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레이죠 히로코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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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벚꽃이 만개한 표지 그림이 포근한 봄이 바로 코앞에 다가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분위기 있어 보이는 표지 속 집이 버찌관인 모양이에요. 벚꽃이 지고 나면 당연히 버찌가 열린다고 생각했는데 버찌가 열리는 나무가 따로 있다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집 앞 대로변에 핀 벚나무에선 버찌가 열렸는데 직장 가는 길에 있는 벚나무에선 버찌 열매를 본 적이 없어 의아했었거든요~^^

학원 판타지물 '하이터치! 핵인싸의 초-리얼 스쿨 라이프'의 작가인 모도리노 사츠타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어요. 먼 친척뻘인 이에하라 할머니의 입원으로(어쩌면 유산으로 집을 물려주실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안고)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가 집을 관리해 주기로 했어요. 그곳이 바로 벚나무가 있는 버찌관입니다. 긴 식탁이 있는 주방, 레이스 달린 침대가 있는 손님방, 기다란 책장이 짜여 있는 방 등 손볼 곳을 손보며 버찌관에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너무 마음에 드는 사츠타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손님이 찾아옵니다. 할머니의 외손녀라고 밝힌 이에하라 리리나는 반대하는 결혼을 한 어머니가 돌아가시며 할머니와 살게 되었다고 하네요. 할머니가 태원 하시기 전까지 사츠타의 보살핌 아래 버찌관에서 생활하게 되었어요. 동생이 없던 사츠타는 리리나를 보살피는 것이 귀찮게 느껴졌지만 함께 지내는 동안 점점 아빠 같은 마음으로 리리나를 보살핍니다. 특히 마당에서 가상 벚꽃놀이를 즐긴 후 열이 오른 리리나를 보살필 때 그랬죠. 

할머니가 퇴원하시게 되어 버찌관을 떠나기 하루 전, 리리나는 사츠타에게 진짜 벚꽃 구경을 가자고 제안했고 도시락을 준비해 가까운 공원으로 갑니다. 갑자기 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마녀가 되고 싶다는 리리나는 나쁜 사람, 못된 사람을 다 벚꽃으로 바꿔버리고 예쁜 꽃을 피우면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증거라며 그때 용서해 줄 거라는 이야기도 하네요. 난간 너머 언덕 비탈에 있는 벚나무를 보려다 누군가 미는 듯한 느낌이 들고 사츠타는 그대로 난간 너머로 떨어지도 맙니다. 필사적으로 굴러떨어지지 않으려는 사츠타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웃는 것 같은 리리나. 

사츠타가 정신을 차린 곳은 병원이었어요. 굴러떨어졌으니 병원에서 깨어난 것이 당연하다 싶었는데 리리나의 안부를 묻는 사츠타를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는 엄마, 할머니의 존재도 작가였다는 사실도 모두 사츠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리리나와 대화를 나누거나 무언가를 할 때 왠지 겪었던 일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사고 후의 사츠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단번에 이해가 된답니다. 한 쌍으로 붙어 있던 버찌의 존재도 사고 후의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간질거리는 로맨스 책일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네요. 누군가와의 '이별'은 가볍게 털고 일어날 수 없는 경우도 많아서 후반부로 갈수록 이 이야기가 더 가슴 아프게 느껴졌던 <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였습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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