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말' 중 두번째 글인 '극복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하여'로부터 옮긴다. 만일 아래의 구상대로 남초사회를 소재로 한 "공상 소설"을 썼더라면 어떤 작품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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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올해 칠월에 출간된 우리 나라 작가들의 'SF소설 X 시' 세트를 발견했다.








이 인터뷰는 <문예중앙> 1990년 여름 호에 실렸다. 인터뷰어 정효구는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으로 1985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평론을 시작했고 현재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마당 이야기』 『시 읽는 기쁨』 『현대시와 기호학』 『존재의 전환을 위하여』 등이 있다.

정효구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여성 문제 혹은 남녀 불평등의 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작품을 쓰실 예정이십니까? 쓰시고자 계획하셨거나 쓰고 싶으신 작품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박완서 일종의 공상 소설을 하나 쓰고 싶어요. 이 소망이 실현될지 모릅니다만 한 번쯤 깊이 있게 다루어볼 만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남녀의 비율이 점차 균형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자녀를 너무 많이 낳는 것도 생태계를 파괴하는 데에 기여하지만, 성별의 균형이 깨지는 것은 더욱더 심각하게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일종의 공해를 유발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이와 같은 추세가 계속되어서 남성이 여성보다 수적으로 엄청나게 많아졌을 때 어떤 현상과 공포스런 현실이 도래할지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작가적 상상력을 이 방면으로 동원하여 소설을 하나 만들고 싶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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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으로부터 배명훈 작가의 '안녕, 인공존재!'에 관한 논의와 박완서 작가가 심사평에서 언급한 부분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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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2009년 겨울호 발표작 '안녕, 인공존재!(배명훈)'는 소설집 표제작이다.





심사위원들의 표는 분산되지 않았고 세 작품에 몰렸다. 김중혁의 「1F/B1」,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가 그것들이다.

배명훈은 2005년 이래 다양한 통로로 작품을 써왔고 소설집 『타워』를 출간하기도 했지만 문예지에는 처음 발표한 소설로 대상 후보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만큼 이 작품의 패기와 깊이는 놀라운 것이었다. - 제정 취지 및 선정 절차

풍부한 우주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미처 표현되어지지 않은 인간 존재의 답답함을 무한한 우주공간에서 폭발시키는 데 성공한 작품도 있었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나름대로 실감나게 읽힌 건, 존재의 진실이란 게 과연 언어로 표현되어질 수 있는 것인가. 어쩌면 존재가 사라진 후 다른 존재에 남긴 공동(空洞)의 크기가 살다갔다는 존재증명의 전부가 아닐까 하는 최근의 내 두서없는 생각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박완서(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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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기억하는 박완서'..."넉넉하고 기대고 싶은 문학 기둥" https://v.daum.net/v/20210122112741182 박완서 10주기 때의 기사로서 정세랑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고.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 정세랑 작가의 추천글이 실려 있다.

Image by KAN LIU from Pixabay


'멜랑콜리 해피엔딩'(2019)에 실린 '아라의 소설'(정세랑)을 정세랑 미니픽션 '아라의 소설'(2022)에 재수록하며 아래와 같은 후기를 첨부했다. '안녕, 인공존재'(배명훈)에 대한 박완서 작가의 심사평은 2010년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을 수 있다.






박완서 작가님에 대한 사랑과 경의를 언제고 표현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와서 쏟아내듯 썼던 기억이 난다.

대학로에서 잠시 뵈었을 때 선생님의 머리카락을 탐냈던 것은 실제 나의 경험이다. 작품에서 언급되는 심사평은 배명훈 작가의 〈안녕, 인공존재〉에 대한 박완서 선생님의 심사평인데, 찾아보시면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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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추모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에 실린 '아라의 소설'(정세랑)은 짧은소설집 '정세랑 미니픽션'의 표제작이다.

사진: UnsplashVinícius dos Santos


*  올해 6월에 나온 산문집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도 담아둔다.





그래도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박완서 선생님이 계시는 듯했다. 세상을 뜨고 나서도 그렇게 생생한, 계속 읽히는 작가가 있다는 게 좋은 가늠이 되었다. 사실 아라가 생전에 작가를 뵌 건 아주 잠깐, 아주 멀리서였고 그것도 뒷모습이었다. 그때 아라는 대작가의 뒷모습을 보며 머리카락을 가지고 싶다고 기이한 생각을 했다……. 한 올만 뽑으면 안 될까 하고 록스타에게 손을 뻗는 팬처럼 침을 꿀꺽했지만 물론 그런 망나니짓은 하지 않았다. 용기 내 앞에서 인사라도 할걸, 뒤늦은 후회를 하다가 따라 걷는 자에겐 뒷모습이 상징적일 수도 있겠다고 여기게 된 건 요즘의 일이었다. - 정세랑 _ 아라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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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수록작 '아라의 소설'(정세랑)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Mihai 👑


사진: UnsplashJack Chen


cf. 아래 글 속 "박완서 선생님이 한 젊은 SF 작가에게 내린 빛나는 평가와 관련된 일화"는 검색해보니 제1회 젋은작가상 심사 때 박완서 작가가 배명훈 작가를 높게 평가한 사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https://munhak.com/bookAndAuthor/books/detail/2256





영환은 몇 년 전에 SF를 쓰려다가 크게 실패한 적이 있다. 어쩌면 아라의 안에 장르적 코드가 자연스럽게 있는 걸 질투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코드는 갑자기 흉내 낸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가지고 싶은 걸 가진 다른 작가를 한번 깎아내려 본 걸까? 꼬인 사람이니 가능성이 있었다. 대가일수록 편견 없이 똑바로 장르 소설을 바라본다고 늘 여겨왔다. 박완서 선생님이 한 젊은 SF 작가에게 내린 빛나는 평가와 관련된 일화는 유명하고, SF 작가들이 한결같이 박완서 선생님을 흠모하는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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