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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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제목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같은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정말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 잃고 싶지 않은 것은 무얼까 하고 말이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에게 악마가 찾아옵니다. 자신과 꼭 닮은 모습으로 찾아온 악마는 세상에서 뭐든 한 가지를 없애면 하루의 수명을 연장해 주겠다고 합니다. 죽음을 앞둔 주인공에겐 달콤한 제안일 수밖에 없는데요.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걸까요? 주변에 사소한 물건들만 하나씩 없애도 꽤 오랜 시간이 주어질 거라 생각했던 나는 없애겠다고 수락하고 맙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세상에서 없애는 그것을 악마가 정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악마는 세상에서 없애는 것으로 전화기, 영화, 시계를 없앴고 다음으로 고양이를 없애자고 합니다. 어머니가 어딘가에서 데리고 와 키우다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4년 동안 가족으로 지낸 고양이를 주인공은 없애자고 수락할 수 있을까요?

'죽음'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가벼워 보이는 악마로 인해 페이지가 훅훅~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과 어머니, 주인공과 아버지, 주인공과 고양이의 관계에서 악마가 하나씩 없애가는 세상의 것을 통해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너무 크네요. 문장 하나하나가 다 와닿고, 주인공이 전화를 없애기로 동의하며 떠올린 아버지 모습, 영화를 없애며 떠올린 어머니와의 추억, 시계를 없애며 떠올린 아버지의 굽은 등은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처럼 너무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분명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 필요가 너무 당연한 것이 되었을 때 없으면 불안하고 불편해하는 우리를 발견합니다. 없을 때도 잘 살았을 우리들인데 말이죠.

더욱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읽으면서 가슴 먹먹하고 긴 여운이 남은 이유는 가족 간의 오해와 화해의 과정에 있을 것입니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기에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아들은 당장 옆에서 임종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겠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선물했던 고장 난 시계를 고치는 것이 우선이었던 거죠. 그렇게 틀어졌던 부자지간의 관계는 결국 악마가 없애자고 제안한 고양이로 인해 회복될 것 같습니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언제 생명이 다할지 알지 못하는 우리들의 삶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꾸 망각하고 마네요. 전 이 책을 덮으면서 자꾸 아픈 곳만 늘어가는 엄마한테 우리랑, 아니면 엄마 혼자 무얼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싶어졌어요. 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시간도 이제 예전만큼 많이 남지 않았을 테니까요.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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