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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평점 :
절판

『한밤중의 아이』
뉴스를 접할 때 제일 화가 나는 사건은 아이를 상대로 한 학대 사건입니다. 힘들게 낳은 아이를 학대하고 유기, 방임하는 매정한 부모나 자기가 낳은 자식 아니라고 계모나 계부가 학대를 가해 생명을 앗아간 사례가 너무나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대로 키우지도 못할 거면 왜 낳았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듭니다. 물질적으로 풍요하지 못해도 이루어진 가족 안에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은 엄청날 텐데 말이죠.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신작 <한밤중의 아이>에도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더군다나 하늘을 가려줄 제대로 된 집도 없고, 아이에게 애정을 쏟아줄 부모는 아이 곁에 항상 머무르지 않아 밤에 떠도는 '한밤중의 아이'가요.
<한밤중의 아이>는 유흥업소가 즐비하고 관광객들이 많이 오고 가는 나카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카스는 음식점과 룸살롱, 클럽, 러브호텔, 소프랜드가 즐비한 거리는 하루 스물네 시간 쉴 새 없이 북적거리지만 이곳에 주거지를 가진 주민은 7백 명이 채 안 된다고 하네요. 룸살롱에서 일하는 엄마와 호스트 클럽에서 일하는 아빠를 둔 렌지는 호적에도 올리지 못한 아이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일삼는 아빠, 돈을 쥐여주긴 하지만 품어주기보단 밖으로 내모는 엄마 사이에서 아이가 갈 곳이라곤 나카스의 밤거리뿐입니다.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렌지의 부모가 아닌 나카스의 사람들입니다. 한밤중이면 아이들은 분명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자는 것이 정상일 텐데 밤거리를 헤매는 렌지에게 이들은 '한밤중의 아이'로 불리고 있었네요.
자신이 사는 나카스를 좋아하는 렌지는 나카스만의 독자적인 법률을 만들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나카스에 대한 애정이 많은 아이입니다. 나카스의 사람들의 애정어린 관심이 아니었다면 렌지도 나카스에 대한 기억이 좋지는 않았겠죠?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왜 필요한지 잘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해요. 폭력적인 아빠를 두지 않았다면, 보통 아이들처럼 호적에 올라 학교도 가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 이 책의 소개글을 보고 가슴 아프고 답답한 이야기만 가득하면 어쩌나, 아이에게 불행한 일만 닥치는 소설은 아닐까 걱정이 앞섰는데 그런 소설은 아니었어요. 부모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렌지의 엄마, 아빠에겐 화가 나긴 했지만 렌지를 품어주는 사람들과 소위 좀 배웠다는 이들의 편견 속에서도 나름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 너무 아름답게 보였답니다. 렌지가 오랜시간 품고 있었던 야마카시 축제의 신여에 대한 동경도 살아가는 버팀목이 되어준 것 같네요. 수많은 청년이 신여를 떠메고 구령소리와 함께 골목을 달리는, 용맹한 어른들의 선두를 달리고 싶어하던 렌지의 소망은 이루어졌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