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 박예진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 중 최고의 동화 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안데르센을 지목할 정도로 유명한 작가죠.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빨간 구두' 등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는 그 자체로 너무 재밌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엄마의 위치에서 다시 읽어본 안데르센의 작품들은 마냥 재밌기만 한 내용은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읽기에는 다소 잔혹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고 해서 잔혹동화라고 하기도 했었죠.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에는 그가 집필한 160여 편의 작품 중 잔혹함을 담고 있는 독특한 동화 16편을 모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책을 통해서 안데르센에 대해 많이 알게 되네요. 동화 속에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고, 인간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야기도 많지요. 박예진 작가의 말처럼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교훈을 주고자 잔혹동화를 섰을지 모르겠으나 읽을수록 이건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인간을 파멸시킨 욕망 잔혹동화(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 빨간 구두, 돼지치기 왕자, 사악한 왕자), 목숨과 맞바꾼 사랑 잔혹동화(인어공주, 장미의 요정, 어머니 이야기, 외다리 병정),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마법 잔혹동화(눈의 여왕, 부시통, 길동무, 백조 왕자), 사유에 묻히게 하는 잔혹동화(마쉬왕의 딸,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하늘을 나는 가방)까지 총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한 파트당 네 개의 동화를 소개하고 있어요.

안데르센의 동화는 어둠과 빛, 희생과 보상, 인간성과 비인간성이라는 상반된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어요.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반영된 동화들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불우했던 안데르센의 성장기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어머니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 없고, 이성애자였던 그의 이야기는 '인어공주'에 담겨 있었어요.

동화가 담고 있는 그 당시의 통념이나 사회적, 관습적 구조에 대한 모순이 드러나 있고, 결혼 풍습,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모습이 투영된 모습 등 그대로 답습하면 좋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이더라고요. 인간의 탐욕은 어디가 끝인지, 선과 악이 공존하고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아 씁쓸함이 머금어지는 동화이기도 합니다.

각각의 동화를 소개하는 장에는 이렇게 영문과 한글 표현이 함께 실려 있어요. 비교해서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하겠죠? 하지만 전 영어랑 많이 친하지 않은 관계로 한글 표현만 열심히 읽었답니다~^^;;

각 동화 마지막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역을 해 보거나 필사해 볼 수 있도록 페이지가 구성되어 있어요. 작품의 주제를 담은 문장을 필사해 보는 것으로 동화의 핵심을 손끝으로 담아낼 수 있어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 같네요.

안데르센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는데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을 통해 동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안데르센에 대한 사실을 알게 돼서 의미 있었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