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2
이주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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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PIN 시리즈 두 번째로 만난 도서는 <어느 날의 나>입니다. 하루하루 무탈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우리의 하루에는 좋은 일도 있고 좋지 않은 일도 함께 한다는 것을, 밋밋하지만 나와 함께하고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주란 작가의 책은 <어느 날의 나>를 통해 처음 만나는데요. 특별히 자극적이라거나, 깊은 깨달음을 준다거나, 감동적이라든지 하는 특별한 요소는 없었어요. 그런데 차분한 마음으로 자꾸 책장을 넘기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네요. 그냥 우리네 살아가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 그런 것 같아요. 10월부터 12월까지..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그날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88년 생인 유리는 휴무일이면 전에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동네에 갑니다. 동네 할머니 드릴 간식거리도 사고, 우물쭈물 망설이는 주인아주머니를 도와주기도 합니다. 유리와 함께 사는 언니는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 있어요. 나이 때문에 이제 막 쉬기 시작했지만 주변에선 재취업에 대한 걱정이 많아 보입니다. 쉴 땐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것도 좋을 텐데 말이죠. 음식의 마무리는 '파'라는 신념, 딱 언니 같은 느낌의 커튼을 구입하는 언니를 보며 저마다 취향이 있다는 걸 발견하기도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두 사람이지만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 주고, 함께하고 싶을 땐 또 확실히 함께 합니다. 동네 친구 재한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터널을 지날 땐 잠들어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터널을 통과해 봤다는 사실로도 좋습니다. 글을 쓰고 대학원에 진학하며 내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가가서는 언니의 모습에서 또 자극을 받습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요. 그렇게 소소하게 각자 힘을 내고 내일을 준비하고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살아가지 않나 해요.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딱 어울리는 소설인 것 같아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별것 아닌 그 하루하루가 우리에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안정감을 느끼는지, 그래서 우리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느끼게 됩니다. 적당히 포근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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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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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과 함께 있던 어느 날, 웬 젊은 남자를 만나는 마담이다. 더드라고 불리는 남자는 모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앨 노리는..', '잘 지키고 있겠다고..' 같은 말을 하는데 이들은 모드를 상대로 무얼 계획하고 있는 걸까? 한편 놀에 방문한 먼 사촌 레이디 놀리스와 조카 캡틴 오클리, 휴가 기간이 다 되어 돌아가야 하는 오클리를 두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 보니 모드도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유쾌했을 아버지가 왜 고립된 생활을 하며 이상한 종교에 빠지게 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종교로 인해 뭔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라 불안함이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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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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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를 구해야겠다던 아버지는 분위기가 이상한 가정교사를 구했고 처음에는 친절했지만 갈수록 행동이 기이하고 사람들을 무시했다. 다소 섬뜩한 인상의 가정교사 마담 드 라 루지에르. 오래된 저택에서 으레 오가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를 확실시해 주고 싶었던 걸까? 조용히 다니면서 사람들을 놀래키는 이유가 뭔지... 아버지가 보일 때만 친절하고, 모드에 대해 험담을 하는 가정부와 그녀의 말을 더 믿는 아버지는 답답함 그 자체다. 화자인 모드는 아버지를 '선생님'이라 칭하는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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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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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은둔하는 아버지가 아끼는 책과 자식을 두고 기사의 모험처럼 알 수 없는 여행을 떠나게 할 힘을 지닌 이는 누구일까? 이상한 종교에 빠지고, 의문의 남자가 다녀간 후 점점 더 이상해지던 아버지. 닥터 브라이얼리가 오면 열쇠를 주라고 하는 아버지는 어디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지 궁금해진다. 집에 방문할 사람이 사일러스 삼촌이 아닐까 추측하지만.. 과연 책 속 '나'가 예측하듯 아버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비로운 삼촌을 기다리는 걸까? 읽을수록 아버지가 보이는 행동에 궁금증만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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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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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로맨스』

<숲속의 로맨스> 제목 참 로맨틱하지 않나요? 표지의 분위기와는 너무도 다르게 제목은 로맨틱합니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표지 속 큰 저택은 아무래도 책 속에 등장하는 오랜 시간 사람이 들지 않았던 수도원 같은 느낌입니다. 번개가 치는 날씨인 것 같은데 맨 꼭대기에 한 여인이 보이네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한 이 여인이 주인공은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고딕 소설의 선구자라는 영국 작가 '앤 래드클리프'의 작품을 고딕서가를 통해 만나게 되네요. 1790년대 원고료가 가장 비싼 작가였다고 하니 당시 인기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비정한 아버지로 인해 수도원에 가야 했던 아들린. 수녀가 되기를 거부했던 아들린은 수도원을 나온 후 두 남성에 의해 감금되었다가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라 모트의 손에 넘겨집니다. 이 라 모트라는 자는 명석했지만 결단력이 약하고 나약한 성정에, 악덕을 일삼는 자였어요. 그래도 한 가닥의 양심은 가진 자라 야밤에 국왕의 눈을 피해 도망자의 신세면서도 영문도 모른 채 떠넘겨진 아들린을 책임지려합니다. 누군가 쫓아오지 않을까 밤낮을 달려 깊은 숲속에 이르렀고 한때는 몽탈 후작의 수도원이었으나 몇 년째 방치 상태인 폐허 수준의 수도원에 몸을 숨기기로 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방들과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방들에서 기이한 소리도 들려오고 과거 갇혀 있었던 것 같은 누군가의 일기도 발견하며 으스스 한 상황은 계속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몽탈 후작이 수도원에 모습을 드러냈고 도망자 신세인 라 모트는 후작을 보고 떨기 시작하죠. 라 모트의 약점을 쥐고 있는 몽탈 후작은 한눈에 반한 아들린을 손에 넣기 위해 라 모트와 계략을 꾸밉니다. 아들린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아버지를 들먹이며 후작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하는 라 모트. 깊은 숲속 수도원에 갇힌 신세인 아들린은 이들을 피해 달아날 궁리를 해 보지만 쉽지 않네요.

라 모트의 하인 페터의 도움을 받아 탈출을 하려 했던 아들린은 후작의 하인에게 붙들려 후작 앞에 놓인 상황이 되고 자신의 청을 받아달라고 강요를 하는데요. 후작을 피해 또다시 달아나려는 아들린 앞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가 등장했어요. 바로 후작 곁에 있던 기사 테오도르입니다. 후작과 라 모트가 꾸미는 계략을 아들린에게 알려주려 하다 후작에 의해 가로막혔지만 탈영을 감행하며 아들린을 돕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뒤쫓아 온 기사들에 의해 상처도 입고, 앞날이 걱정되는 테오도르와 아들린입니다. 이들은 무사히 후작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원한다면 언제든 여성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 그 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들린을 통해 억압된 여성의 몸부림이 전해집니다. 가부장적인 그들의 그늘 아래만 있던 여성들이 스스로 밖으로 나오려는 모습을 앤 래드클리프는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숨 막히는 추격전, 서서히 드러나는 출생의 비밀 등 이들의 이후 행적이 궁금하시다면 꼭 만나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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