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의 집』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가 풀리지 않는 묵직한 사회문제인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학교폭력은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가해 신체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따돌림으로 정신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따돌림 같은 경우가 정말 상대방에겐 미치는 상황이 아닐까 해요. 얼마 전 따돌림 비슷한 상황이 딸아이에게 있었더래서 더 집중해서 읽은 책입니다.
중학교 교사인 호카리 신이치는 반 아이 중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습니다. 따돌림의 흔적을 찍은 영상을 들고 찾아온 아이에게 영상을 지워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하는데요. 학교 분위기가 '학교 폭력은 없다'라는 교장의 압박 아닌 압박으로 인해 학교폭력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해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던 거죠. 책상에 적힌 낙서만으로 집단 따돌림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영상을 지워달라고 부탁하는 담임을 보고 학생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한편 가정에서는 두 아이의 아버지인 호카리는 부인도 전직 교사였습니다. 교사라고는 하지만 가정에서도 교사 같은 모습만 보이는 아버지에게 다가갈 아이들은 없겠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딸과는 대화가 거의 없는 호카리입니다. 그래도 가정 내에 별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 생각했던 호카리의 딸 유카가 초등학교 건물 3층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원인은 집단 괴롭힘,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표적이 된 친구를 돕다가 그 화살이 유카에게 돌아간 것이었습니다. 교사 입장과 학부모 입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하는 호카리와 엄마 입장에서만 생각하며 불도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아내 사토미, 사실을 털어놓지 않고 입을 다무는 딸 유카,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아들 슌.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 이들은 유카의 집단 괴롭힘 문제를 원하는 방향으로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풀어가는 방식은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특히 자식과 관련된 문제라면 이성의 끈을 끝까지 붙들고 차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일단 내가 처한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기 마련일 텐데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나보다 조금 약해 보인다고 해서 그들을 괴롭히거나 따돌릴 수 있는 권한은 아무에게도 없습니다. 그런데 마녀사냥하듯 온라인상에서 신상정보가 다 밝혀지는 것도 유쾌하지만은 않네요. 죄의 무게는 느끼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디까지가 중범죄이고 어디까지가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지는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집단을 이루고 싫은 사람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단체로 누군가를 겨냥하고 괴롭게 하는 일은 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