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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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으로 처음 만나는 윌리엄 포크너의 <고함과 분노>.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로 혁신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윌리엄 포크너는 '현대 미국 문학에 강력하고 예술적으로 비할 바 없는 기여를 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194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은 처음이라 그런지 과거와 현재로 오고 가는, 흔하게 접하던 시간의 흐름이 아니었기에 저에겐 좀 버거웠던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고함과 분노>는 몰락해 가는 미국 남부의 명문가 콤슨가에 벌어진 비극을 그린 소설입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고함과 분노>는 각 장마다 화자가 다 다릅니다. 1928년 4월 7일의 이야기는 콤슨가의 막내 벤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서른세 번째 생일을 맞이한 벤지는 지적장애를 가졌고 정신 발달은 세 살에 머물러 있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벤지는 후각이 탁월하게 발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벤지가 느끼는 감각으로 과거와 현재가 정신없이 오고 갑니다. 고딕체의 글자가 나온 후 시간의 변화가 있는데 벤지가 영아기 때인지, 현재의 이야기인지는 벤지를 현재 돌보고 있는 '러스터'라는 인물을 통해 가늠했습니다. 과거 속 퀜틴은 장남을, 현재의 퀜틴은 캐디의 사생아 딸을 의미한다는 것도 초반 내용을 이해하는데 꽤 큰 혼란을 초래했지만 어느 정도 흐름이 파악이 되면 어떤 퀜틴을 말하는 건지 보이게 됩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벤지는 징징거리는 것으로 자신의 뜻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리고 냄새를 통해 순결했던 캐디와 순결을 잃은 캐디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죽음 또한 벤지는 냄새로 구분하지요. 벤지의 기억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장남 퀜틴이 자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1970년 6월 2일의 이야기가 장남인 퀜틴이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퀜틴은 왜 자살을 택했는지 벤지가 화자인 이야기에서 궁금증이 생기는데 퀜틴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습니다. 

1928년 4월 6일의 이야기는 퀜틴의 자살, 술에 빠져 지낸 아버지의 죽음으로 콤슨가를 책임지게 된 이는 차남 제이슨이 화자가 되어 진행됩니다. 제이슨에게 딱 알맞은 키워드는 '돈'이죠. 지극히 현실적이고 돈에 집착하는 제이슨은 부모가 제대로 된 부모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장남인 퀜틴마저 자살로 세상을 떠나버리며 콤슨가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나온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콤슨가는 몰락에 바짝 다가서게 한 인물 역시 제이슨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1928년 4월 8일은 콤슨가의 하녀 딜지의 입장에서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현실적이고 모든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딜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함과 분노>에서 윌리엄 포크너가 던진 주제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벤지의 시간은 자연스러운 시간대의 흐름이기 보다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었고, 퀜틴은 과거에 대한 괴로움, 제이슨은 시간은 곧 돈이라는 개념이었죠. 한 가문의 몰락 속에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이들 이야기 속에서 벤지에겐 엄마로, 퀜틴에겐 연인으로, 제이슨에겐 화냥년으로 비친 캐디. 항상 무기력했던 사 남매의 어머니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고함과 분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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