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 일공일삼 11
엘레노어 에스테스 지음,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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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다 페트론스키 - 미국의 소도시로 이민 온 폴란드 소녀다. 학교에 올때마다 깨끗하지만 약간 구겨진 빛바랜 파란 드레스만을 입고 다니는 완다... 미국식 이름과는 다르게 너무 긴 이름때문에 이미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어 있지만 크게 웃지도 않고 말도 별로 없는 완다는 어느 날 페기에게 자신의 옷장에 드레스 백 벌이 한 줄로 나란히 걸려있다고 말해 페기에게 놀림을 당하는 계기를 만들고 만다.

페기 - 13반에서 가장 인기도 많고 얼굴도 예쁜 아이. 이름도 이상하고 가난한 완다가 드레스 백 벌이 있다고 말하자 매일매일 완다에게 드레스가 몇 벌이냐고 물어보는 '놀이'를 시작한다. 

매디 - 페기의 가장 친한 친구. 완다를 놀리는 일이 마음 불편하지만 페기에게 그만두자고 말할 용기는 없다. 그녀도 완다처럼 가난하지만 완다를 향한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두려워 완다를 도와주지 않는다. 

괴롭히는 아이와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가 바로 그 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아이이다. 이 책에선 괴롭히는 아이는 페기,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완다, 페기와 완다 사이에서 마음 고생을 하는 아이는 매디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저자는 페기나 완다보다는 매기의 감정을 좀 더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괴롭히는쪽에 선 아이들의 입장도 그리 마음 편한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때문일터이다. 

완다는 13반 학교 친구들과의 커뮤니티안에 스스럼없이 뛰어들기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튀는 아이였다. 일단 완다의 이름부터 13반의 여느 아이들과 달리 너무 길고 어려웠다.그리고 완다가 사는곳은 보긴스 하이츠였다. 그곳은 사람이 살 만한데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완다는 늘 빛바랜 파란색 원피스(깨끗하긴 했지만)를 입고 학교에 왔다. 이미 이런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이 완다를 놀릴 수 있는 이유는 충분했다. 거기다가 완다가 아이들에게 자신의 옷장에 드레스가 백벌이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13반 아이들의 눈에 절대 평범한 친구로 보일 수 없는 행동인 것이다.

완다의 "드레스 백벌"은 학교 그림그리기 대회가 열리면서 아이들 눈앞에 실제로 나타나고, 완다의 아버지가 선생님께 보낸 편지로 인해 아이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완다에게 했던 말들이 얼마나 완다를 비참하게 했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 완다는 이제 학교에 다니지 않을겁니다. 우리 가족은 대도시로 이사갑니다. 우리를 폴란드놈이라고 부르지 않는데로요. 이름이 왜 그렇게 이상하냐고 묻지 않는데로요. 대도시에는 수많은 이상한 이름들이 있거든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본능적으로 배타적 성향을 타고 나는것일까?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보편적인 기준(생김새, 차림새, 성격, 출신등등)에 부합하는 사람들에게는 관계가 열려있는 반면 그 기준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벽을 둘러치고 경계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경계가 지나치면 결국 놀리거나 따돌리는 등의 행동으로 나타나는것이리라...

지금이야 인종의 용광로라고 불리는 미국이지만, 저자는 1940년대 미국에 급증하기 시작한 유럽 이민자들에게서 주류사회에 들지 못하는 이들의 소외감을 읽어낸 듯하다. 시대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지만 우리 주변에서 서성이는 어떤 친구에게 먼저 손 내미는데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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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11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곤 환상적으로 생각했는데,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군요.
용기는 살면서 정말 필요한데도 잘 드러내지 못할 때가 많아요~~ ㅠㅠ
향기님, 손가락은 좀 좋아지셨나요~~~? 워드 자꾸 두드리면 안 되는데 질문을 했군요~ ^*^

책향기 2007-10-11 15:14   좋아요 0 | URL
손가락이 여엉~ 나을 생각을 안 하네요. 오늘은 손가락 마디에 관절 주사를 맞았어요. 제발 좋아져라 좋아져라 하고 주문걸고 있는 중이어요^^

순오기 2007-10-11 17:53   좋아요 0 | URL
추천을 빼 먹어서 다시 왔어용!

책향기 2007-10-12 21:54   좋아요 0 | URL
추천해주시러 일부러 다시 오시다니...순오기님 너무 고맙습니당*^^*

미즈행복 2007-10-11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빛나는 리뷰예요.
반갑습니다. 이사로 인해 한달간이나 인터넷 사용 못하다가 오늘에야 왔어요.
이제 자주 올께요~

책향기 2007-10-11 15:17   좋아요 0 | URL
너무너무 오랜만이에요. 이사가신 곳은 마음에 드시나요? 그리고 "빛나는 리뷰"라니... 너무 과한 칭찬이세요. 갑자기 얼굴 화끈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