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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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손님, 방이 준비되었습니다.

다섯 살 어린 딸을 차 안에 두고 게임을 하러 간 철없는 부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뜨거운 햇살 아래 방치된 아이는 차 안에서 생명이 꺼져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검은 고양이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구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은 고양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길이 없을 것 같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여관과 각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의문의 여관에서 이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깊은 산속, 근처에 호수가 있는 곳에 위치한 여관에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의 오너와 사람을 까보는 듯한 눈빛의 통통한 프런트 직원, 장신에 백발을 한 오드아이 요리장 팡구르, 다갈색 머리의 호텔 보이가 있다. 기묘한 듯 보이는 이들이 운영하는 여관에 머물게 되는 손님들은 악몽을 꾸며 그 속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직면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단, 이곳에 머문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한다.

특히나 이 여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각각 목적이 있어 일하고 있고 수련이 끝날 때까지 산을 내려갈 수 없다는 여관 직원들은 목적이 생기면 어느 날 갑자기 자각하게 되고 누구 한 명이 강한 힘에 눈을 뜨면 같은 목적을 가진 '우리'에게 전해지고 자각하면 그걸 무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경쟁시키는 여자, 도망치는 남자, 맞서 싸우는 여자, 숨어 버린 소년, 짊어진 여자..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찾아가게 된 여관에선 오너를 통해 전설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간접경험을 통해 무언가 깨달음을 얻는 손님들이다. 인간을 하인으로 부리는 이탈리아 고양이 요정 파더 가토, 아더왕 전설 속 인간을 잡아먹는 고양이 괴물, 아이들의 수호신인 인도 샤슈티 여신과 고양이 이야기가 더 흥미 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옛날부터 요력을 기르는 고양이들이 모여 수련을 한다는 전설이 전해내려 오는 '네코마가다케'라는 산지, 네코다케라 불리는 고양이들의 수련장은 여러 군데 있다고 하는데 이들이 모여 산속을 헤매는 인간을 홀리며 온갖 요력을 쌓는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를 볼 때면 묘하게 빠져드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면 어김없이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엄마를 통해 세상에 나온 아이를 부모가 학대해 사망하게 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경우가 허다하게 보고되는 현실을 살면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얼마나 독해야 사람을 죽일까 하는 생각 많이 했는데 내 배 아파 낳은 아이를 살해하는 부모는 어떤 정신인 걸까?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의 첫 문을 연 고온의 날씨 속에 차 안에서 사망한 아이는 흔하게 접했던 뉴스 속 사건과 닮아 있어 더 가슴 아팠던 장면이었다. 그런 아이가 매개체가 된 소설 속 손님들이 여관을 떠난 후 그래도 각자의 내일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은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에 안도하게 된다. 실제로 저런 여관이 있다면.. 나는 '고양이 여관'에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어떤 깨달음을 얻고 나올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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