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트리 / 오가와 이토

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패밀리 트리』

'토와의 정원'으로 처음 만났던 오가와 이토 작가의 <패밀리 트리>는 한 편의 잔잔한 성장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분위기의 책입니다. 표지에서부터 전해지는 '여름'이 어릴 적 여름방학하면 춘천에 사시던 이모집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네요. 개울에서 발 담그고, 개구리도 잡고 진짜 방학 다운 방학을 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딱 그 느낌이 전해져서 그런지 표지만 봐도 참 기분 좋았답니다.

주 배경은 작은 농촌 마을 호타카입니다. 여관을 경영하는 기쿠 할머니의 여관에서 생활하는 류세이는 여름이면 호타카로 오는 릴리를 기다리죠. 하늘 여행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릴리는 하늘을 보며 사색하기를 즐기는 소녀지만 여린 소녀를 상상하면 금물! 모험심 가득하고 자연 속에서 놀 거리를 잘 찾아내는 천재적인 인물입니다. 누나 쓰타코는 겁도 많고 허약했고 <패밀리 트리>의 화자인 류세이는 눈물 많고 정도 많은 소년이에요.

릴리와 류는 혈연관계이긴 하지만 굉장히 먼 친척이었고 훗날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묘지에서 놀이하던 셋은 상자 안에 버려진 강아지 바다를 만나게 되고 류세이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키우게 되는데요. 개구짐이 폭발할 나이에 바다를 만난 류세이는 바다에게만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류세이와 바다는 깊은 교감을 통해 성장해 가지만 진짜 바다를 보여주겠다고 했던 약속은 기쿠 할머니의 여관이 화재로 불타는 것과 동시에 지킬 수 없게 돼버립니다. 바다를 잃은 상실감을 가슴에 안고 류세이는 점차 성장해 나가는데요.

여관 안에서 키울 수 있게 허락은 했지만 쇠사슬로 묶인 신세였던 바다는 화재 현장에서 스스로 탈출할 수 없었지요. 그 책임이 기쿠 할머니에게 있다는 자책은 평생 가슴에 묻고 사셨을 것 같아요. 화마가 덮친 현장 안으로 바다를 구하러 뛰어가려는 류세이를 말린 아버지를 원망하며 점차 사이가 멀어지는데요. 어느 부모가 강아지를 구하기 위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자식을 가만히 둘 수 있을까요? 류세이도 나중에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쿠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여관을 중심으로 스바루 아저씨, 류세이 가족, 릴리 가족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요. 이들 가족을 통해 가족애, 삶과 죽음을 만나게 됩니다. 단순한 한 소년과 소녀의 성장 이야기가 아닌 릴리와 류세이를 둘러싼 가족의 성장 이야기 <패밀리 트리>에 담긴 오가와 이토의 담담한 필체가 읽는 시골에 놀러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네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 시원한 표지의 <패밀리 트리>가 오래 생각날 것 같습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