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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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만난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는 '운명' 이후 '좌절'과 더불어 의미상 속편에 해당한다고 한다. 작가 임레 케르테스는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데 이 책에서 처음 접하는 문장들부터 나를 너무 혼란스럽게 했다. '우리의 본능이 우리의 본능에 반하여 작동하는 것이, 말하자면 우리의 반본능이 우리의 본능을 대신하고, 더욱이 본능인 것처럼 작동하는 것이 이미 아주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문장을 만나면서 아주 혼란스러워졌다. 이게 뭐지?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한 문장을 자주 만나게 된다. 

1929년 부다페스트에서 목재상을 하던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임레 케르테스. 기숙 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대인 박해가 있었다고.. 열네 살의 나이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다. 나치가 철저히 비밀에 부친 유대인의 절멸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절멸 수용소'. 각종 세균실험과 약물실헝 등을 자행했던 '731부대'도 생각나고, 그 생체실험 대상자였던 '마루타'의 모습이 자꾸 눈에 어른거렸다. 원하지도 않았고, 생각지도 못할 고통스러운 미지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공통점이지 않았을까.

그는 이 책에서 '안 돼.'라고 많이 외친다. 자꾸 안 된다고 외치는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사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도 작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 채 읽기 시작했기에 아는 것이 많이 없어 더욱 그랬을 것이다. 아무 편견 없이 작가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선 작품에 대한 해설을 읽지 않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 비슷한지 자꾸 비교해 보게 된다. 이번 책 역시 그랬다. 작가는 그가 겪었던 수용소 시절이 강렬히 남았기 때문일까? 아내와의 사이에서 2세를 보는 계획에 대해서도 '안 돼.'라고 일관했다.

자신과 같은 '유대인'의 삶을 살게 하기 싫었겠지. 유대인의 삶을 살면서 난관에 부딪히고 그냥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을 부당한 대우를 작가인 '나'는 다 차단하고 싶었을 거라 생각된다. 내가 그의 입장이었어도 그러지 않았을까. 내가 사는 세대에서 끝날 수 있다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희망의 빛이 지금보단 더 옅었기에 희망적인 내일을 기대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운명', '좌절'에 이은 운명 4부작 중 세 번째 작품인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는 자전적인 성격이 가장 짙은 작품이라 작가 자신이 겪은 불행했던 어린 시절과 아우슈비츠에서 겪었던 사건들, 글쓰기에 대한 철학과 결혼, 그리고 이혼 전후의 이야기를 혼잣말하듯 긴 호흡으로 이어 나간다. 이게 끝난 게 맞나? 하고 생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의 이야기가 익숙해질 즘 되니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눈에 띈다. 시종일관 그가 내뱉었던 '안 돼.'라는 단어는 단순히 모든 것에 대해 안 된다는 이야기보다는 그의 주변 인물에 대한 자신이 겪은 일을 접목한 '안 돼.'가 아니었을까. 자신을 통한 세상에 나올 아이도 안 되고, 세상을 대변할 나의 글에 대해서도 '안 된다.'표현했던, 차라리 태어나지 않은 것이 세상에 대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됐던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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