로 무겁기는 합니다만 어쩌면 현재 우리가 느껴야 할 우리의 처지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지도 모르겠네요. 상대적으로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 그들의 현대사를 바라보며 그들과 함께 걸어가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