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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평점 :
『우신예찬』
풍자와 해학을 인문 고전으로 풀어낸 <우신예찬>. 보통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적인 풍자를 주로 접할 수 있는데요. 르네상스 시대를 풍자와 해학으로 문을 연 '어리석음의 신' 우신이 등장했습니다. 이 책은 에라스무스가 친구 토머스 모어에게 해학을 담아 '어리석음'을 예찬하는 글을 담은 책입니다. 하나의 긴 연설문으로 되어 있는 책이지만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장 구분을 했고, 각 장마다 제목도 달아놓아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길지 않은 연설문이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주가 달려있어 크게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현자들은 자기 자신을 예찬하는 것은 어리석고 오만방자한 일이라고 하지만 자화자찬하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우신입니다. 얼굴과 표정만 보고도 누가 우신인지 알 수 있는, 마음속에 있는 것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위장하거나 감추는 것이 불가능한 '우신'은 책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신의 수행원들의 이름을 들으면 그야말로 이마를 치게 됩니다. 자아도취, 아부, 망각, 태만, 쾌락, 경솔, 방탕, 광란, 깊은 잠. 돌려까기 할 만한 주제가 다 들어 있는 시종들의 이름들이죠.
모든 생명은 우신에게서 나온 것이고 삶에 유익한 모든 것이 다 우신 덕분이라고 하는 조금은 뻔뻔해 보이는 주장을 하는 우신. 시녀 망각의 관장으로 노인이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는 내용에서 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걸까요. 누구나 결점을 가지고 태어나는 인간, 다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우정, 결혼을 하고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우신 덕분이라고 하네요. 남편 눈에 아내가 사랑스러워 보이고, 아내도 남편을 좋아하고, 서로 적당히 속은 채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행복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하는 우신입니다.
우신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하나씩 읽다 보면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인생이란 일종의 연극과 같다는 구절에서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소심하고 내향적인 성격이라 집에 있길 좋아하고 동적인 활동보다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는데요. 이런 저라도 직장이나 취미로 만나게 되는 모임 등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친구들을 만날 때도 이 친구와 있을 때, 저 친구와 있을 때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거든요~^^;; 모두 비슷하게 닮아 있는 우리들은 우신이 하는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할 책 <우신예찬>. 언제나 바르게 생활할 것 같은 성직자,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줄 것 같은 교사나 철학자들, 정치인들이 결코 우신보다 뛰어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익살스러운 표지에서 드러나듯 무겁지 않게 꼬집을 것만 콕콕~ 집어 적당히 비틀어주면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우신예찬> 한 번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되네요.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