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비룡소의 그림동화 60
아나이스 보즐라드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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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신문을 읽다가 드넓은 초록색 평원에서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활과 화살을 들고 서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언뜻 사진을 봐서는 부족의 젊은 남자들이 사냥을 하고 있는 듯 싶었는데 도대체 무슨 동물을 잡으려고 나왔을까 궁금한 마음에 사진 밑 캡션을 읽어보았다. 그런데 캡션의 제목은 <케냐 부족들, 화살 들고 땅싸움>이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활과 화살을 든 마사이 부족 전사들이 이달 초 케냐 서부 케이푼 언덕에서 칼렌진 부족과 전투를 벌이기 위해 대치하고 있다. 케냐에선 지난해 12월 선거 이후 마사이, 칼렌진, 키시 부족사이에 토지 쟁탈전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크고 작은 전투로 이들 부족에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내용을 읽는 순간, 온갖 최첨단 무기들을 총동원해 자국의 평화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해 나가는 요즘 시절에 땅을 차지하기 위해 활과 화살을 든 채 목숨걸고 싸우는 그들이 순박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내가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긴 한가보다. 

이 기사를 읽고 바로 생각난 책이 아나이스 보즐라드의 <전쟁>이다. 큰 애가 초등 2학년 땐가 서점에 갔다가 독특한 그림과 색채, 어른이 읽어도 모자람이 없는 상징적인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 바로 구입했으니 이 책을 만난지도 벌써 6년이 넘은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땐 책 표지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음울한 기운이 도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짙은 푸른색 갑옷을 입고 나뭇가지위에 걸터앉아 있는 젊은이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어느 한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 어찌 보면 화난 듯, 어찌 보면 슬픈 듯, 또 어찌 보면 고독한 듯 보이는 그의 얼굴은 동시에 결연한 다짐 같은 것도 엿보인다. 

                                              그리고 표지그림의 색깔 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빨간색 글자의 제목, <전쟁>! 어린이 그림책 제목치고는 너무 직접적인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제목과 달리 내용은 단순, 간결하고 상징적이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는것이 좋았다. 책장을 넘기면 파비앙 왕자가 나뭇가지를 들고 서있는 뒷모습이 나오는데, 칼 대신 나뭇가지를 든 그의 뒷모습에서 왕자가 어떤 결심과 고뇌를 하고 있는지 느껴진다. 또, 강렬하고도 유머러스한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빨강, 파랑, 노랑 계열의 색채 대비는 자칫 유치해 보일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명도와 채도를 낮춘 색들이라 유머러스하고 상징적인 그림이 가벼워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선과 물이 번지는듯한 붓터치를 보면 마치 수묵화를 보는듯한 느낌도 든다. 

내용은 매우 간결하고 상징적이고 또 유머러스하다.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갖고 있는 모든 우매함을 비트는 문장의 강렬함이라니!! 그 중에서도 말을 타기조차 싫어하는 파비앙 왕자가 암양을 타고 빨강나라의 왕자의 도전에 응하는 장면은 나와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부분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바보같은 면,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싸울 수 밖에 없는 슬픔이 상징적이면서도 위트있게 표현되었고, 소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파비앙 왕자가 사실은 진정한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징성이 어른들에겐 매우 강렬한 메시지로 와 닿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어린이들에겐 "전쟁이란게 별 것 아니군..."하는 가벼운 이야기로만 남을까 우려도 된다. 전쟁의 참혹함, 피폐함 같은것을 굳이 어려서부터 샅샅이 알고 있어야 할 것은 아니지만 그림책에서 보는 것처럼 왕자 한 사람이 나서서 순식간에 전쟁이 해결된다고 알고 있어서도 안 될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땐 아이들이 전쟁의 실상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지날 수도 있겠기에 이라크전 당시 신문에 많이 나왔던 전쟁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이용해 NIE를 함께 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 나름대로 전쟁이 남기는 상처, 각 나라의 이해 관계, 제 3국들의 입장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면서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오히려 내게 시사적으로 더 많은 도움이 되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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