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도전하는 아이의 인생에는 막힘이 없다] 서평단 알림
스스로 도전하는 아이의 인생에는 막힘이 없다
EBS기획다큐멘터리-동기 지음 / 거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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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서>라는 영화를 보면 윌 스미스가 아들을 데리고 교회에 갔을 때 신도들이 부르는 찬송가 구절중에 특히나 마음에 와 닿았던 구절이 있다.

주여. 내 앞에 놓인 높은 산을 치우지 마시고 내게 그 산을 넘을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몰려드는 어려운 상황들이 내 숨을 턱 막히게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지만 행복을 향해 아들의 손을 잡고 뛰고 또 뛰는 그의 모습을 보며 과연 그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것인가 자못 감탄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EBS 기획 다큐멘터리 "동기" 2부작을 책으로 엮어낸 것을 읽고 나니 그에게 닥친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선 힘은 바로 그의 마음속에 내재되어있던 강력한 동기에서 나온것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문득 떠올리게 되었다. 아들에게 행복한 삶을 살게 해 주고자 하는 부성애가 그에겐 매우 강한 동기로 작용한 것이다. 부모된 사람으로 자식의 행복과 성공을 바라지 않는 이는 없을것이다. 자식이 이 영화의 주인공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는것은 더더욱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내 아이가 <행복을 찾아서>의 주인공같은 삶을 살게 된다면 우리는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자세를 바라게 될 것인가? 여기 이 책에 실패에 굴하지 않고 우뚝 설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니 부모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져볼만하지 않나 생각된다.

이 책은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자기통제력에 관해서, 2부는 학습목표와 평가목표, 그리고 3부는 어떻게 하면 아이의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지 동기향상 프로젝트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본문 전에 서문에서 "동기"의 정의와 에디슨의 예를 들어 본문에서 나올 내용을 요약해서 서술하고 있다.

1부에서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에 대해 나오는데, 누구나 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하는것은 아니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노력한다"는것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시간을 들이고, 다른 것을 하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충동을 잘 억제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노력이라고 인정해 준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충동을 잘 억제하고 자신을 다스리는 능력을 심리학에서는 "자기통제능력"이라고 하는데, 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노력을 잘 하는 사람인것이다.(p21)  그렇다면 노력형 인간은 타고나는 것인가? 그것은 스틸페이스(Still Face)실험과 만족지연능력 실험을 통해서 어느정도 후천적인 양육환경에 의해 증진시킬 수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만족지연능력(자신이 원하는 것을 미룰 수 있는 능력)은 부모와의 애착관계, 즉 신뢰관계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하니, 지키지 못할 약속은 남발하지 말 것이며 약속을 했으면 무슨일이 있어도 지키고 볼 일이다. 내 아이가 끈기있게 참을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라면 말이다.

2부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내용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실패를 겪게 마련인데 이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어떤 이는 좌절을 하고 또 어떤 이는 다시 도전을 한다. 즉, 실패(또는 성공)의 원인을 자신의 노력에 두느냐 아니면 타고난 능력이나 외부 요소에 두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같은 실패를 겪어도 노력귀인을 하는 아이는 다음 문제에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능력이나 외부 요소에 귀인하는 아이는 다음 문제에 대해 해도 안 될것이라고 지레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실험 결과는 꽤 흥미로왔다. 또한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학습목표, 평가목표와도 연관이 있다. 학습목표는 배우는 그 자체에 흥미와 가치를 두는 태도이고 평가목표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자 하는 태도이다. 이와 관련해 제시된 여러가지 사례도 매우 흥미롭다. 책에서는 이승엽, 마이클 조던, 빌 게이츠등의 예가 나오는데 모두 큰 실패를 딛고 성공을 이룬 케이스로서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신경쓰기보다는 노력으로 성공을 일구어 냈다.

마지막으로 3부는 어떻게 하면 학습목표를 갖도록 동기를 키워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서 보상과 칭찬이 아이들의 학습목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읽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일상적으로 해 줬던 칭찬과 물질적 보상들이 사실은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보상이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는 적절할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계속될 경우 아이의 목표가 학습보다는 보상 그 자체에 집중된다니, "100점 맞으면 장난감 사 줄께~"를 남발했던 나로서는 뜨끔한 대목이었다. 또 칭찬과 야단도 능력보다는 과정 위주로 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너는 수학을 잘해(못해)"보다는 "이번에 문제를 많이(조금) 풀더니 점수가 올랐구나(내렸구나)."하는 식으로 말해야 아이가 자신이 노력하고 안하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지라 아이들 교육에 신경쓴답시고 교육에 관한 책을 여러권 읽어 보았지만, 책을 읽을 때마다 대단해 보이는 부모와 남달라 보이는 아이들 이야기에 다소 주눅드는 느낌이 들곤 했더랬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은 실패를 이겨내는 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힘 "동기"라고 말하는 이 책을 만나고 나니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성장해 갈 것인지 실마리를 잡은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물고기 잡는 법"은 바로 동기인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물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이 책을 읽고,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약간 아쉬운 점도 몇가지 있었다. 우선 E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엮어낸것이라 분량이 짧은편인데 비해 가격이 좀 비싸다는 감이 있다. 이 책을 읽고 크게 깨닫는 바 있는 나 같은 사람은 책값이 아깝지 않을 수 있겠지만 책의 분량이나 만듦새만 놓고 본다면 책값이 과하게 책정되지 않았나 싶다. 책의 주제가 너무 공부쪽으로만 치우친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실패를 딛고 일어선 예로 이승엽선수나 에디슨등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국 결론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를 잘 하게 만들것인가로 귀착하니 또다른 <공신 만들기>책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내용상 주 독자층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했을텐데 일러스트가 너무 아동취향이라는 점이 거슬렸다. 차라리 방송에 나왔던 장면을 사진자료로 쓰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오타가 몇 군데 눈에 띄었다. (p7 심워줘야 =>심어줘야, p9 흥미를 느끼는 못하는 =>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p64 이습엽 => 이승엽) 길지 않은 분량인데도 오타가 있는 편집과 세련되지 못한 일러스트는 내용이 갖는 무게감을 깎아내리는 요인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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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2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꼼꼼히 쓰셨네요. ^^
행복을 찾아서,는 저도 감동적으로 본 영화에요^^

책향기 2007-10-25 23:03   좋아요 0 | URL
음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내용 정리로 밀고 나갔더니 꼼꼼하게 보였나보네요 ㅋㅋ <행복을 찾아서>는 혜경님 리뷰 읽고 본 영화였답니다. 모르셨죠??*^^*

순오기 2007-10-2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고 꼼꼼한 서평까지 올리셨군요.
동기부여보다는 보상쪽으로 자꾸 치우치게 되어서 저도 반성합니다.

책향기 2007-10-25 23:04   좋아요 0 | URL
저도 보상과 칭찬에 관한 부분은 많이 느끼고 반성했어요. 근데 읽을 때만 반성하고 자꾸 까먹게 된다는....-_-;
 
Test engine TOEFL vocabulary
서울어학원 R&D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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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영어학원에서 토플 시험을 정기적으로 보기 시작해서 조금 도움이 될까 싶어 구입하였다. "중학생밖에 안 된 아이가 토플 시험이라니..." 한숨이 나왔지만, 어차피 어휘력은 영어의 기본이니 고등학교나 대학교 가서라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책을 펴면 이 책을 어떤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안내가 나온다. Basic Study Plan(5주 학습프로그램, 10주 학습프로그램), Quick Study Plan이 있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30단어씩 공부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중요도에 따라 별표 갯수로 구분해 놓았고, 예문과 유의어들을 함께 수록했다.

 





 

 

 
30개의 단어 공부가 끝나면 바로 연습문제가 나온다. 유의어를 찾는 문제들이다.

 

 

 

 

일주일 분량의 단어공부가 끝나면 다시 연습문제가 나온다. 예문 속에 들어있는 단어의 유의어를 찾는 문제들이다.

 

서울 어학원에서 iBT TOEFL 최신 경향을 분석해서 2000개의 단어를 골랐다고 하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무료로 MP3에 다운받아 원어민 발음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굳이 책에 나온 일정대로 공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 자신의 실력과 시간에 맞게 분량을 정하면 될것 같다. 하지만 단어암기라는 것이 그리 재미있는 공부는 아니니 이 책은 자신의 끈기와 의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더 많이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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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 일공일삼 11
엘레노어 에스테스 지음,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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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다 페트론스키 - 미국의 소도시로 이민 온 폴란드 소녀다. 학교에 올때마다 깨끗하지만 약간 구겨진 빛바랜 파란 드레스만을 입고 다니는 완다... 미국식 이름과는 다르게 너무 긴 이름때문에 이미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어 있지만 크게 웃지도 않고 말도 별로 없는 완다는 어느 날 페기에게 자신의 옷장에 드레스 백 벌이 한 줄로 나란히 걸려있다고 말해 페기에게 놀림을 당하는 계기를 만들고 만다.

페기 - 13반에서 가장 인기도 많고 얼굴도 예쁜 아이. 이름도 이상하고 가난한 완다가 드레스 백 벌이 있다고 말하자 매일매일 완다에게 드레스가 몇 벌이냐고 물어보는 '놀이'를 시작한다. 

매디 - 페기의 가장 친한 친구. 완다를 놀리는 일이 마음 불편하지만 페기에게 그만두자고 말할 용기는 없다. 그녀도 완다처럼 가난하지만 완다를 향한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두려워 완다를 도와주지 않는다. 

괴롭히는 아이와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가 바로 그 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아이이다. 이 책에선 괴롭히는 아이는 페기,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완다, 페기와 완다 사이에서 마음 고생을 하는 아이는 매디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저자는 페기나 완다보다는 매기의 감정을 좀 더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괴롭히는쪽에 선 아이들의 입장도 그리 마음 편한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때문일터이다. 

완다는 13반 학교 친구들과의 커뮤니티안에 스스럼없이 뛰어들기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튀는 아이였다. 일단 완다의 이름부터 13반의 여느 아이들과 달리 너무 길고 어려웠다.그리고 완다가 사는곳은 보긴스 하이츠였다. 그곳은 사람이 살 만한데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완다는 늘 빛바랜 파란색 원피스(깨끗하긴 했지만)를 입고 학교에 왔다. 이미 이런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이 완다를 놀릴 수 있는 이유는 충분했다. 거기다가 완다가 아이들에게 자신의 옷장에 드레스가 백벌이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13반 아이들의 눈에 절대 평범한 친구로 보일 수 없는 행동인 것이다.

완다의 "드레스 백벌"은 학교 그림그리기 대회가 열리면서 아이들 눈앞에 실제로 나타나고, 완다의 아버지가 선생님께 보낸 편지로 인해 아이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완다에게 했던 말들이 얼마나 완다를 비참하게 했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 완다는 이제 학교에 다니지 않을겁니다. 우리 가족은 대도시로 이사갑니다. 우리를 폴란드놈이라고 부르지 않는데로요. 이름이 왜 그렇게 이상하냐고 묻지 않는데로요. 대도시에는 수많은 이상한 이름들이 있거든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본능적으로 배타적 성향을 타고 나는것일까?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보편적인 기준(생김새, 차림새, 성격, 출신등등)에 부합하는 사람들에게는 관계가 열려있는 반면 그 기준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벽을 둘러치고 경계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경계가 지나치면 결국 놀리거나 따돌리는 등의 행동으로 나타나는것이리라...

지금이야 인종의 용광로라고 불리는 미국이지만, 저자는 1940년대 미국에 급증하기 시작한 유럽 이민자들에게서 주류사회에 들지 못하는 이들의 소외감을 읽어낸 듯하다. 시대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지만 우리 주변에서 서성이는 어떤 친구에게 먼저 손 내미는데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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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11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곤 환상적으로 생각했는데,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군요.
용기는 살면서 정말 필요한데도 잘 드러내지 못할 때가 많아요~~ ㅠㅠ
향기님, 손가락은 좀 좋아지셨나요~~~? 워드 자꾸 두드리면 안 되는데 질문을 했군요~ ^*^

책향기 2007-10-11 15:14   좋아요 0 | URL
손가락이 여엉~ 나을 생각을 안 하네요. 오늘은 손가락 마디에 관절 주사를 맞았어요. 제발 좋아져라 좋아져라 하고 주문걸고 있는 중이어요^^

순오기 2007-10-11 17:53   좋아요 0 | URL
추천을 빼 먹어서 다시 왔어용!

책향기 2007-10-12 21:54   좋아요 0 | URL
추천해주시러 일부러 다시 오시다니...순오기님 너무 고맙습니당*^^*

미즈행복 2007-10-11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빛나는 리뷰예요.
반갑습니다. 이사로 인해 한달간이나 인터넷 사용 못하다가 오늘에야 왔어요.
이제 자주 올께요~

책향기 2007-10-11 15:17   좋아요 0 | URL
너무너무 오랜만이에요. 이사가신 곳은 마음에 드시나요? 그리고 "빛나는 리뷰"라니... 너무 과한 칭찬이세요. 갑자기 얼굴 화끈거림...^^;;
 
종이학 미래그림책 1
몰리 뱅 지음, 정태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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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학이라는 새는 보면 볼수록 그 자태가 동양적이고 고고하다. 긴 목과 다리, 그리고 순백의 몸통에 검은색의 날개깃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수묵화 이미지다. 저자 몰리 뱅은 아마도 학이 나오는 동양 신화의 신비로운 느낌에 상당히 매료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이 책의 내용, 등장 인물, 그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동양적인 분위기가 풍기는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온전히 동양적인것은 아니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동양의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서양인의 관점으로 현실적 이야기를 버무린 퓨전 그림책정도라고 해야 할까?

  
  

줄거리는 간단하다. 식당앞으로 고속도로가 나게 되면서 손님이 뚝 끊기게 되자 식당 주인인 아버지와 아들은 점점 가난해지고 빈 접시와 먼지 닦는 일만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허름한 옷차림의 노인이 나타나 음식을 주문하자 아버지는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내고 노인은 보답으로 냅킨을 접어 학을 만들어 준다. 손뼉을 치면 학이 살아나 춤을 출것이라는 말과 함께.... 신기한 종이학을 보려는 사람들로 다시 북적거리게 된 식당은 다시 번창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행복해진다. 그 후 다시 나타난 노인이 피리를  불자 학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기한 춤을 추고 노인은 학을 타고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오렌지색의 종이질감이 느껴지는 바탕에 꼴라쥬 기법으로 인물을 표현해 놓아 아기자기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든다. 주인공인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님은 동양인의 외모를 갖고 있는데 식당에 몰려든 손님들은 백인부터 흑인까지 다양한 외모를 지닌 사람들이 나와 언뜻 생뚱맞으면서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저자 몰리 뱅의 유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은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사진 앨범처럼 표현한 첫 장이었다. 사진(그림)을 보면 식당 주인인 아버지가 젊었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세월을 엿볼 수 있다. 아이가 점점 커나가는 것에 비례해 아빠의 머리숱은 점점 없어지는 모습에서 살짝 웃음이 나왔다. 아빠가 아이를 업고 일하는 모습이나 단 둘이서 식탁을 차리는 모습을 보며 엄마가 일찍 죽었나보다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보기도...^^;

누군가를 외모로 판단하지 않고 상냥하게 대한다는것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내는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몰리 뱅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갖춰야 할 태도 두 가지를 살아 움직이는 종이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조근조근 이야기 해 주는 듯 하다.

번역자 정태선씨의 독후활동 저서 중에 <종이학>을 이용한 여러가지 다양한 독후 활동 방법이 있으니 관심있는 엄마라면 아이들과 함께 해 보아도 좋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던지고 싶은 질문은 식당 주인인 아버지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전래 동화 <흥부 놀부>도 예전엔 착한 동생 흥부, 못된 형 놀부로 규정지었던 캐릭터속에서 흥부의 무능력함과 놀부의 적극성(직접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는...결과가 안 좋긴 했지만!)을 끌어낼 수 있듯이, 아버지가 손님이 뚝 끊긴 식당에서 먼지나 닦고 있었던것은 너무 안이한 태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길지 않은 내용의 그림책이라 초등 저학년에 알맞은 책이라 여겼지만 저학년은 저학년대로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고, 고학년은 고학년대로 생각할 거리가 풍부한 스펙트럼이 넓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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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06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 아주 멋진 걸요 ^^
리뷰 잘 읽었습니다.

책향기 2007-10-07 16:15   좋아요 0 | URL
혜경님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7-10-0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이 신비롭게 느껴지네요.

책향기 2007-10-07 16:17   좋아요 0 | URL
민서님도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길^^ 피아노 연습은 잘 되고 계신지요??

미설 2007-10-1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랑 알도도 참 좋아하는 책이에요. 몰리 뱅이라는 작가를 저도 참 좋아하구요^^

책향기 2007-10-19 12:37   좋아요 0 | URL
우리 애들도 어릴 때 정말 좋아라 했던 책이에요^^
 
패스포트 - 여름 고비에서 겨울 시베리아까지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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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주. 내가 김 경주라는 시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그가 미당문학상 최연소 후보라는 신문기사를 접하면서였다. 그때 같이 읽은 그의 시 "주저흔"이 너무 인상적이었던데다 젊은 나이에 카피라이터, 고교 교사, 방송작가, 영화제작자등을 두루두루 거친 그의 직업 이력도 범상치 않게 다가왔기 때문에 "김 경주"라는 이름 석 자를 좀 더 관심 있게 바라본 것 같다.

 

어떤 이는 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재능이 많은 시인이다."

그의 글은 느낌이 풍부하면서도 예민하다.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고, 그 사물이 원래부터 지니고 있었으나 보통사람들이 발견해내지는 못하는 요소들을 끌어내어 언어로 표현하는 재능이 너무나 탁월하다. 그는 이 세상을,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들을 온 감각을 다 해 느끼며 사는 듯 하다.

 

그런 그가 여행 산문집을 내 놓았다.

 

패스포트.

 

시인의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단어가 아닌 단도직입적인 제목이 의외였고, 400여쪽이 넘는 꽤 두꺼운 분량도 의외였고, 그의 글과 조화를 이루는 여러 장의 사진들도 의외였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번 생과 외교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어쩐지 그게 여행이었던 것만도 같고 시였던 것만도 같고, 혹은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유목의 땅인 고비에선 걷거나 지프를 탔고 유형의 땅인 시베리아에선 기차를 타거나 걸었다. 고비에서 나는 인간이 지상을 유목하는것이 아니라 삶이 저 스스로 바람 속으로 떠나는 유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유형이란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의 시간을 견디는 빛의 시차라는 걸, 빛이 눈에 뒤덮인 나무처럼 얼어버린 시베리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는 이동식 천막 게르와 함께 유목민들이 떠도는 모래의 땅 고비와 정치범과 소수민족들이 강제로 쫓겨나 살아야했던 동토 시베리아를 여행지로 선택한 것일까? 그는 고비사막 여행기에는 유목, 시베리아 여행기에는 유형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두 단어 모두 안락함과는 거리가 먼, 고단한 여정의 느낌을 풍기고 있다. 시인은 고행을 통해 삶의 에테르를 찾고자 했던 것인가?

우리는 그의 여행기에서 그가 어떤 호텔에서 묵었는지, 어떤 유적을 돌아보았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 그의 여행기에서 우리는 그의 눈으로 바라본 고비와 시베리아의 이미지와 그의 사유만 따라갈 수 있을 뿐이다. 그는 고비사막의 먼지에서 시차를 발견하고, 사진은 빛과 렌즈가 나누는 춤이라 생각하고, 세숫대야에서 간절한 사랑을 상상한다. 그리고 시베리아의 기차에선 만남과 이별을, 유배지의 어떤 방에선 그 옛날 데카브리스트들과 그 부인들의 열렬하고도 처절한 사랑을 떠올린다.

패스포트를 읽으며 나는 시인이 고비와 시베리아를 여행했지만 동시에 그의 삶을 여행했고, 사막의 먼지만큼, 바이칼의 호수 깊이만큼 겹겹이 쌓여온 시간을 여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글에 나타나는 바람, 먼지, 시차, 빛의 이미지가 이 여행을 어찌보면 몽환적이고 감각적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얼음속에 가두어 둔 불꽃처럼 끊임없이 계속되는 삶이라는 여행에 대한 절절한 고뇌와 열정, 그리고 아련하게 내비치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그 이미지 속에 숨어있다는 걸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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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9 1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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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9 13: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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