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나 아티스트
알카 조시 지음, 정연희 옮김 / 청미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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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 아티스트』

최근 들어 인도, 아프리카 쪽 소설을 몇 권 접하면서 새로운 매력에 빠지고 있습니다. 배경이 일반적으로 읽어오던 영미권이 아니다 보니 초반 읽는 속도가 조금 더디긴 했지만 재미는 확실히 보장하는 책이네요. 표지부터 묘한 매력을 철철 흘리고 있어 안 읽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몸에 그림 그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인데 헤나는 파키스탄, 인도, 중근동 등에서 볼 수 있는 모발이나 콧수염, 손이나 발을 물들이는 데 이용되는 염료입니다. 1950년 영국으로부터 해방되고 난 후 격동기를 보내고 있는 인도의 모습이 담겨 있는 <헤나 아티스트>에서는 주인공 락슈미가 헤나 문양을 새기는 일을 합니다.

아이의 태생을 두고 수군거리며 대놓고 배척하는 마을 사람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 마을에서 살 수 없어 열세 살 라다는 얼굴도 보지 못한 언니 락슈미의 남편 하리를 찾아 나섭니다. 소녀를 본 순간 자신을 떠난 아내 락슈미가 떠오르는 하리. 

열다섯 살의 나이에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한 락슈미는 남편의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핑크시티 자이푸르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사스(시어머니)로부터 배운 민간요법을 이용해 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남들과 다른 헤나 솜씨로 엘리트 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어요. 그녀가 그려내는 해나 문양은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락슈미가 그려준 헤나 때문에 임신이 되었다 믿는 왕가의 친척 파르마티 덕분에 궁에도 연줄이 닿았고 엘리트 가문의 부인들에게 인정받는 헤나 아티스트로 자신만의 집을 지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부모님을 모셔와 자신이 지은 집에서 편안하게 사실 생각만 하며 편지와 돈을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남편과 존재조차 알 수 없었던 동생 라다입니다. 동생의 존재가 그동안 입지를 다지고 그럴듯하게 생활할 수 있는 위치까지 된 락슈미를 한순간 뒤흔들 줄 누가 알았을까요. 갑자기 나타난 것도 황당하기 그지없을 텐데 철부지 같은 행동을 하는 라다를 보며 참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힌두교의 두 고위 카스트 가문에서 태어난 락슈미는 브라만이지만 헤나 일을 하면서 부인들의 발을 만지기 때문에 그녀를 결코 동등한 입장으로 대우해 주지 않는 부인들입니다. 발은 더러운 부위였고, 발을 만지는 것은 낮은 카스트인 수드라뿐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엘리트의 눈에 락슈미는 추락한 브라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위치에서든 자신이 원하는 일에서 우위에 섰고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았고 원하는 만큼의 돈도 모았다면 분명 성공한 것 아닐까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전통과 관습을 깨고 싶었던 한 여인의 삶은 바뀔 것은 바뀌어야 한다는 당연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오래 이어져 온 것이 쉽게 바뀔 리 없지요. 락슈미를 중심으로 주변에서 만나는 작품 속 다양한 계급의 인물들, 인도의 분위기 등을 느낄수 있었던 <헤나 아티스트>가 넷플릭스 드라마로 어떤 영상미를 전해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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