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4개월마다 새로운 테마로 다섯 권의 세계문학을 만날 수 있는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이 벌써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습니다. 흄세 시즌 4는 '결정적 한순간'이란 테마인데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가오는 수많은 기회들 중 과연 몇 번의 기회를 알아보고 잡을 수 있을까요?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가 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그때 그렇게 결정하기 잘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는 또 얼마나 될까요? 이번 테마에서 만나는 작품 속 주인공들은 그들이 선택한 결정에 어떤 인생사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흄세 시즌 4 첫 번째로 만난 작품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이자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인 <노인과 바다>입니다. 처음 <노인과 바다>를 만났을 때는 이 책 속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어야 할지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페이지 한 장 넘기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데 테마를 보고 다시 읽는 <노인과 바다>는 처음과 느낌이 사뭇 다르네요. 그때 보이지 않았던 인물들의 관계, 노인의 바다에서 건 사투의 의미가 다르게 와닿습니다.
벌써 84일째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는 고기잡이 노인 산티아고, 그런 노인에게서 어부 일을 배웠던 소년은 부모로 인해 이제 다른 배를 여전히 노인을 살뜰히 챙기며 노인과 함께 고기잡이 나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분명 이 노인도 힘이 넘쳤고 물고기도 잘 낚았을 시절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작은 배에 의지해 물고기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네요. 소년의 도움으로 고기 잡을 준비를 마친 노인은 평소보다 조금 더 깊은 바다로 노를 저어 나갑니다. 그런데 오늘은 노인에게 다시없을 행운의 날인 걸까요? 혼자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청새치가 미끼를 덥석 물었고 힘이 너무 센 청새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투가 시작됩니다.
청새치를 낚아 올려 실을 수도 없을 정도의 작은 배, 혼자 힘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 청새치, 노인의 곁에 누군가 도움을 줄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힘이 빠지길 기다리며 우여곡절 끝에 청새치를 끌고 육지로 향했지만 청새치는 1차전에 불과했네요. 더 무시무시한 상어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노인이 며칠간 사투를 벌인 바다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아 있었어요. 잔잔하기도 했다가 풍랑이 일기도 했다가 걷잡을 수 없는 파도가 일기도 하는 바다의 변화무쌍한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인생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힘을 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궂은 날씨만 계속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무너지려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친구, 가족이 있다는 든든함이 버팀목 되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저에게 어떤 기회가 찾아왔다 떠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어떤 행운의 순간들이 찾아올지 기다리는 마음으로 살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