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 나라에서 망드라고르 산맥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3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에서 아이들 책을 고르다가 발견한 책인데, 참 공을 많이 들인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알파벳 A부터 Z까지 글자 순서대로 26개 나라에 대해 6권에 나누어 각 나라의 지형, 동식물, 풍습, 종교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작가인 프랑수아 플라스는 어릴 때부터 여행과 모험담을 동경했고, 그림책과 지리학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후에 그래픽 미술학교에서 시각 및 시청각 삽화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온갖 상상 속 탐험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섬세하면서도 아름답고, 투명한 수채화 느낌이 드는 삽화와 고대문명의 기원을 따라가는 듯한 26개나라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 책은 이태리 볼로냐 도서전 라가치 상(1998) 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3권 : 비취 나라에서 망드라고르 산맥까지



J : 비취 나라  (Pays de Jade)
K : 코라카르 나라  (Pays de Korakar)
L : 연꽃 나라  (Pays de Lotus)
M : 망드라고르 산맥 (Montagnes de la Mandragore)

 

 

각 나라의 지형과 동, 식물, 그리고 사람들의 의복, 풍습, 종교 등에 관한 묘사는 다분히 서사적이어서, 읽다보면 마치 책 속에 들어가 26개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알파벳의 글자 모양을 딴 각 나라의 지도가 이야기의 맨 앞장에 나오는데 글자를 이용한 지형지세를 참 재미있고도 잘 어울리게 그려놓아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나라 이름의 첫 글자가 알파벳의 A부터 Z로 시작되는데 프랑스 단어에서 따온 글자들을 이용한 것이다.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된 매우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삽화인 것 같다. 색과 선이 풍기는 분위기는 마치 동양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는 어느 정도 원근을 무시한 구도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중국인가..? 이슬람 국가인가..? 유럽...? 아니 아프리카인가...?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 정도로 그림 속에 이 지구상의 모든 문물이 뒤섞여 잘 녹아들어 있다. 각 나라의 풍습과 종교는 고대 무속의 요소가 다분해서 나라 나라마다의  탄생 설화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렇게 알파벳을 따라 26개 나라를 다 돌고 나면 여러분들도 분명히 상상 속 모험과 여행을 즐길 줄 아는 방랑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 옥의 티  : 각 나라의 이름과 그 나라의 주요 특징에 대해 요약한 부분이 책의 앞 부분에 나오는데, 3권에서는 나라이름의 프랑스어 표기가 빠져있다. 그래서 리뷰 쓸 때 코라카르 나라는 발음대로, 연꽃 나라는 Lotus로 추정해서 써 보았다.(불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새로 나온 책은 이 부분이 수정되었는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스메랄다 산에서 인디고 섬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2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에서 아이들 책을 고르다가 발견한 책인데, 참 공을 많이 들인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알파벳 A부터 Z까지 글자 순서대로 26개 나라에 대해 6권에 나누어 각 나라의 지형, 동식물, 풍습, 종교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작가인 프랑수아 플라스는 어릴 때부터 여행과 모험담을 동경했고, 그림책과 지리학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후에 그래픽 미술학교에서 시각 및 시청각 삽화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온갖 상상 속 탐험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섬세하면서도 아름답고, 투명한 수채화 느낌이 드는 삽화와 고대문명의 기원을 따라가는 듯한 26개나라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 책은 이태리 볼로냐 도서전 라가치 상(1998) 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2권 : 에스메랄다 산에서 인디고 섬까지

 

  

E : 에스메랄다 산 (Montagne d'Esmeralda)
F : 얼음나라 (Pays de Frissons)
G : 거인들의 섬 (Ile des Geants)
H : 웅갈릴들의 나라 (Pays des Houngalils)
I  : 인디고 섬 (Ile Indigo)

각 나라의 지형과 동, 식물, 그리고 사람들의 의복, 풍습, 종교 등에 관한 묘사는 다분히 서사적이어서, 읽다보면 마치 책 속에 들어가 26개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알파벳의 글자 모양을 딴 각 나라의 지도가 이야기의 맨 앞장에 나오는데 글자를 이용한 지형지세를 참 재미있고도 잘 어울리게 그려놓아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나라 이름의 첫 글자가 알파벳의 A부터 Z로 시작되는데 프랑스 단어에서 따온 글자들을 이용한 것이다.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된 매우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삽화인 것 같다. 색과 선이 풍기는 분위기는 마치 동양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는 어느 정도 원근을 무시한 구도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중국인가..? 이슬람 국가인가..? 유럽...? 아니 아프리카인가...?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 정도로 그림 속에 이 지구상의 모든 문물이 뒤섞여 잘 녹아들어 있다. 각 나라의 풍습과 종교는 고대 무속의 요소가 다분해서 나라 나라마다의  탄생 설화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렇게 알파벳을 따라 26개 나라를 다 돌고 나면 여러분들도 분명히 상상 속 모험과 여행을 즐길 줄 아는 방랑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 옥의 티 1 : 각 나라마다 맨 첫 부분에 나라이름의 첫 글자 모양으로 된 지도가 나오는데 책 2권에서는 거인들의 섬 지도(G)가 캉다아 만 지도(C)와 똑같은 것으로 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쟁 비룡소의 그림동화 60
아나이스 보즐라드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200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신문을 읽다가 드넓은 초록색 평원에서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활과 화살을 들고 서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언뜻 사진을 봐서는 부족의 젊은 남자들이 사냥을 하고 있는 듯 싶었는데 도대체 무슨 동물을 잡으려고 나왔을까 궁금한 마음에 사진 밑 캡션을 읽어보았다. 그런데 캡션의 제목은 <케냐 부족들, 화살 들고 땅싸움>이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활과 화살을 든 마사이 부족 전사들이 이달 초 케냐 서부 케이푼 언덕에서 칼렌진 부족과 전투를 벌이기 위해 대치하고 있다. 케냐에선 지난해 12월 선거 이후 마사이, 칼렌진, 키시 부족사이에 토지 쟁탈전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크고 작은 전투로 이들 부족에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내용을 읽는 순간, 온갖 최첨단 무기들을 총동원해 자국의 평화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해 나가는 요즘 시절에 땅을 차지하기 위해 활과 화살을 든 채 목숨걸고 싸우는 그들이 순박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내가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긴 한가보다. 

이 기사를 읽고 바로 생각난 책이 아나이스 보즐라드의 <전쟁>이다. 큰 애가 초등 2학년 땐가 서점에 갔다가 독특한 그림과 색채, 어른이 읽어도 모자람이 없는 상징적인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 바로 구입했으니 이 책을 만난지도 벌써 6년이 넘은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땐 책 표지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음울한 기운이 도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짙은 푸른색 갑옷을 입고 나뭇가지위에 걸터앉아 있는 젊은이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어느 한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 어찌 보면 화난 듯, 어찌 보면 슬픈 듯, 또 어찌 보면 고독한 듯 보이는 그의 얼굴은 동시에 결연한 다짐 같은 것도 엿보인다. 

                                              그리고 표지그림의 색깔 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빨간색 글자의 제목, <전쟁>! 어린이 그림책 제목치고는 너무 직접적인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제목과 달리 내용은 단순, 간결하고 상징적이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는것이 좋았다. 책장을 넘기면 파비앙 왕자가 나뭇가지를 들고 서있는 뒷모습이 나오는데, 칼 대신 나뭇가지를 든 그의 뒷모습에서 왕자가 어떤 결심과 고뇌를 하고 있는지 느껴진다. 또, 강렬하고도 유머러스한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빨강, 파랑, 노랑 계열의 색채 대비는 자칫 유치해 보일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명도와 채도를 낮춘 색들이라 유머러스하고 상징적인 그림이 가벼워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선과 물이 번지는듯한 붓터치를 보면 마치 수묵화를 보는듯한 느낌도 든다. 

내용은 매우 간결하고 상징적이고 또 유머러스하다.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갖고 있는 모든 우매함을 비트는 문장의 강렬함이라니!! 그 중에서도 말을 타기조차 싫어하는 파비앙 왕자가 암양을 타고 빨강나라의 왕자의 도전에 응하는 장면은 나와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부분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바보같은 면,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싸울 수 밖에 없는 슬픔이 상징적이면서도 위트있게 표현되었고, 소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파비앙 왕자가 사실은 진정한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징성이 어른들에겐 매우 강렬한 메시지로 와 닿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어린이들에겐 "전쟁이란게 별 것 아니군..."하는 가벼운 이야기로만 남을까 우려도 된다. 전쟁의 참혹함, 피폐함 같은것을 굳이 어려서부터 샅샅이 알고 있어야 할 것은 아니지만 그림책에서 보는 것처럼 왕자 한 사람이 나서서 순식간에 전쟁이 해결된다고 알고 있어서도 안 될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땐 아이들이 전쟁의 실상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지날 수도 있겠기에 이라크전 당시 신문에 많이 나왔던 전쟁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이용해 NIE를 함께 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 나름대로 전쟁이 남기는 상처, 각 나라의 이해 관계, 제 3국들의 입장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면서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오히려 내게 시사적으로 더 많은 도움이 되었던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거의 없는 편이다. 친가쪽이나 외가쪽 할아버지 두 분 모두 멀리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 뵐 일이 있어도 어렵게만 느껴질 뿐, 할아버지께 어리광을 부리거나 해 본 기억이 없다. 어릴 때는 여름방학동안 곧잘 할아버지댁에서 지내곤 했는데, 그 때도 그저 난 방에 틀어박혀 책이나 읽고 지내는 정도였고, 할아버지께서는 그런 나를 공부 열심히 한다고(?) 기특해 하시곤 했었다. 

정작 할아버지로서의 진한 애정은 장손이었던 내 동생에게만 갖고 계셨기에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할아버지나 나나 서로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하고 딱 피붙이로서 필요한만큼의 애정만 지닌 채 지내온 것 같다. 할아버지께선 내가 결혼하고 얼마 안 있다 돌아가셨는데 어른이 되도록 할아버지와 내가 같이 만든 추억 하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 쓸쓸하게 했었다. 하긴...어쩌면 그런 추억이 없었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별로 없었기때문에 할아버지의 죽음앞에서도 나는 의연할 수 있었던것이겠지. 

리버보이를 읽고 제일 먼저 떠올린것은 이렇듯 돌아가신 나의 할아버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 아이들이기도 했다. 어떤 한 사람의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슬픔과 충격의 크기는 분명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과 애정의 깊이에 비례할것이고, 그 만큼 죽음이라는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터... 15살 제스와 엇비슷한 나이의 우리 아이들에게 만약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죽음이 찾아온다면 그 애들은 어떤 방식으로 그 상실을 극복해 나갈것인지...그 후에 자신들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그리고 그런 모습을 나는 또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게 될 것인지... 나도 모르게 마음은 착잡해지고 제스가 겪고 있는 온갖 심정의 변화가 나에게도 똑같이 찾아든 듯 싶었다.

리버보이는 어찌 보면 매우 심심하게 보일 정도로 별다른 변화가 없는 장소를 배경으로 극적 요소가 없는 내용을 단순한 등장인물들이 이끌어 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지루한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계속 읽어나가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독자로 하여금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앞둔 소녀 제스를 자꾸만 응원하게 만드는 저자의 이야기 솜씨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었던 듯 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흘러가며 순환하는 강물을 인생의 시작과 끝에 비유하며 소설의 배경으로 선택했으리라. 또한 할아버지에겐 그림을 통해, 제스에겐 수영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게 함으로써 주인공들 모두 삶과 죽음에 대해 의연한 태도를 보이도록 하는데 이 또한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그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이유중의 하나다.

죽음을 앞두고 움직이기조차 힘든 몸으로 마지막 그림 "리버보이"를 완성하려는 할아버지의 고집스러운 의지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제스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손을 움직일 수 없어 결국 그림을 포기했을 때 제스가 할아버지를 설득해 함께 그림을 완성하는 장면은 잔잔하게 흘러가던 내용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은 생을 마감하면서, 또 한 사람은 삶에의 도전을 시작하면서 완성한 그 그림은 할아버지와 손녀를 이어주는 매개체요, 삶의 끝과 시작이 만나는 접점, 그리고 할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손녀가 대신 이루기를 바라는 희망이었다. 결국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게 되지만, 제스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경험했던 슬픔, 연민, 좌절, 깊은 애정까지 수많은 감정들을 할아버지와의 추억으로 마음속에 담아둘 수 있게 된다.

제스가 할아버지와의 이별여행에서 만난 리버보이는 살아가면서 늘 되새겨야 할 <꿈>이자, 삶에 대한 <정신>이다. 바다까지 흘러가는 강물에 동화되어 유려하게 헤엄쳐갔던 리버보이는 바로 죽음을 앞두고도 삶에 자긍심이 있었던 할아버지요, 또한 할아버지의 죽음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 앞에 놓인 삶에 도전하는 제스 그 자신이었다. 리버보이는 또한 수많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자신이다. 끊임없이 삶을 시작하고 도전하고 끝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리버보이는 늘 이렇게 말할것이다.

삶이 항상 아름다운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고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1-1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뉴베리 수상작이던가요? 읽고 싶은 책인데... 제목 때문에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생각나네요. ^^

책향기 2008-01-14 14:40   좋아요 0 | URL
해리포터를 제치고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다고 광고하더군요. 해리포터를 제쳤다는 말에 내용이 굉장히 역동적일거라 생각했는데 잔잔하고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어요^^

미즈행복 2008-01-16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할아버지나 할머니와의 추억을 만들어주기 싫어하는 엄마가 대부분 아닌가요? ^^ -시댁 다들 안가려고 하잖아요-

책향기 2008-01-17 14:4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추억을 만들어주기 싫어한다기보단 생활이 바쁜것도 이유중 하나일거 같은데요...저는 결혼해서 시아버님이랑 8년가까이 살다 분가했고 지금도 2주에 한번씩은 찾아뵈요. 근데 아버님이 움직이는걸 싫어하셔서 아이들과의 추억이란게 그저 집에서 TV시청하는것밖에 없을거 같아요.ㅋㅋ
 
문제아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1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칠판위에 번져있는 분필 글씨 "문제아"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공교육 시스템인 학교를 못 견뎌하는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나이 정도의 청소년과 그를 끝없는 사랑과 인내로 감싸 안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겠거니 지레 짐작하고 말았다. 아마 선생님과 부모님 둘 중 하나는 주인공에 대해 이해해 보려는 시도조차 않는 기성세대로 나오겠지 하는 추측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꽤나 오랜 시간 망설여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망설임 끝에 책을 펼쳐들고 만난 징코프는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도 이제 막 밝고 넓은 세상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하며 "야호"소리치는 꼬마아이가 아닌가!! 그 꼬마 징코프가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의 모습을 저자는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로 보여주고 있었다.

징코프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보여주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때로는 키득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게도 하고 때로는 마음 한 구석에 따뜻함을 선물하기도 했다. 확실히 징코프는 이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무난히 살아가기에는 힘든 구석이 많은 녀석이다. 입학식때 엄마가 쓰고 가지 말라고 50번은 넘게 말한 기린모자를 쓰고 가서 바로 담임선생님께 눈도장을 찍는 징코프. 글씨는 개발괴발인데다 운동능력은 거의 전무한터라 서로 자기팀에 올까봐 두려워하게 만드는 징코프. 거기다 위까지 약해 툭하면 먹은것을 토해내곤 하는 징코프.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징코프는 이미 어릴 때부터 패배자의 조건을 모두 갖춘 아이였다. 징코프의 마음 속 가득히 들어차 있는 자신의 삶과 가족, 친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교에 대한 맹목적일정도의 사랑을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능력만으로 그 아이를 패배자로 규정짓고 마는 친구들과 비즈웰 선생님....자신을 패배자로 여기고 비웃는 친구들의 마음을 눈치채지도 못하는 징코프는 그래도 늘 주어진 삶에 열정적으로 다가가고자 애쓴다. 결과가 좋게 나온 적은 별로 없었지만....

그나마 다행인것은 담임선생님 중에 이런 징코프의 순수함을 인정해 주는 미크 선생님, 얄로비치 선생님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남다른 아들을 끝까지 응원하는 부모님이 있다는 사실이다. 교실에 쓰고 온 기린모자를 벗게 하면서 혹시나 마음상해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미크 선생님. 엉망으로 기어다니는 징코프의 글씨를 보고 "Z선생, 선생께서 종이위에 연필을 움직일 때마다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군요."라고 야단은 치지만 다른 선생님과 달리 웃으며 그 말을 해 주는 얄로비치 선생님. 남들 다 하는 평범한 일도 "천번 축하해"라고 말하는 엄마. 자신때문에 운동회에서 져서 의기소침해 있는 아들과 함께 가스만 많이 낭비하면서 드라이브를 해주는 아빠.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징코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을 사랑했던 징코프의 마음과 끊임없이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손을 내밀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분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리라.

남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아이 징코프. 글쎄....아마도 나는 징코프를 책 속 주인공으로 만난 터라  "남과는 약간 다른" 아이라고 여길 수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만약 징코프가 우리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실제 다니는 아들 친구였다면, 아니 실제로 내 아들이었다면 징코프를 그저 '남과 약간 다를 뿐이지....'라고 여길 수 있었을지 자신할 수는 없다. 아니...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읽기전 나였다면 분명 나도 그 아이를 약간 모자라는 아이로 여겼겠지... 하지만 책의 첫머리에 "우리는 그 아이와 함께 자란다."라고 했던 저자의 말대로 나 역시 징코프가 자라는 동안 내  마음이 함께 자랐음을 말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의 행동을 놓고 천 번 축하해 주기보다 잘잘못을 따지며 야단치는 엄마였던 나. 그런 내가 징코프와 미크선생님, 얄로비치 선생님, 그리고 징코프의 부모를 만나고 나서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다시 깨닫게 되었노라고....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11-3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아라는 일본 소설로 생각했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네요.

책향기 2007-12-01 10:05   좋아요 0 | URL
아.. 같은 제목의 일본 소설도 있나보죠? 몰랐네요. 저도 애들 보고 읽어보라 했답니다^^

뽀송이 2007-11-3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찮죠.^^
전 이 책이 유쾌하게 읽혔답니다.^^
그게 매력인 작품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지요.^^;;

책향기 2007-12-01 10:08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저도 이 책 읽으며 많이 웃다가 찡하다가 그랬어요. 마지막에 본스라는 친구가 징코프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으로 결론을 내린 것도 너무 좋았구요^^

미즈행복 2007-12-0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말씀대로 책 속의 주인공일때는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가는데, 만약 내 아이라면 아니면 내 아이의 친구라면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내 안의 이중성이겠죠?

책향기 2007-12-11 16:22   좋아요 0 | URL
미즈행복님 책 읽고 저도 그런 이중잣대때문에 약간 마음이 불편하달까...우리 애가 징코프같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순오기 2007-12-1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향기님 축하드려요.
저는 이 책이 참 가슴 아픈 독서였어요. 우리 아들이 생각나서...

책향기 2007-12-24 09:4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뭘 축하하신다는 말씀인지....? 저 열흘동안 여행갔다가 지금 들어왔거든요.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님의 리뷰 읽고 저도 참 마음이 짠했더랬어요.

책향기 2007-12-24 13:05   좋아요 0 | URL
에공... 찬찬히 둘러보고 나니 순오기님 축하의 의미를 알겠군요. 저는 그저 다른 분들이 리뷰를 많이 안 쓰셔서 올라간 듯 싶은데요^^;; 정작 축하받으실 분은 님이시던걸요. 늦었지만 많이많이 축하드려요!!!

순오기 2008-01-14 00:44   좋아요 0 | URL
제가 그동안 님의 서재에 안 왔었나 보군요. 님의 댓글을 이제서 보는걸보니...여행후기를 보니 부럽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