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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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수많은 사건사고 속에서 이상하게도 피해자가 죄인이 되어야 하는 사건이 바로 '성폭력'에 관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성폭력을 가한 가해자보다는 피해자를 향한 손가락질이 그들을 세상에서 꽁꽁 숨어버리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더 숨겨야 하고, 나를 더 꽁꽁 가둬버리는.. 도대체 어떻게 행동했길래..라는 질타와 눈빛 속에서 피해자들은 숨쉬기 힘들 정도의 고통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도가니'를 읽으면서 너무 화가 많이 났던 기억이 있어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참 많이 고민했어요. 분명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 나아지는 건 하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할 것 같아서요. 그래도 읽기로 결심한 건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의 심정이 크게 작동해서 일 겁니다.

변호사 판옌중의 부인 우신핑이 사라지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첫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쑹뤼와 함께 우신핑이 일하는 학원에 갔다 한 달에 한 번 꼭 휴가를 낸다는 사실을, 돌아가시고 없다는 엄마가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휴가를 냈던 부인이 연락도 되지 않고 사라져버린 후 우신핑을 찾으러 다니며 그녀를 둘러싼 충격적인 사실을 만나게 됩니다.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해 이혼했다는 오명이 붙은 판옌중에게 조용하고 자신의 일상을 남들에게 털어놓지 않는 우신핑은 좋은 반려자였을 겁니다. 첫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쑹뤼도 잘 돌봐주고 가정적이었던 우신핑이 사라진 후, 주변인들이 기억하는 그녀는 판옌중이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었어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친구 오드리는 절친한 사이였음을 사진으로 증명하고 우신핑의 고향 사람들과 다른 증언을 하는데요. 서로 다른 증언을 하는 우신핑의 주변인들로 인해 혼란스러운 판옌중입니다.

우신핑의 학원으로 찾아왔다는 그녀의 친모를 만나는 장면, 동네 사람들이 기억하는 우신핑의 모습 등 이 사람들이 기억하고 말하는 그날의 사건은 모두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더 생각하고 위하는 모습이었어요. 사건의 전말이 어떠했든 피해를 당한 이는 온데간데없고 피해자를 가해한 이가 더 안 되고, 뭔가 당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답답하고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베일에 싸인 듯한 우신핑이 사라지자 흥미가 발동하는 직장동료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성격이었어요. 

사라진 부인을 찾는 판옌중과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또 하나의 화자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며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화자는 우신핑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후반부에 가면서 궁금증은 해결이 되네요.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여성으로서 험한 일을 겪었던 이들이지만 사회적으로, 또 가정에서도 따뜻한 위로는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이었습니다. 사회적인 잣대가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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