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르미날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7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평점 :

『제르미날 2』
민음사 세계문학으로 만나는 <제르미날>입니다. 최근 있었던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해 임금 협상에 나섰던 많은 노동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던 내용들이라 더욱 안타까웠던 <제르미날>이네요. 그 언젠가 물 대포를 맞아 사망한 농민도 떠오르고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모여 시위를 하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적은 금액에 최대의 노동력을 제공받길 원하는 최고관리자와 되도록이면 일한 것보다 조금 더 많이 받길 원하는 근로자 사이의 간격은 좁혀지긴 할까요.
기계공으로 일했던 에티엔이 마외가 일하는 탄광에 팀으로 들어가고 저임금으로 노동력만 착취하려는 탄광 사업주들에게 맞서 사회주의적 의식이 깨어난 에티엔은 사람들을 설득하며 파업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쉬울까요? 너무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당장 먹을 것, 당장 손에 들어올 적은 액수라도 돈이 필요한 탄광 노동자들이 파업을 강행했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이 갑니다.
배우지 못해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보고 배운 건 문란한 성이었습니다. 술, 문란한 성.. 어른들을 보며 아이들이 배울 수 있었던 것이 너무 제한적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배움의 장에서 올바른 것을 배웠다면 어땠을까요. 어린 자녀들이 어린 신부를 두고 폭군 같은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안타깝기만 하네요. 썸 타는 것 같던 에티엔과 카트린 사이도 너무 안타까웠어요. 서로 마음은 있었지만 카트린은 샤발에게 몸과 마음을 주었고, 심지어 가족을 두고 샤발을 따라 작업장도 옮기고 집을 나가기까지 합니다. 질투에 눈이 멀어 손에 넣은 카트린을 너무 막 대하는 샤발은 뒤통수를 한대 날려버리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에티엔이 지도자로 나서며 파업을 이끌어가니 샤발도 따라 하려다 사장에게 매수당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카트린에게 욕지기를 퍼붓고 게으름뱅이라 타박하더니 탄광에 갇히게 된 순간까지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정말 혀를 찰 정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파업은 실패했지만 파업을 통해 함께했던 탄광 노동자들의 눈은 뜨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에밀 졸라는 탄광촌 노동자들의 삶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탄광촌과 탄광회사들을 방문해 그가 직접 보고 겪은 것들을 상세히 기록해 <제르미날>의 기초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제르미날>을 읽으면서 왜 노동자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뿐입니다. "하지만 이제 광부는 땅속에서 깨어나고 진짜 씨앗처럼 땅에서 싹트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아침 들판 한가운데에서 그 씨앗이 싹터 오르는 걸 보게 될 겁니다. 그래요. 그 씨앗은 사람들을, 정의를 회복할 사람들로 이루어진 군대를 밀어 올릴 겁니다" 빈궁함, 고된 작업, 짐승 같은 생활, 집에서는 배고픔을 호소하는 아내와 아이들..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에 씨앗 같은 희망이 파릇파릇 돋아나길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