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
윤성희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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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일기를 쓰거나, 서평을 쓰거나.. 처음을 여는 글은 언제나 나에겐 힘든 일로 느껴집니다. 어떻게 시작을 할까 하는 고민은 항상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살아왔던 내 삶을 돌아보며 자서전을 만약 내가 쓴다면 나는 처음 어떤 문장으로 시작할지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첫 문장> 속 주인공은 딸을 위한 문장을 생각합니다.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소중한 딸아이를 생각하면서 말이죠.

어린 시절, 네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한 남자가 있습니다. 두 번은 자살 기도라 오해를 받았고, 한 번은 '행운의 소년들'이라는 제목으로 지역신문에 실리기도 했는데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투신자살한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는 자식 3명이 있는 새아버지와 재혼을 했죠. 

두 번이나 죽을 뻔 하자 아버지는 박영무라는 새 이름을 지어 줍니다. 비싼 이름이니 이름값하며 살아야 한다면서 말이죠. 이미 3남매를 둔 아버지와 재혼한 어머니, 그들 속에 제대로 속하지 못했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받은 아버지 성의 이름..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네요. 

임신중독증으로 고생했던 아내는 딸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처형의 집으로 떠나버렸습니다. 홀로 남겨진 남자는 누나의 초대를 받아 간 조카 결혼식 이후 터미널을 떠돌며 여행을 시작합니다. 큰 조카의 쌍둥이 아이들을 위해 선물을 사러 문방구에 갔다가 구입한 핑크색 다이어리와 함께 말이죠. 터미널을 이리저리 떠돌며 그는 딸을 생각합니다. 열일곱 살의 딸은 어떤 문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할까 생각하면서요. 직장 생활을 하며 회장의 신년사, 주례사, 거기다 자서전까지 쓴 남자지만 딸아이를 위한 첫 문장은 쉽게 쓸 수가 없네요.

부모를 잃으면 땅에 묻고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죠.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심정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평생.. 겪지 않았으면 하는 고통이기에.. 죽음이 네 번이나 비껴갔던 남자 박영무는 가까이에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를 눈치채지도 못했을 겁니다. 우리가 알 수 없게 조용히 찾아왔을 테니까요. 그렇게 딸에 대한 그리움을 충분히 느끼고, 충분히 아파하고.. 같은 아픔을 가진 아내와 다시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은 <첫 문장>이었습니다.

도서관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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