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4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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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4개월마다 색다른 주제를 가지고 우리 곁에 찾아오는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세 번째 시즌은 '질투와 복수'라는 주제입니다. 시즌 1 '여성과 공포', 시즌 2 '이국의 사랑'에 이어 세 번째 주제는 조금 무섭기도 하죠? 벌써 네 번째 시즌 주제까지 나왔던데 시즌별로 책을 모으다 보니 네 번째 시즌을 빨리 만나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서평 도서로, 선물 받아서, 없는 책은 개별 구매해 차곡차곡 모으는 재미가 있는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세 번째 시즌에서 처음으로 만난 책은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입니다. 제목만 봐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전혀 감이 오지 않네요. 

사립 탐정 사무실을 운영하는 부유한 집에서 성장하며 어려서부터 문학에 각별한 열정을 쏟았다는 보리스 비앙. '기생충과 플랑크톤', '세월의 거품'을 출간하며 프랑스 문단에 자신의 이름을 뚜렷이 알렸고 '버넌 설리번'이란 이름으로 출간한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로 다시 한번 독자와 평자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고 합니다. 읽어보니 정말 충격이긴 하네요. 이 책은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되며 인종이나 계급의 차별 문제를 신랄하게 다룬 20세기 프랑스 누아르 소설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3형제 중 차남인 리 앤더슨은 형의 지인 소개로 벅턴에 있는 서점 관리인으로 일하게 됩니다. 백인처럼 보이지만 흑인의 피가 진하게 흐르고 있는 리 앤더슨의 가족. 동생은 백인 여성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여성의 아버지와 오빠로부터 죽임을 당했죠. 이 사실만 보더라도 지금도 여전하지만, 그 당시에는 흑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됩니다. 피부색만으로 차별을 일삼는 일 자체가 너무 슬프네요. 그 일이 있은 후 리 앤더슨은 백인을 향한 복수를 다짐하며 벅턴으로 향합니다. 리 앤더슨은 덱스터를 통해 알게 된 부유한 가문의 진, 루 애스퀴스 자매를 복수의 대상으로 삼게 됩니다. "난 흑인이 정말 싫어요."라고 했던 루 애스퀴스의 발언이 리를 부추기는 도화선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도 여전한 인종차별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문제로 남습니다. 피부색이 감춰진 리는 몸속에 흐르는 흑인의 피가 싫었을까요? 본인들에게 피해의식을 느끼게 하는 건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하는 개개인의 인식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죽었는데도 교수형에 처한 책 속 사람들의 모습만으로도 흑인을 얼마나 경멸했는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리 앤더슨이 왜 복수의 대상을 아무런 연관도 없는 애스퀴스 자매로 삼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동생을 죽인 가족이 복수 대상이었다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없었을 텐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누구를 나무랄 수 없는 위치인듯합니다.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의 단순한 문제는 아니기에 뒷맛이 씁쓸하게 남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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