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 황모과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를 기념해 출간된 황모과 작가의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1923년 9월에 일어났던 관동대지진 속 처참한 상황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역사 소설이면서 타임슬립 SF 소설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역사가 너무 재미없는 과목 중 하나였는데 솔직히 드라마를 보다가 역사에 관심이 생겼고 그 후로 역사 드라마와 역사 소설 보는 것이 즐거워졌습니다.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즐거움이라고나 할까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뿐만 아니라 평범했던 인물들의 의로운 행적들이나 외세의 끊임없는 침략으로 고통을 당한 이들까지.. 역사는 외면하려야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됩니다.

역사적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단으로 파견된 민호와 다카야. 싱크로놀로지 시스템을 이용해 1923년 9월 1일 일본 관동대지진 피해 현장에서 며칠간 행적이 묘연한 달출과 미야와키에 대한 조사가 주 목적이었습니다. 지진으로 인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결정적 이유는 점심시간이라는 시간적 이유도 있었습니다.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불 사용을 많이 했던 시간이었던 거죠. 지진으로 아비규환이 된 것도 모자라 곳곳에 불이 솟구치고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약탈과 이주가 시작됩니다.

남겨진 자들은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약탈자들을 잔인하게 공격하기 시작하는데요. 희생자가 된 이들이 바로 식민지 시민이었던 조선인들과 중국인,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이었습니다. 같은 일본인들이라고 해서 봐주지 않았던 잔혹한 실체를 드러낸 이들은 악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모습을 보였지만 이때 있었던 사건은 조용히 은폐되고 말았네요.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유언비어의 주인공이 되어 스러져간 그들의 처참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이미 벌어졌던 과거의 일은 바꿀 수 없다는 걸 민호와 다카야는 느꼈겠지만 그들이 직접 목격하고 겪은 과거를 통해 현재에서 변화가 생긴 두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억울하게 묻혀버린 그들이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여운이 많이 남네요. 역사를 잊은 자에겐 왜 미래가 없는 건지.. 과거를 은폐하려고만 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이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아무리 왜곡하려고 해도 진실을 알고 있는 자들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