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박진범 북디자이너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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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 살인사건』

"반대로 묻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자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겁니까?"

띠지의 질문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상황이어야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얼마나 자신을 추스르기 힘들었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싶기도 한데 전 그런 상황조차 받아들일 용기가 없어 아예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긴 하거든요. 표지 속 검은 천을 뒤집어쓴 채 축 늘어진 이 사람은 누군가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을지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 모를 안타까움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기게 하네요.

나비가 서식할 수 없는 콘크리트 천국인 긴자 거리에 나비떼가 나타납니다. 의아하다 느낀 경시청 소속 가메이는 가족과 함께한 나들이지만 나비가 출몰한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그곳에는 20대로 보이는 점퍼 차림의 남자가 미소 짓는 얼굴로 죽어 있습니다. 사인은 청산으로 인한 자살.. 혹은 살인으로 추정하며 손목에는 네잎클로버와 성경 구절이 적힌 황동 팔찌를 차고 있습니다. 이후 긴자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많은 양의 풍선이 날아가고 여성이 사망한 상태에서 발견됩니다. 역시나 미소 짓는 얼굴, 네잎클로버와 성경 구절이 적힌 황동 팔찌, 그리고 청산에 의한 사망..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는 경찰들입니다. 날아간 풍선에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매달려 있었는데요. ‘다음 주 일요일, 우리 동지가 항의하기 위해 분신자살을 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지요. 분신을 예고하는 글, 퍼포먼스를 하듯 진구 야구장에서 화염에 휩싸인 시체를 발견하지요.

앞서 사체를 조사하던 경찰이 발견한 공통적인 내용은 끝 번호 18번의 흰색 승합차입니다. 젊은 남성이 탄 이 남성이 범인일까요? 그런데 세 번째 희생자가 나온 이후 신문사로 제보된 다음 분신자살 예고, 이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젊은 청년들이 원해서 메시지를 남기는 자살인 것인지, 누군가에 의한 타살인지.. 그것이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묵시록 살인사건>은 무려 40년 전에 출간된 작품이었어요.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긴 하지만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네요. 청년들의 자살을 조장하는 사이비 종교와 경찰의 대립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사이비 종교 관련 다큐멘터리를 볼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맹목적으로 빠질 수 있는지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아웃사이더 같은,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생각되는 등 타인에 비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네요. 어찌 됐든 내가 죽으면 달라지는 세상을 보기 힘들 텐데..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인지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현실이 오버랩되는 것이 우리가 꼭 풀어야 할 과제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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