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방인』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MIDNIGHT 세트로 만나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이번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세트를 통해서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 많다. midnight 세트에서는 읽어본 책이 한 권도 없었다는 사실이 슬프지만 고전을 기피하던 나에게 이렇게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방인>은 알베르 카뮈가 생전에 완성되고 출판된 첫 책이라고 한다. 프랑스가 전쟁에 패하고 피난 길에 올랐던 카뮈는 이 원고도 싣고 갔다고.. 긴 여정 끝에 '이방인'은 출간되었지만 카뮈는 '가장 부조리한 죽음'이라고 여겼던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까. 모르겠다."로 시작하는 이방인은 모친의 죽음을 너무나도 담담하게 표현해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빈소에서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않았고 장례식이 끝난 후 열두 시간 동안 잘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을 느끼는 뫼르소였다. 어머니 나이도 몰랐던 무신경한 아들이라고나 할까. 그는 평소처럼 수영을 하고 여자를 만나고 사랑을 나누고.. 모르는 이가 봤다면 어머니의 죽음과는 무관해 보였을 것이다. 결혼하자 고백하는 여자에게 희한한 결혼관을 선사하는 뫼르소였고, 이웃의 치정 극에 발을 들여 뜻하지 않은 살인 사건도 벌어졌다. 이렇게 1부가 끝이 난다.
재판이 시작되었고 살인 사건보다는 어머니 장례식에서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사건본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뫼르소는 제3자가 되어버린 듯한 재판. 장례식에서 냉담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 살인 사건의 중요한 쟁점이 되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리고 반기독교적인 그의 행동이 판사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어쨌든 그는 사형 선고를 받았고, 처형일에 수많은 구경꾼들이 증오의 함성으로 자신을 맞기를 희망한다며 소설은 끝이 난다.
거짓말을 몰랐던 뫼르소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날것의 감정을 드러냈다. 그게 주변인들에게 거북함을 선물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타인과 다른 그냥 뫼르소였던 것이이고, 남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세상은 홀로 왔다가 홀로 떠나는 것이기에 우리 모두가 '이방인'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한다. 하지만 타인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때론 선의의 거짓말도 해 가면서 살아간다는 게 뫼르소와는 다른 점이겠지.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든 책 <이방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