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6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르미날 1』

얼마 전이었죠? 봉화 광산에서 9일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광부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참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많은 노동자들이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작업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어요.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은 땅속 깊은 곳에서 작업하는 광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더욱 예사롭지 않은 느낌으로 읽은 책이라 하겠습니다. '루공 마카르 총서' 20권 중 13번째 작품이에요. 목로주점의 주인공 아들 에티엔이 <제르미날>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한 권이라도 만난 적이 있겠지 생각했던 '에밀 졸라'의 작품을 <제르미날>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네요. 제목인 '제르미날'은 프랑스 혁명력의 일곱 번째 달을 뜻하고 대중 봉기, 폭동, 폭력, 가난, 기아 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네요. 노동자들이 주인공인 최초의 소설이라 그런지 에밀 졸라의 장례식에 프랑스 북부 탄광 지역 광부 대표단이 묘혈을 돌았다고 합니다. 에밀 졸라가 이야기하는 <제르미날>은 광부들의 삶이 어떤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너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그들은 임금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날것 그대로인 광부들의 생활을 보고 있자면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환경이라 가슴이 답답하기까지 합니다. 

기계공으로 일하던 에티엔 랑티에는 일자리를 잃고 프랑스 북부 몽수 근처 탄광을 지납니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에티엔은 그곳에서 본모르(죽을 고비를 세 번 넘기고 붙은 별명, 구사일생이라는 뜻)라 불리는 노인을 만납니다. 노인은 평생을 갱도 속에서 광차 운반부로 일을 시작했고 채탄부, 매립 인부, 수리공을 거쳐 석탄 운반 작업을 하며, 노인의 자식과 손자, 손녀도 모두 이 탄광에서 일하고 있어요. 본모르의 아들 마외가 이끄는 팀에 결원이 생겨 광부로 일하게 된 에티엔은 마외의 도움으로 동네 주점에서 하숙도 구할 수 있었어요. 한편 마외는 일곱 자녀를 두고 있었고 성장한 자녀들이 탄광에서 함께 일을 하지만 하루하루 살아내기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받으며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600미터 아래로 내려가 채탄작업을 하고 살고 있는 집은 회사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지원금은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지원해 준다는 명목하에 형편없는 임금을 받는 탄광 노동자들의 생활은 매일 같은 자리, 아니 더 쪼들리는 생활을 이어갑니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고임금을 받으며 호화롭게 생활하는 엔보 부부와 탄광 회사의 대주주로 주식 수입만으로 일하지 않고 편안한 생활을 하는 구레구아르 가족이 등장합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들은 어려운 이웃들이 내미는 손에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 필요 없는 것들로 채우며 만족감을 얻어요. 에티엔은 사회주의적 의식이 깨어나고 불리한 임금 체계를 강요하는 회사를 상대로 파업을 주도하게 됩니다. 

돈이 돈을 번다고 하죠. 겨우겨우 하루를 견디며 사는 노동자들이 과연 과거에만 있었을까요. 책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기에 더 화가 나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 분개하게 되는 것 같네요. 탄광 노동자들이 웃게 되는 날이 올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