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기 베인
더글러스 스튜어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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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기 베인』

2020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부커상을 수상한 <셔기 베인>. 만장일치라는 사실에 더 읽고 싶었던 책이다. 셔기 베인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책 속 인물 이름이었다. 그것도 많은 분량 이어지는 주인공 같은 어머니의 아들. 부모로서 나도 아이에게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었으면 나로 인해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누려야 할 것들을 부모가 제공해 주지 못한다면 이 생명은 누가 책임을 질까?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모두가 모성애가 넘쳐나진 않겠지만 인간적인 마음조차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셔기 베인>에도 나를 화나게 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애그니스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캐서린, 릭 두 아이를 두고 있다. 셕 베인과 재혼하며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셔기 베인이다. 술에 취해 있고 자살시도도 하던 애그니스는 새 출발이라는 명목으로 셕이 이끄는 대로 부모님을 떠나 이사를 했다. 낯선 곳으로 이들을 이끈 셕은 가족을 버려두고 여자를 찾아 떠나버렸다. 자신을 떠난 셕을 기다리며 자꾸만 술을 찾고, 분노하며 그녀는 알코올중독자가 되어갔다. 육체적인 사랑을 찾아 남자들을 만나는 애그니스는 음식을 살 수 있는 쿠폰이 생기면 술로 바꿔와 아이들은 굶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캐서린과 닉이 엇나가지 않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어머니를 돌봤다. 셔기 역시 학교를 빠지기 일쑤였고 놀림도 당했지만 셔기는 엄마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것 같다. 

애그니스가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을 때는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 곁에 나타난 유진이란 남자로 인해 알코올중독자의 삶으로 다시 돌아갔고, 캐서린과 릭도 엄마 곁을 떠나 셔기만 홀로 그녀 곁에 남게 된다. 이제 그만하고 도망치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으로 셔기와 함께 했다. 결국 엄마를 지키지 못하고 엄마를 떠나보낸 셔기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닌 어린 자녀가 부모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참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자꾸만 어긋나는 그녀의 선택은 악의 구렁텅이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애그니스만 바라보던 남편과 백년해로했다면 애그니스는 어떤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났을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무책임한 아빠, 자식보다 알코올에 더 의존했던 엄마, 엄마가 망가져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던 셔기.. "셔기가 어머니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는 늘 바라보고 있었다." 셔기가 엄마를 바라봤듯이 엄마도 자식들을 좀 더 세심히 바라봐 줬다면 어땠을까? 이제 셔기만의 탄탄한 세상을 만들어 가길 응원한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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