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학 미래그림책 1
몰리 뱅 지음, 정태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학이라는 새는 보면 볼수록 그 자태가 동양적이고 고고하다. 긴 목과 다리, 그리고 순백의 몸통에 검은색의 날개깃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수묵화 이미지다. 저자 몰리 뱅은 아마도 학이 나오는 동양 신화의 신비로운 느낌에 상당히 매료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이 책의 내용, 등장 인물, 그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동양적인 분위기가 풍기는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온전히 동양적인것은 아니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동양의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서양인의 관점으로 현실적 이야기를 버무린 퓨전 그림책정도라고 해야 할까?

  
  

줄거리는 간단하다. 식당앞으로 고속도로가 나게 되면서 손님이 뚝 끊기게 되자 식당 주인인 아버지와 아들은 점점 가난해지고 빈 접시와 먼지 닦는 일만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허름한 옷차림의 노인이 나타나 음식을 주문하자 아버지는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내고 노인은 보답으로 냅킨을 접어 학을 만들어 준다. 손뼉을 치면 학이 살아나 춤을 출것이라는 말과 함께.... 신기한 종이학을 보려는 사람들로 다시 북적거리게 된 식당은 다시 번창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행복해진다. 그 후 다시 나타난 노인이 피리를  불자 학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기한 춤을 추고 노인은 학을 타고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오렌지색의 종이질감이 느껴지는 바탕에 꼴라쥬 기법으로 인물을 표현해 놓아 아기자기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든다. 주인공인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님은 동양인의 외모를 갖고 있는데 식당에 몰려든 손님들은 백인부터 흑인까지 다양한 외모를 지닌 사람들이 나와 언뜻 생뚱맞으면서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저자 몰리 뱅의 유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은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사진 앨범처럼 표현한 첫 장이었다. 사진(그림)을 보면 식당 주인인 아버지가 젊었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세월을 엿볼 수 있다. 아이가 점점 커나가는 것에 비례해 아빠의 머리숱은 점점 없어지는 모습에서 살짝 웃음이 나왔다. 아빠가 아이를 업고 일하는 모습이나 단 둘이서 식탁을 차리는 모습을 보며 엄마가 일찍 죽었나보다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보기도...^^;

누군가를 외모로 판단하지 않고 상냥하게 대한다는것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내는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몰리 뱅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갖춰야 할 태도 두 가지를 살아 움직이는 종이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조근조근 이야기 해 주는 듯 하다.

번역자 정태선씨의 독후활동 저서 중에 <종이학>을 이용한 여러가지 다양한 독후 활동 방법이 있으니 관심있는 엄마라면 아이들과 함께 해 보아도 좋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던지고 싶은 질문은 식당 주인인 아버지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전래 동화 <흥부 놀부>도 예전엔 착한 동생 흥부, 못된 형 놀부로 규정지었던 캐릭터속에서 흥부의 무능력함과 놀부의 적극성(직접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는...결과가 안 좋긴 했지만!)을 끌어낼 수 있듯이, 아버지가 손님이 뚝 끊긴 식당에서 먼지나 닦고 있었던것은 너무 안이한 태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길지 않은 내용의 그림책이라 초등 저학년에 알맞은 책이라 여겼지만 저학년은 저학년대로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고, 고학년은 고학년대로 생각할 거리가 풍부한 스펙트럼이 넓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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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06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 아주 멋진 걸요 ^^
리뷰 잘 읽었습니다.

책향기 2007-10-07 16:15   좋아요 0 | URL
혜경님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7-10-0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이 신비롭게 느껴지네요.

책향기 2007-10-07 16:17   좋아요 0 | URL
민서님도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길^^ 피아노 연습은 잘 되고 계신지요??

미설 2007-10-1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랑 알도도 참 좋아하는 책이에요. 몰리 뱅이라는 작가를 저도 참 좋아하구요^^

책향기 2007-10-19 12:37   좋아요 0 | URL
우리 애들도 어릴 때 정말 좋아라 했던 책이에요^^
 

옛날 손가락들끼리 서로 저 잘났다고 싸울때 크기로 밀어붙였던 것이 중지였던가? 요즘엔 누군가에게 뒤틀린 심사를 표현할 때도 애용되는지라 손놀릴때 조심해야하는 그 손가락에 깁스를 하게 되었다. 두어달 전부터 손가락 마디에 통증이 있었는데 참을만 했기에 그냥 저냥 지내왔었다.

그런데 통증이 점점 심해지더니 팔꿈치와 어깨에까지 근육통이 생기는 것이었다. 오늘 병원에 갔더니 인대에 염증이 생겼고 자꾸 손을 움직여서 가운데 손가락과 연결된 팔꿈치 근육과 어깨까지 무리가 간것이라 한다. 안 움직이고 무조건 쉬어야 낫는다는데 내일이 당장 시아버님 생신이라 쉴 수도 없는 처지...

그나저나 운전할때마다 가운데 손가락만 펴진채로 운전하려니 옆차 운전자가 이상하게 보지나 않을까 좀 민망하기도...ㅋㅋ  핸들 돌릴때 손가락에 걸려 괜히 와이퍼도 몇 번 작동시키며 운전하고 있다. 밥 먹을 때도 엄청 불편함고 워드 속도도 느려졌다 -_-;

어제 닥터스라는 프로그램에서 손가락 발가락이 다 붙어서 태어난 아기의 사연을 보고 무척 마음이 아팠었다. 가운데 손가락 하나만 못 움직여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그 아가의 고통은 정말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것이리라... 새삼 건강하게 날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건강하게 태어나준 우리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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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03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한동안 불편 감수하셔야겠군요.
워드 속도는 느리지만 그래도 두들길 수 있어 다행이예요~ 요렇게 글을 만날 수 있으니까~~^*^

책향기 2007-10-04 22:03   좋아요 0 | URL
네^^ 손을 사용하지 말고 2~3주정도 있어야 한다는데...집안일 하다보면 손 안 움직이는게 쉽지 않네요^^

실비 2007-10-05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심하셔요~ 전 요즘 손목이 땡기던데 그래서 손목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답니다.ㅠ

책향기 2007-10-05 09:23   좋아요 0 | URL
실비님 조금이라도 불편할때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에요. 전 너무 오래 놔두었더니 치료기간도 더디네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07-10-06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공 고생스럽겠어요. 한 군데만 불편해도 온몸과 마음이 안 좋은데요..
그래도 컴은 하시는군요, 책향기님^^ 집안일도 해야할테고요..
불편해도 어쩌겠어요. 우린 무슨일이 있어도 불끈, 여기서~~
그래도 조심하시고 언능 나으시기 바래요^^

책향기 2007-10-06 11: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컴 할때 오른손은 검지만 사용하고 있어요^^

뽀송이 2007-10-08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아프고, 불편 하시겠어요.
얼른 나으셔요.^^ 엄마는 쉬고 싶어도 마음대로 쉬지도 못하는 자리랍니다.ㅡㅜ
님~~ 따스한 차 한잔 하시고 편안한 오후 시간 보내셔요.^^

책향기 2007-10-08 22:03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의 따스한 마음 덕분에 기운이 나네요. 오늘 날씨가 제법 쌀쌀하던데 건강 잘 챙기시길..^^
 

내가 주로 책을 읽는 시간은 차안에서 아이들 기다릴 때이다. 큰 애 수학학원과 작은애 문화센터는 내가 기사노릇을 하며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야 하는데, 이렇게 아이들 기다리는 짬짬이 읽어 낸 책이 여러권이다. 집에 있을 때 책을 읽는다면 1년에 백권도 더 읽을거 같은데 정작 집에서는 알라딘 서재 들락거리느라 책을 거의 못 읽는다는....^^;;

사진에 나온 책은 최근에 읽은 김 경주의 <패스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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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포트 - 여름 고비에서 겨울 시베리아까지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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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 경주. 내가 김 경주라는 시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그가 미당문학상 최연소 후보라는 신문기사를 접하면서였다. 그때 같이 읽은 그의 시 "주저흔"이 너무 인상적이었던데다 젊은 나이에 카피라이터, 고교 교사, 방송작가, 영화제작자등을 두루두루 거친 그의 직업 이력도 범상치 않게 다가왔기 때문에 "김 경주"라는 이름 석 자를 좀 더 관심 있게 바라본 것 같다.

 

어떤 이는 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재능이 많은 시인이다."

그의 글은 느낌이 풍부하면서도 예민하다.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고, 그 사물이 원래부터 지니고 있었으나 보통사람들이 발견해내지는 못하는 요소들을 끌어내어 언어로 표현하는 재능이 너무나 탁월하다. 그는 이 세상을,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들을 온 감각을 다 해 느끼며 사는 듯 하다.

 

그런 그가 여행 산문집을 내 놓았다.

 

패스포트.

 

시인의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단어가 아닌 단도직입적인 제목이 의외였고, 400여쪽이 넘는 꽤 두꺼운 분량도 의외였고, 그의 글과 조화를 이루는 여러 장의 사진들도 의외였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번 생과 외교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어쩐지 그게 여행이었던 것만도 같고 시였던 것만도 같고, 혹은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유목의 땅인 고비에선 걷거나 지프를 탔고 유형의 땅인 시베리아에선 기차를 타거나 걸었다. 고비에서 나는 인간이 지상을 유목하는것이 아니라 삶이 저 스스로 바람 속으로 떠나는 유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유형이란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의 시간을 견디는 빛의 시차라는 걸, 빛이 눈에 뒤덮인 나무처럼 얼어버린 시베리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는 이동식 천막 게르와 함께 유목민들이 떠도는 모래의 땅 고비와 정치범과 소수민족들이 강제로 쫓겨나 살아야했던 동토 시베리아를 여행지로 선택한 것일까? 그는 고비사막 여행기에는 유목, 시베리아 여행기에는 유형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두 단어 모두 안락함과는 거리가 먼, 고단한 여정의 느낌을 풍기고 있다. 시인은 고행을 통해 삶의 에테르를 찾고자 했던 것인가?

우리는 그의 여행기에서 그가 어떤 호텔에서 묵었는지, 어떤 유적을 돌아보았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 그의 여행기에서 우리는 그의 눈으로 바라본 고비와 시베리아의 이미지와 그의 사유만 따라갈 수 있을 뿐이다. 그는 고비사막의 먼지에서 시차를 발견하고, 사진은 빛과 렌즈가 나누는 춤이라 생각하고, 세숫대야에서 간절한 사랑을 상상한다. 그리고 시베리아의 기차에선 만남과 이별을, 유배지의 어떤 방에선 그 옛날 데카브리스트들과 그 부인들의 열렬하고도 처절한 사랑을 떠올린다.

패스포트를 읽으며 나는 시인이 고비와 시베리아를 여행했지만 동시에 그의 삶을 여행했고, 사막의 먼지만큼, 바이칼의 호수 깊이만큼 겹겹이 쌓여온 시간을 여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글에 나타나는 바람, 먼지, 시차, 빛의 이미지가 이 여행을 어찌보면 몽환적이고 감각적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얼음속에 가두어 둔 불꽃처럼 끊임없이 계속되는 삶이라는 여행에 대한 절절한 고뇌와 열정, 그리고 아련하게 내비치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그 이미지 속에 숨어있다는 걸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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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9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29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운전하고 가다가 정면에 보이는 뭉게 구름이 너무 이뻐 찍은 사진.

추석 준비로 몸과 마음이 바쁜데 저 포근한 구름속에 폭 쌓여 며칠 쉬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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