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의 강가로 뛰어가다』
잔잔한 청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던 <언젠가의 강가로 뛰어가다>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책이라 더 신선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 첫 번째 장인 '플랫'을 읽을 때까지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가 가득한 청춘 남녀의 성장 이야기를 엿보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반전은 두 번째 장인 '릴리프'에 있었네요. 서로에게 그저 그런 남자와 여자의 존재로만 여겨지는 소꿉친구 마모루와 데쓰코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합니다. 첫 번째 장은 마모루의 시점에서, 두 번째 장은 데쓰코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같은 장면도 각자의 입장에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모범생에 자라면서 공부에 두각을 나타내는 히라이시 데쓰코는 남들을 잘 돕는 착한 친구지만 그런 만큼 친구들이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런 데쓰코 옆에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친분으로 소꿉친구로 자란 모리노 마모루가 있는데요. 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면서 데쓰코 옆에서 은연중에 많은 도움을 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도부에 있으면서 여자에게 별 관심이 없는, 특히 데쓰코에게는 여자로서 관심이 전혀 없는 마모루는 서서히 데쓰코에게 스며드는 중인 걸 몰랐을 겁니다. 다른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데쓰코의 절친이 된 친구를 성추행 당하려는 일에 도움을 주기도 하는 마모루인데요. 성인식을 거치며 그렇게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은 첫 장 '플랫'입니다.
데쓰코의 시점에서 쓰인 '릴리프'에선 시작부터 과감한 고백이 나옵니다. 신을 만났다는 데쓰코는 의문의 이야기를 하고 사라진 할아버지가 신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네요. 그리고 데쓰코에겐 남들에겐 없는 능력이 있었는데요. 그걸 알고 나니 왠지 어색했던 데쓰코의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그것도 자신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일들에 관한 능력은 데쓰코에게 행운이었을까요 불행이었을까요? 좋은 일만 가득한 삶이 아니기에 데쓰코 나름대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거란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답니다.
뒤로 갈수록 재미를 더해가는 <언젠가의 강가로 뛰어가다>를 통해 학창 시절을 추억해 보시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 재미까지 더해가는 책이라 데쓰코와 마모루를 만나는 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